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발 '연말 태풍' 공수처법… 핵심은 野 비토권 '삭제'

[the300]

서진욱 기자 l 2020.11.20 16:01
문재인 정부의 1호 공약으로 꼽히는 검찰개혁의 핵심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 법정시한인 지난 7월 15일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공수처 사무실들이 언론에 공개되고 있다. /사진=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25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에 나선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 불발의 책임을 야당의 거부권 행사에 돌리고 비토(거부)권을 없애는 게 핵심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는 25일 제1법안심사소위원회(1소위)를 열고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공수처법 개정안을 심사할 예정이다. 앞서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이날 공수처법 개정안을 처리하겠다고 공언했고,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강력 반발했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가 지난 18일 3차 회의에서도 최종 후보 2명을 선정하지 못한 후폭풍이다.

이날 심사하는 공수처법 개정안은 4건이다. 민주당 소속 김용민·백혜련·박범계 의원,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법안들이다. 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개정안은 공수처장 후보 추천 과정에서 야당의 비토권을 없애는 내용이다. 9월 23일 민주당이 1소위에 기습상정한 김용민 의원의 법안을 중심으로 개정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백혜련 의원(왼쪽 4번째)이 지난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법사위원들과 공수처장 후보 추천 무산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신동근, 김종민, 박범계, 백혜련, 송기헌 의원. /사진=뉴스1.


김용민 법안의 핵심은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의 위원 추천권한을 여야 교섭단체 각각 2명에서 '국회 추천 4명'으로 바꾸는 내용이다. 국회 규칙으로 구체적인 추천 방식을 정하도록 했으나 사실상 야당의 추천권한 자체를 없애려는 의도라는 지적이다. 

추천위의 공수처장 후보 추천 요건도 7명 중 6명 찬성에서 '재적의원 3분의 2(5명) 이상 찬성'으로 완화한다. 추천위에 야당이 추천한 위원 2명이 들어가더라도 비토권을 행사할 수 없다. 정부여당이 추천한 위원 5명이 동의하면 공수처장 후보 추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백혜련, 박범계 법안도 야당의 위원 추천 거부, 지연 전략을 차단하는 내용을 담았다. 두 법안 모두 위원 추천기간을 10일 이내로 정하고 이 기간을 넘길 경우 한국법학교수회장과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을 위원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백혜련 법안은 추천위가 30일 이내에 공수처장 후보 추천을 위한 의결을 마쳐야 한다는 조항도 신설한다. 한 차례에 한해 10일 이내 기한을 정해 의결을 연장할 수 있다.

김용민 법안은 공수처 수사 범위와 인력, 기소권을 확대하는 내용도 담았다. 공수처 검사를 최대 25명에서 50명, 수사관을 40명에서 70명으로 확대할 수 있도록 한다. 공수처 검사에게 모든 수사 대상에 대한 수사권, 기소권, 공소유지권을 부여한다. 부패 범죄뿐 아니라 전관예우, 직무 범죄 등도 공수처 수사범위로 추가한다. 경무관급 이상 경찰공무원의 범죄를 공수처에 의무적으로 이첩하도록 하는 규정도 신설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 및 동료 의원들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북촌로 헌법재판소에 공수처법 위헌심판 청구와 관련해 방문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수진, 김도읍, 전주혜, 유상범 의원. /사진=뉴스1.


반면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발의한 유상범 법안은 공수처 수사 범위를 축소하고 기소권을 폐지하는 내용이다. 공수처 수사 범위에서 직무 범죄를 제외하고 검찰, 경찰 등 수사기관에 대한 사건 이첩과 통보 의무를 없앴다. 공수처장의 재정신청권도 없애는 내용을 포함한다. 

박병석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의 23일 회동이 공수처법 개정안 처리 여부를 결정할 마지막 변수다. 여당은 회동과 무관하게 공수처법 개정안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나, 물론 이날 회동에서 극적 합의가 이뤄질 수도 있지만 가능성은 낮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공수처장 후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공수처장 후보 추천부터 원점 재검토하자고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