총선 D+6개월, 진보·보수가 남긴 건 늘어난 '무당층'

[대한민국 4.0 II] 진보의 위기-보수의 자격【2】-①

정현수 기자, 권혜민 기자, 김상준 기자, 유효송 기자 l 2020.10.18 14:19
수도권에 연이틀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진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서강대교에서 바라본 국회의사당이 희뿌연 미세먼지에 쌓여 있다.

지난 4월 총선 투표율(66.2%)은 28년만에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적같은 투표율"이라고 했다. 코로나19(COVID-19)라는 국가적 위기 속에서 총선 연기론까지 거론하던 와중에 나온 투표율이었다. 국가가 위기에 처하자 국민들의 관심은 정치에 쏠렸다.

그리고 6개월, 국민들이 정치에서 멀어지고 있다. 불신을 넘어 혐오다. 정쟁으로 얼룩진 국회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지만 이번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진보는 도덕성의 위기로 명분을 잃었다. 보수는 실력 없이 진영논리만 앞세운다. 늘어난 '무당(無黨)층'은 당연한 수순이다.



무당층, 그들은 누구인가?



18일 한국갤럽 조사(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10월 둘째주(13~15일) 더불어민주당의 지지도는 38%다. 국민의힘은 18%에 그쳤다. 총선 직전이었던 4월 셋째주(13~14일)와 비교하면 각각 3%포인트, 7%포인트 줄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지지도가 다른 정당으로 간 것도 아니다. 어느 정당도 지지하지 않는 무당층만 늘었다. 같은 기간 무당층 비율은 18%에서 31%로 늘었다. 


젊은층의 정치혐오가 더 컸다. 이번 조사에서 18~29세의 무당층 비율은 49%다. 30대의 무당층은 33%로 평균을 넘는다. 반복되는 정쟁에 실망한 젊은층은 무당층으로 돌아섰다. 총선 직전 조사와 비교하면 이들 세대의 무당층은 각각 12%포인트, 13%포인트 증가했다.

조사방법의 차이로 늘 비교대상이 되는 리얼미터 역시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리얼미터가 지난 12일부터 사흘 동안 조사한 결과를 보면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지지도는 각각 31.3%, 30.2%다. 한국갤럽과 달리 초박빙의 지지도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리얼미터가 총선 무렵인 4월 셋째주에 조사할 당시 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도는 각각 46.8%, 28.4%였다. 민주당의 지지도는 대폭 하락했고 국민의힘의 지지도는 소폭 오르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 무당층은 5.6%에서 14.3%로 늘었다. 조사방식의 차이로 주요 정당의 지지도는 큰 차이를 보이지만 무당층 증가율은 유사하다. 



진보는 기회는 위기로, 보수의 품격은 자격논쟁으로



총선 6개월만에 늘어난 무당층은 범진보와 범보수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

민주당은 사상 첫 범진보 진영의 거대여당으로서 국민들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은 범진보를 대표하는 정부·여당이 공격받고 있는 말이다. 거대여당으로서 '정책 드라이브'도 성과보단 논쟁에 방점이 찍힌다.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총선 이후 절대적 힘을 갖게 된 이후부터 힘에 대한 절제보다 오만한 모습으로 비춰지 않았나 싶다"며 "전반적으로 여권 안팎에 사건과 사고가 많았는데 겸허한 모습보다는 친문을 앞세운 오만한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국민의힘에 국민적 신뢰가 모이기도 힘들었다. 총선 이후 당명과 지도부까지 바꾸며 쇄신, 반성 등이 국민의힘의 주요 키워드로 자리잡게 했지만 여전히 '늙은 정당'이라는 이미지가 강한다. 막말을 쏟아내는 '가짜 보수'와의 결별도 요원하다.

임현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현재의 보수는 진보에 비해서도 더 갈라져 있다보니 구심점을 못 찾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태극기집회, 전광훈 목사와 선을 못 긋는다"며 "그러다보니 국민들이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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