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영구 가동중단 언제 결정?"…백운규의 '졸속 경제평가'

[the300]

최경민 기자 l 2020.10.20 15:59
【서울=뉴시스】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2018.08.17.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제공) photo@newsis.com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의 조기폐쇄에 영향을 준 경제성 평가가 졸속으로 진행된 배경에는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입김'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은 20일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의 타당성 점검' 감사결과를 통해 "2018년 4월4일, 백 전 장관은 외부기관의 경제성 평가결과 등이 나오기 전에 한수원 이사회의 조기폐쇄 결정과 동시에 '월성 1호기'를 즉시 가동중단하는 것으로 방침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월성 1호기'에 대한 경제성 평가 용역은 2018년 4월10일에 시작됐고, 한수원 이사회의 조기폐쇄 의결은 2018년 6월15일에 이뤄졌던 바 있다.

'월성 1호기'에 대한 경제성 평가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패쇄시기 방침'을 산업부 장관이 확정했다는 점에 감사원이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폐쇄 결정'을 이끌어 낼 수 있게끔 원전의 경제성을 불합리하게 낮추는 데에 이같은 방침이 영향을 미쳤다고 감사원은 보고 있다.

감사원은 "산업부 직원들은 한수원 이사회가 즉시 가동중단 결정을 하는 데 유리한 내용으로 경제성 평가결과가 나오도록 평가과정에 관여했다. 경제성 평가업무의 신뢰성을 저해했다"라며 "백 전 장관은 이를 알았거나 충분히 알 수 있었는데도 내버려 뒀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백 전 장관은 2017년 12월과 2018년 3월 ‘월성1호기 조기폐쇄 추진방안’ 및 ‘에너지전환 후속조치 추진계획’을 각각 보고받았다. 이 때 한수원으로부터 "'월성 1호기'를 즉시 가동 중단하는 것보다 운영변경허가 기간(2년)까지 운영하는 것이 경제성이 있다"고 보고받았다.

그런데 2018년 4월3일 백 전 장관은 "'월성 1호기' 외벽에 철근이 노출됐다는 점이 청와대 내부보고망에 게시됐고, 문재인 대통령이 '월성 1호기'의 영구 가동중단은 언제 결정할 계획인지 질문했다"는 취지의 보고를 받았다.

이에 백 전 장관은 "한수원 이사회가 경제성, 지역수용성 등을 고려하여 폐쇄를 결정한다고 하면 다시 가동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느냐"라고 질책하면서 "한수원 이사회의 조기폐쇄 결정과 동시에 즉시 원전을 가동중단하는 것으로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대해 산업부 과장 A씨는 "백 전 장관이 '한수원 이사회의 조기폐쇄 결정 이후에도 운영변경허가 전까지 원전을 가동할 수 있다고 대통령비서실에 보고할 수 없다'고 했다"고 진술했다. 한수원이 이같은 방침에 난색을 표했지만 산업부의 뜻대로 청와대 보고까지 됐던 것으로 파악됐다.

감사원은 "산업부가 외부기관의 경제성 평가결과가 나오기 전 폐쇄시기에 대한 방침을 결정한 것은 절차적 합리성을 갖춘 것으로 보기 어렵다"라며 "한수원은 경제성 평가용역을 실시하면서 '즉시 가동중단' 외 다른 방안은 검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한수원은 정부 정책을 이행한다는 명목으로 이사회의 '월성 1호기 '즉시 가동중단 결정을 용이하게 하고자 실제 판매단가보다 낮게 추정되는 한수원 전망단가를 보정하지 않고 적용했다"라며 "합리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판매단가 등 입력변수를 경제성 평가에 적용함으로써 경제성 평가의 신뢰성을 저해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감사원은 산업부에 백 전 장관과 관련해 "재취업, 포상 등을 위한 인사자료로 활용하도록 인사자료를 통보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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