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싱' 논란에 흔들리는 강경화…野 중진도 "지쳐 보여"

[the300]康 "못 만난다" 했던 블링큰, 송영길 "이수혁이 소통…보고하는 중"

최경민 기자 l 2020.10.27 15:43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 한국국제협력단, 한국국제교류재단, 재외동포재단 등 산하기관에 대한 종합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0.26. photo@newsis.com

"이수혁 주미대사가 토니 블링큰 전 국무부 부장관과 잘 소통하고 있습니다. 저에게 보고를 하고 있습니다."

송영길 외교통일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26일 국회 외통위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이같이 말했다. 박진 국민의힘 의원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겨냥해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 측의 유력인사들과 접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자 나온 말이었다.

앞서 강 장관은 블링큰 전 부장관과 미셸 플루노이 전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 등 바이든 캠프의 유력인사들과 접촉하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했었다. 2016년 미 대선 당시 외국의 선거 개입이 큰 문제였기 때문에 바이든 캠프의 주요 인사들이 외국 인사들과 만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송 위원장의 발언은 강 장관의 설명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이 대사가 강 장관이 아닌 송 위원장에게만 보고를 했을 가능성이 우선 제기된다. 아니면 이 대사가 강 장관과 송 위원장 모두에게 보고를 하고 있었고, 강 장관이 굳이 언급하지 않았던 사실을 송 위원장이 끄집어낸 것일 수도 있다.

후자의 경우라면 장관이 먼저 공개하지 않은 아웃리치(outreach, 접촉 및 설득) 현황을 외통위원장이 수면 위로 올린 게 된다. 전자의 경우라면 상황이 심각하다. 주미대사가 장관이 아닌 국회 외통위원장에게만 정보를 공유하고 있던 게 되기 때문이다. 

전자와 후자 모두에게 공통으로 제기할 수 있는 단어는 '강경화 패싱'이다. 올 국감의 주요 의제이기도 했다. 강 장관이 외교정책 결정 과정에 관여하지 못하고 겉돌고 있다는 게 야당 의원들의 지적이었다.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은 외교관 성추문, 갑질 행위가 반복되는 점을 거론하며 "외교부의 위상이 추락해서 조직 내 기강이 이완돼 있다"고 비판했다.

'패싱'의 주요 사례로는 북한의 해양수산부 공무원 A씨 피격에 대응하기 위한 청와대 긴급관계장관회의에 강 장관이 소집되지 않았던 점이 거론된다. '패싱' 논란을 부정해온 강 장관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에 문제를 제기했다"고 밝힐 정도였다. NSC 상임위원장이 서훈 국가안보실장임을 고려할 때, 강 장관 본인도 청와대를 중심으로 한 외교안보라인에 '발끈'했던 것으로 보인다.

'패싱'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자, 외교부 안팎에서는 강 장관 교체론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강 장관이 문재인 정부 출범 때부터 함께 해온 원년 멤버이기도 하다. 연말로 거론되는 개각에 강 장관이 포함될 가능성도 충분한 셈이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의 강 장관에 대한 신임은 여전히 두텁다는 평가다. 임기 5년을 모두 채울 것이라는 관측이 아직까지는 더 우세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럼에도 강 장관이 직접 사의를 표한다면 상황은 급변할 수 있다. 강 장관은 지난 7일 국감에서 자신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한 적이 있는지 여부와 관련해 "제가 밝힐 사안이 아니다. 답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의를 밝힌 적이 없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26일 국감에서 대사관 성추문 관련 의혹에 대한 질의가 이어지자 강 장관은 "그 누구보다 장관인 제가 정말 리더십의 한계를 느낀다"고 말했다. "저의 리더십이 한계에 도달했다고 국민들이, 대통령이 평가하면, (인사권자가) 합당한 결정을 할 것"이라는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이 말을 들은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은 "장관님이 요즘 많이 지쳐보인다. 국익을 위해 장관직에 최선을 다해달라. 힘내시라고 하는 말"이라고 위로했다. 강 장관을 향해 꾸준히 공세적인 질의를 해온 야당의 중진의원이 이같은 말을 할 정도로, 강 장관은 국감에서 그동안의 업무에 지친 모습을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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