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의원이 "지나쳤다" 인정…그들이 발끈한 단어 '삼성'

[the300][국감현장]

박종진 기자, 조준영 기자 l 2020.10.23 19:49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이동걸 한국산업은행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신용보증기금, 한국산업은행, 중소기업은행, 서민금융진흥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0.10.16/뉴스1


'가자 20년' 논란을 일으킬 정도로 친여 성향으로 알려진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국정 감사장에서 여당 의원을 상대로 "대단한 모독"이라고 강하게 반발하는 일이 벌어졌다. 과거 키코(통화옵션상품) 불완전 판매 논란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억울한 입장을 호소하면서다.

이 회장이 발끈한 것은 '삼성'에 빗대 여당 의원이 자신을 비판해서다. 해당 의원이 이 회장에게 삼성에 비유한 것은 지나쳤다고 사실상 사과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이 범여권에서는 경우에 따라 극도의 모욕감을 주는 단어로 쓰일 수도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23일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산업은행의 키코 불완전 판매 문제를 집중 질의했다. 이 의원은 16일 산업은행 국감에 이어 이날도 산업은행이 키코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의원은 산업은행이 키코를 판매할 당시 가격정보를 제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가격을 제시하지 않았는데 설명의무 위반으로 보지 않는다는 게 적절한가"라고 따졌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제가 보기에는 앞뒤가 안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금감원은 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피해 기업 4곳에 키코를 판매한 6개 은행(신한·산업·우리·씨티·KEB하나·대구)이 손실액의 15~41%를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산업은행이 권고받은 배상액은 28억원이지만 산업은행은 과거 대법원 판례 등을 바탕으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 등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 2020.10.23/뉴스1


이 의원은 이날 이 회장이 불완전판매를 했다고 언급한 언론 기사를 바꿔달라고 산업은행 홍보실에서 작성한 공문도 언급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이 연상된다"고 말했다. 언론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게 아니냐는 주장이다.

이 회장은 적극 반박했다. 이 회장은 가격정보를 제시하지 않은 것은 맞지만 나중에 문제점을 인지하고 보완조치를 했다는 입장이다.

이 회장은 이날도 "가격정보를 제시했다, 안 했다는 게 핵심은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특히 기사 수정 요청에 대해서는 "한 적이 없는 얘기를 제 인용을 따서 했다는 것은 엄청난 왜곡보도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인정할 수 없었다"며 "정확하지 않은 것은 설명할 권리가 있다. 이것을 부당한 압력행사라고 하시면 무엇이 정의인지, 그것을 빗대어 삼성 운운하는 것은 대단한 모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후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자신의 발언을 철회했다. 이 의원은 "질의과정에서 삼성 관련한 비유는 지나친 비유였다"며 "속기록에서 삭제해달라"고 밝혔다.

이 회장도 발언 기회를 얻어 "항상 겸손한 자세를 취해야할 피감기관장이 국감장에서 언성을 높인 것에 사과 말씀을 드린다"며 "피감기관장의 증언이 (속기록에서) 삭제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관련 부분도 삭제해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키코에 대한 입장을 거듭 밝혔다. 이 회장은 "시효까지 지난 문제가 다시 거론되면서 압박을 받는 것은 상당히 부당하다"며 "산업은행이 반대하니 (배상 문제에서) 시중은행이 따라오지 않는다, 그러니 먼저 인정해야 한다는 그런 압력을 받고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원칙에 의해서 대처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회장은 16일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의 출판기념회에서 자신이 했던 건배사 '가자 20년'에 대해 "발언 실수에 이미 두 차례 공식적으로 사과했는데 이 자리에서도 사과한다. 실수한 것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야당 간사인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하는 한국산업은행법 제17조를 보면 (그런 자리에) 안 가는 게 좋다. 무리가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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