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원대' 부동산 차익 본 세력이 '월세'를 권한다

[대한민국 4.0 II] 진보의 위기-보수의 자격【2】-③

이원광 기자, 유효송 기자, 김상준 기자 l 2020.10.18 15:13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지난 7월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들이 표결에 불참한 가운데 가결됐다. / 사진제공=뉴시스


수억원대 부동산을 보유했거나 차익을 본 이들이 집권 후 ‘월세’를 권한다. 자신들의 ‘부’는 장기 보유의 결과라며 후세대에 양해를 구한다. 그러면서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에 ‘불로소득’이라고 맞선다.

170여석의 의석수는 법을 바꾸는 힘이지만 국민 마음 한 편에 자리잡은 의구심까진 해소하지 못한다. 부동산 정책 분야 ‘진보의 이중성’ 논란이다.



'장기간 관망세', 전세난 우려에도…



국회는 지난 7월 30일과 8월 4일 본회의를 열고 주택임대차보호법과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부동산 거래신고법 개정안도 처리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이른바 ‘임대차 3법’이다.

세입자에게 1회의 ‘계약갱신청구권’을 부여해 기존 2년 계약이 끝나면 추가로 2년 계약 연장을 보장받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또 주택 임대료 상승폭을 기존 임대료의 5% 이내로 하는 ‘전월세상한제’와 주요 계약 사항을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하는 ‘전월세신고제’도 포함됐다.

2년마다 반복되는 전세금 걱정이 줄 것이란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장기간 관망세로 ‘전세 대란’을 우려하는 무주택자들의 목소리도 적잖았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과도한 우려”라고 반박했다. 친여 인사를 중심으로 ‘집도 없으면서’ 집주인을 걱정한다는 조롱도 나왔다. ‘기득권’이 생산하는 프레임에 무주택자들이 경도된다는 관점이다.

불안한 국민들을 향해 이제는 ‘월세 시대’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는 것이 나쁜 현상인가”(윤준병 의원), “4년 뒤 월세로 바뀔 걱정요? 임대인들이 그리 쉽게 거액 전세금을 돌려주고 월세로 바꿀 수 있을까요?”(박범계 의원) 등이다.



'우려'는 '현실'로…서울 전세값 상승 지속



우려는 현실이 됐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달 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전세 매물이 적고 임대차 3법을 피하기 위해 가격을 (임대인들이) 과도하게 올리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과거에 비춰 (부동산 대책 후) 2개월 정도면 임대차 3법 효과가 있지 않나 했는데 아직 안돼서 안타깝다”고 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이달 첫째주 서울 전세가격은 전주 대비 0.08% 상승했다. 8월 첫주 0.17%, 9월 첫주 0.09%에 비해선 하락한 수치지만 가격 상승은 계속됐다. 강남·서초·송파·강동 등 강남 4구 전세가 변동률은 △8월 첫째주 0.3% △9월 첫째주 0.13% △10월 첫째주 0.09%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제8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임대차법 시행 이후 진행되고 있는 전세난을 사실상 인정한 가운데 이달 14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서울 시내의 아파트가 보이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부동산은 '불로소득'이라더니…



정부의 부동산 안정 정책이 진정성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청와대는 지난 7월 2일 브리핑에서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이 내놓은 집이 “서울 반포의 아파트”라고 밝힌 후 약 45분만에 “청주 아파트”로 정정했다. 노 실장 스스로 부동산 ‘강남 불패’ 신화를 입증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정부의 ‘부동산 6·17 대책’ 직후였다.

논란 끝에 노 실장은 반포 아파트를 매각했지만 이번엔 거래 가격이 공개되면서 국민들을 허탈하게 했다. 부동산 시장에서 ‘불로소득’을 근절하겠다는 여당 메시지와 충돌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왔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노 실장이 보유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반포아파트 매물(전용면적 45.72㎡)이 지난 7월24일 11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노 실장이 2006년 5월 이 아파트를 부부 공동명의로 2억8000만원에 매입했다고 알려진 점을 고려하면 14년만에 8억5000만원의 차익을 본 셈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15년 정도 보유했던 아파트였음을 감안해달라”고 했다.



집단적 도덕 우월감, 정책 '완성도' 떨어진다



문제는 이같은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식 정책 추진이 강한 반발 가능성을 내재한다는 점이다. 지지층을 대변해야 하는 야당은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기보다 ‘여당 때리기’ 유혹에 빠진다. 결국, 정책 완성도를 높이는 과정은 생략되고 정쟁이 그 공간을 차지한다.

정책 효과가 입증되기도 전에 사회적 갈등이 폭발해 원점으로 되돌아갈 가능성도 높다. 불완전한 정책 추진의 리스크(위험)의 부담은 국민의 몫이다.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자신들은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집단적 도덕 우월감에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잘못에 대한 성찰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이라며 “(부동산 정책 논란 시기가) 민심을 떠나게 만드는 순간이 된 것”이라고 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가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2회 국회(정기회) 개회식 및 1차 본회의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 사진제공=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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