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n번방' 막겠다, '국내 대리인 제도'…실적은 0건

[the300]

김상준 기자 l 2020.10.23 08:50
국내에서 디지털 성범죄가 발생했을 때 해외 정보통신사업자가 협조하게 한다는 취지로 시행된 '국내 대리인 지정 제도'가 1년6개월간 한 차례도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n번방 사건'을 계기로 정부는 관련법에도 추가로 대리인 제도를 도입해 12월부터 시행할 예정이지만 이 역시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현행 국내 대리인 제도는 구글, 넷플릭스 등 해외 CP(콘텐츠 공급) 기업이 국내 등록 사업자가 아니라는 점 때문에 온라인 개인정보 유출이나 디지털 성범죄가 발생했을 때 신속한 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2019년 3월 처음 시행됐다. 법에 따르면 '국내에 주소, 영업소가 없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등은 이용자 수, 매출액 등을 고려해 국내 대리인을 서면 지정'하도록 돼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상희 국회 부의장(더불어민주당)/사진=뉴스1


23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상희 국회부의장(더불어민주당)이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의하면 방통위는 국내 대리인에게 이용자 보호 업무 관련 자료제출을 요구하거나 시정조치 등을 진행한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자료에 따르면 국내 대리인이 관련 서류 등을 제출한 건수도 0건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상 방통위도, 해외 정보통신사업자들도 국내 대리인 제도를 전혀 활용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정부가 '텔레그램 n번방 사건' 이후 해외 IT 사업자를 통한 디지털 성범죄를 근절하겠다며 오는 12월부터 시행하는 전기통신사업법상 국내 대리인 제도 역시 유명무실화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현행 정보통신망법상 국내 대리인 제도와 12월 시행 예정인 전기통신법상 대리인 제도는 적용 대상만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와 '부가통신사업자' 등으로 다를 뿐 사실상 취지는 유사하다. 방통위와 해외 IT 사업자의 제도 활용 의지가 관건이라는 뜻이다. 

국회 과방위 소속 김상희 부의장(민주당)은 "디지털 성범죄 상당수가 트위터 등 해외 사이트에서 적발됐는데 국내 대리인 제도 시행 성과가 0건인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며 "디지털 성범죄로 인한 피해가 계속되고 있는데도 관련 제도를 활용하지 못했다는 것은 주무부처인 방통위가 해외 기업들로부터 국내 이용자를 보호하겠다는 의지 자체가 없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망법'에 이어 전기통신사업법에도 유사한 국내 대리인 지정 제도가 신설되었지만 지난 2년여간 제대로 시행하지 못한 제도가 다른 법에 신설된다고 제대로 시행될 지 의문스럽다"며 "국내 대리인 지정 제도가 실효성 있게 추진될 수 있도록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