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스코어보드-산자중기위]월성1호기 감사 후폭풍…파행·차수변경·고발까지

[the300]산업통상자원부 종합국감

김하늬 기자 l 2020.10.23 06:23

2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 산업통상자원부 종합감사. 이소영(민), 송갑석(민), 이철규(국힘), 이수진(민), 한무경(국힘), 황운하(민), 김정재(국힘), 고민정(민), 김성환(민), 윤영석(국힘), 신영대(민), 조정훈(시대전환),이주환(국힘), 최승재(국힘),류호정(정), 양금희(국힘), 권명호(국힘), 구자근(국힘), 강훈식(민), 언태영(국힘), ,이학영(위원장-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2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이하 산자중기위)의 산업통상자원부 종합감사는 감사원의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감사결과를 놓고 여야가 정면충돌했다.

야당은 "거짓말을 한다"며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몰아세웠다. 하지만 '한방'과 '뒷심'이 부족했다. 21대 개원과 동시에 벼루던 감사원 결과보고서를 받아들고도 정부여당을 압박하지 못했다. 더군다나 백운규 전 산업부장관을 비롯해 월성 1호기 관련자 12명을 단체로 검찰에 고발했다. 덕분에 정부는 '수사중인 사안이라 서류 제출이 곤란하다'는 명문을 가볍게 손에 쥐게 됐다. 

여당은 국회의 감사원 감사의뢰 결정 자체부터 감사 과정까지 잘못된 점이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경제성 평가를 조작하지 않았다면서도 감사원 감사과정에서 불거진 자료삭제에 대해서는 '필요한 책임'을 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과정에서 산자중기위는 여야 의원간 고성과 삿대질, 막말이 오가며 첫 파행을 맞기도 했다. 질의와 의사진행발언이 더해지면서 국정감사는 자정을 넘겨 차수변경까지 한 끝에 23일 0시40분에서야 종료했다.



★★★★★ 이소영 "월성1호기 계속 돌리는게 배임…감사원 '재무평가'만 한 것"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예산결산소위원회에서 의사진행 발언을 하고 있다. 이 의원을 포함한 소위 위원들의 책상 위에 산업통상자원부가 당일 제출한 2019회계연도 결산보고서 등 회의자료가 수북이 쌓여있다. 2020.8.26/뉴스1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꼼꼼한 분석과 부지런한 학습력으로 감사원의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의 타당성 점검’ 감사보고서를 대 해부했다. 

이 의원은 "감사원은 현금흐름만 측정한 '재무성 평가'일뿐 정작 핵심적인 사고위험비용을 포함한 각종 사회적 비용을 분석에서 누락해 정부 정책의 '경제성 평가'와 재무성 평가를 구분하지 못한 오류를 범했다"고 질타댔다. 그는 "노후원전의 경제성은 안전성을 어느 정도로 확보하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밖에 없다"며 "이번 감사원 감사보고서는 월성1호기가 안전하다는 전제로 경제적 손실을 입증하기 위한 감사로 보여진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월성 1호기 문제를 정치쟁점으로 비화시킨 감사원은 지엽적인 이용률이나 판매단가 문제에 매몰돼 정작 핵심적인 쟁점은 간과한 보고서를 작성한 셈"이라고 설명하면서 "2018년 당시 월성1호기는 돌릴 수 없던 설비라는 점도 중요하다. 다수의 결함과 손상이 발견됐고, 잦은 고장 수리에 매년 1000억원씩 적자가 나 8년간 누적 적자가 8000억원이 넘는 상태였다. (원전을) 계속 돌리는게 배임이다"고 주장했다.

감사원 만능주의에 빠질 우려도 경고했다. 이 의원은 "정부와 국회가 판단할 사항을 감사원 판단에 떠넘기는 감사원 만능주의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며 "감사원은 정책 결정에 대한 감사를 할 수도 없을뿐더러 정부부처와 국회를 두고 감사원에 중요한 판단을 맡기는 건 헌법상 권련분립 원칙에도 반한다"고 말했다.



★★★★ 송갑석, 이철규, 이수진, 


송갑석 의원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감사원이 비상임이사를 대상으로 '월성1호기 이용률 40% 대 초반'을 제시하고, 당신은 어떤 결정을 하겠냐고 답변을 요구했다. 왜 비상임이사만 대상으로 했는지도 모르겠지만 5명 중 4명이 '조기폐쇄 찬성'이라고 답변했다"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폭로했다.

이어 "다른 한 명은 가정을 통한 질문이라며 답변을 거부했더니 (감사원에서) 소환했다"고 말했다. 송 의원은 "(감사원은) 비상임이사들을 소환해서 다시 문답을 시행했다. 그때 일부 언론에서 보도한 강압적이고 인격침해적 조사를 행했다는거다"며 "처음 조기폐쇄 찬성한다고 한 4명 중 3명은 역시 찬성이라고 답하고 1명은 재검토해보겠다고만 답한것으로 전해진다. 나머지 한 명은 가정을 통한 질문이라고 여전히 답변을 거부했다. 이런 내용은 감사보고서에 실렸나?"라고 물었다. 

성 장관이 "실리지 않았다"고 답하자 송 의원은 "비상임이사들이 조기폐쇄 반대하겠다고 했어도 감사보고서에 안실렸을까 싶다"며 "감사원의 감사 태도와 방식에서 석연찮은 게 한두가지가 아닌다. 왜 이런 식으로 감사를 진행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꼬집었다.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등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공동취재사진) 2020.10.20. photo@newsis.com


야당 간사인 이철규 의원은 성 장관으로부터 '월성 1호기 재가동을 검토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냐'는 질문에 "그렇다"는 대답과 "여러가지 의견이 있을 수 있다"며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를) 조작하지 않았다"는 확답을 이끌어냈다. 또 월성 1호기 조기폐쇄가 졸속 결정됐다는 질문에는 "적절한 절차와 규정, 행정지도에 의해 했다"며 "(경제성 평가는) 여러 방법과 변수에 따라 달라지고 여러가지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해 왔다"며 감사원의 입장과 선을 긋는 산업부의 선명성을 확인시켰다.



★★★☆ 김정재, 윤영석, 신영대, 조정훈, 이주환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김정재 미래통합당 성폭력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성폭력대책특별위원회 제1차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0.08.20. photo@newsis.com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감사원의 월성1호기 조기폐쇄 감사보고서를 보면 (정부가) 결론 부터 내리고 모든 걸 끼워맞춘 걸 알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감사원의 결과보고서 일부를 인용하며 "산업부의 과장이 한수원 직원들을 모아놓고 '정부는 법적인 근거가 없다. 한수원이 해달라'고 말하거나 '내부에 TF(테스크포스) 만들어서 리스크(위험)을 분산하라'고 지시했다"며 "또, 산업부 과장은 한수원 직원들에게 '산업부에서 관심이 많은 사안이다. 인사상 피해 안받게 잘하라'거나 '정부와 다른이야기 나와선 안된다', 대통령 비서실에서도 민감하게 본다' 등 노골적으로 말했다"고 폭로했다.

같은 당 윤영석 의원은 성 장관으로부터 월성 1호기 관련 서류를 직원들이 삭제한 것과 관해 "필요한 책임은 지겠다"는 발언을 이끌어냈다. 윤 의원이 '직원들의 서류 은폐에 기관장으로 책임을 느껴야 한다. 면피성 발언만 하느냐'고 압박하자 성 장관은 "조직적 차원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한다"면서 "제가 조직의 기관장으로서 책임질 일이 있다면 회피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실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에서 성윤모 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0.07. photo@newsis.com


신영대 민주당 의원은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의 타당성 점검’ 관련, 20대 국회의 감사원 감사 의뢰 결정이 "허접한 내용"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20대 국회에서 여야를 떠나 수많은 갈등을 일으킬 결과를 얻으려고 감사원 감사를 의결한 건지 유감스럽다"며 "처음부터 감사대상으로 적합하지 않은 것을 무리하게 (의뢰해) 보낸 것으로 20대 국회가 문제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1대 의원이 20대 국회가 의결한 내용에 대해, 이 허접한 내용, 한마디로 빵도 아니고 앙꼬도 아닌 이런 걸 만들려고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감사 의뢰를 한 게 적절했냐는 점에 유감을 표한 것"이라며 "개인에 대한 지적이 아니라 20대 국회에 한 것"이라고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전주=뉴시스] 김얼 기자 = 더불어민주당 군산 신영대 당선자는 16일 전북 전주시 전북도의회 브리핑룸에서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 제21대 국회의원선거 당선자 합동 기자회견 중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0.04.16. pmkeul@newsis.com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월성1호기 관련 감사를 받는 과정에서 발생한 공무원들의 공공기록물 관리 규정 위반 등에 대한 엄벌을 촉구했다.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위한 방안과 글로벌 밸류체인(GV)공급망 발굴을 함께 고민하는 방안을 장관에 촉구했다. 

한편 오전 한 때 여야 의원들의 고성과 삿대질로 아수라장이 된 모습을 목격한 소감을 "제가 국회 들어오기 전 TV로 보고 화났던 모습에 제가 일부가 됐다. 안타깝다"고 솔직히 발언해 눈길을 끌기도했다. 조 의원은 "국회의원은 입법노동자로서, 국민의 대리인이다. 앞에 계신 기관증인들도 국민의 일부다. 서로 존중을 지켜야 한다"며 "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실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에서 성윤모 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0.07. photo@newsis.com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은 마지막까지 남동발전과 옵티머스 의혹을 파헤쳤다. 이 의원이 출석을 요청한 허정열 남동발전 해외투자총괄팀장이 출석하지 않아 유향열 사장에게 질의했다. 이 의원은 "작고한 디케 회장이 허 실장에게 '투자사에 가서 투자요건을 설명하라'고 말해 NH투자증권과 옵티머스운용을 만났다"며 "디케 등 관련사가 포함된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게 사실인가"라고 물었다. 유 사장은 "네. 맞는 것 같다"고 답했다.



'삿대질이야' '반말하지마' '한대 치겠네' 오전 한때 파행 맞은 국감




여야는 이날 오전 질의 종료를 앞두고 고성 끝에 파행을 겪기로 했다.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성 장관에게 감사원 보고서 내용을 언급하며 "뻔뻔하게 대답한다", "거짓말을 한다", "작정하고 나왔네"라고 몰아붙이며 답변기회를 제대로 주지 않고 질의를 끝냈다.

이에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에 의사진행발언을 요청한 뒤 "근거도 없이, 여기 나와있는 장관과 차관, 산업부 간부가 대단한 범죄자인 것처럼 하는 식의 질의는 매우 유감"이라고 언급하자, 김 의원은 "동료의원 발의에 딴지걸고 예의없다"고 언성을 높였다. 서로 목소리가 높아지고 여야 의원들이 한 데 섞여 "어디서 삿대질이냐", "반말하지 마라"며 회의장이 아수라장이 됐다.

송 의원이 재차 "질의에 금도가 있다"고 말하자 김 의원은 "공부좀 하세요 공부좀"이라고 맞받아쳤다. 그러자 여당 의원들은 "정말 발언이 너무하다"며 언성을 높였다. 야당 간사인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이 회의장 가운데로 나와 여당 의원들을 쳐다보며 중재에 나섰지만 이미 상황은 흐트러진 뒤였다.

이소영 민주당 의원이 "사과하십시오"라고 하자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이 "뭘 사과해"라고 소리지르며 장내는 더 어수선해졌다.


김 의원이 다시 "위원장은 동료의원들 발언에 끼어드는데 지금 뭐하고있냐"며 이학영 위원장을 질책하자 지켜보던 송 의원이 "제가 의사진행발언 하는데 끼어든게 김정재 의원"이라며 "저는 김정재의원 질의 땐 한 마디도안 했다.제 의사진행 발언에 끼어든 게 김정재 의원이에요"라고 따졌다.

김 의원이 "말끝마다 꼬투리를 잡네"라며 다른 여당 의원들에게도 화를 내자 지켜보던 이성만 의원도 "많이 끼어드니까 그렇죠"라고 대꾸했다.

결국 이철규 간사와 이학영 의원이 회의장 가운데서 여야 의원을 중재하면서 오전 국감은 예정보다 40여분 빠른 11시 50분쯤 정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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