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법 '운명의 날'…與 "개정 강행" vs 野 "힘 믿다 망한다"

[the300]

서진욱 기자이원광 기자 l 2020.11.25 06:25
①與, 野와 합의없이 "공수처법 내일 심사한다" 통보

(서울=뉴스1) 성동훈 기자 =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법사위원회 간사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법사위원들과 공수처장 후보 추천 무산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11.19/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과 합의 없이 오는 25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을 심의하기로 결정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4일 오후 법사위원들에게 25일 오전 10시부터 법안심사1소위원회를 열어 공수처법 개정안을 심사하겠다고 알렸다. 앞서 민주당 법사위원들이 공언한 일정이 그대로 확정된 것이다.

상임위원회 일정과 안건은 여야 간사 간 협의로 결정해 왔지만 이번 일정은 민주당에서 일방적으로 정했다. 국민의힘 간사인 김도읍 의원실 관계자는 "오후 7시 22분 법사위 행정실에서 내일 의사일정이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날 심사 안건에는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공수처법 개정안 5건이 포함됐다. 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개정안은 공수처장 후보 추천 과정에서 야당의 비토권(거부권)을 없애는 내용이다. 지난 9월 23일 민주당이 1소위에 기습상정한 김용민 민주당 의원의 법안을 중심으로 개정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김용민 법안의 핵심은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의 위원 추천권한을 여야 교섭단체 각각 2명에서 '국회 추천 4명'으로 바꾸는 내용이다. 국회 규칙으로 구체적인 추천 방식을 정하도록 했으나 사실상 야당의 추천권한 자체를 없애려는 의도라는 지적이다.

추천위의 공수처장 후보 추천 요건도 7명 중 6명 찬성에서 '재적의원 3분의 2(5명) 이상 찬성'으로 완화한다. 추천위에 야당이 추천한 위원 2명이 들어가더라도 비토권을 행사할 수 없다. 정부여당이 추천한 위원 5명이 동의하면 공수처장 후보 추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같은 당 백혜련, 박범계 의원 법안도 야당의 위원 추천 거부, 지연 전략을 차단하는 내용을 담았다. 두 법안 모두 위원 추천기간을 10일 이내로 정하고 이 기간을 넘길 경우 한국법학교수회장과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을 위원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백혜련 법안은 추천위가 30일 이내에 공수처장 후보 추천을 위한 의결을 마쳐야 한다는 조항도 신설한다. 한 차례에 한해 10일 이내 기한을 정해 의결을 연장할 수 있다.




②'野 비토권' 결국 사라지나

박병석 국회의장이 지난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여야 원내대표와 회동을 갖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 김태년 원내대표, 박 의장,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 /사진=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공언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 시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의 추가 회의가 막판 변수로 남았으나, 민주당은 야당의 비토(거부)권을 없애는 법 개정을 강행할 태세다. 제1야당 국민의힘은 별다른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수적 열세를 절감하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오는 25일 오전 10시 제1심사소위원회를 열고 공수처법 개정안을 심사한다. 김용민·백혜련·박범계 민주당 의원과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법안들을 병합 심사할 예정이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온택트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1.



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개정안은 공수처장 후보 추천 과정에서 야당의 비토권을 없애는 내용이다. 9월 23일 민주당이 1소위에 기습상정한 김용민 의원의 법안을 중심으로 개정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김용민 법안의 핵심은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의 위원 추천권한을 여야 교섭단체 각각 2명에서 '국회 추천 4명'으로 바꾸는 내용이다. 추천위의 공수처장 후보 추천 요건도 7명 중 6명 찬성에서 '재적의원 3분의 2(5명) 이상 찬성'으로 완화한다. 추천위에 야당이 추천한 위원 2명이 들어가더라도 비토권을 행사할 수 없다.

같은 날 오후 2시부터는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가 4차 회의를 갖는다. 최종 후보 2명을 선정하지 못하고 회의를 끝낸 지 7일 만이다. 박병석 국회의장 중재로 여야 원내대표가 추천위 재가동에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민주당은 4차 회의에서도 후보 선정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날 법사위 1소위에서 공수처법 개정안을 의결해 전체회의로 넘길 방침이다. 전체회의 의결을 거쳐 12월 초 열리는 본회의에서 개정안을 통과시킬 계획이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2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내일 법사위 소위가 열리는 만큼 개정을 위한 법안 심사를 동시에 진행하겠다"며 "재소집된 추천위에서도 (국민의힘이) 발목잡기를 계속한다면 법 개정에 속도를 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야당의 의도적 시간끌기에 공수처 출범이 지연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공수처법 개정 방침이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과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의 입법 독주를 저지할 수 있는 묘수가 없다는 게 문제다. 국회 보이콧,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등의 주장이 나왔으나 오히려 여론 악화만 불러올 것이란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날 오전 주호영 원내대표와 법사위 간사 김도읍 의원 등 율사 출신 의원들이 머리를 맞댔지만 별다른 대안을 도출하지 못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냉정을 찾아 무리하지 않아야 한다"며 "추천위는 우리가 요구해서 만든 것도 아니고 민주당이 만든 것이다. 자기들이 만든 걸 금방 맘에 안 든다고 바꾸는 걸 국민이 납득하나"고 지적했다. 이어 "힘 믿고 무리하다 망한 나라, 망한 정권, 망한 회사가 한두개가 아니다"며 "냉정을 되찾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③정의당 "공수처법 개정, 명분도 실리도 없다"

정의당 강은미 원내대표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류호정, 이은주,강은미 장혜영의원. / 사진제공=뉴시스




정의당 지도부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을 두고 갈등을 이어가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을 동시 비판했다. 국민의힘을 향해 “시간 끌기 전략을 중단하라”고 지적하는 한편 민주당의 법 개정 예고에는 “명분도 실리도 없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강은미 원내대표 "반대를 위한 반대, 통하지 않는다"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는 24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에서 “국민의힘은 반대를 위한 반대가 더 이상 통하지 않음을 직시해야 한다”며 “검찰 개혁을 시작하지도 못한 비난은 온전히 국민의힘에게 쏟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또 박병석 국회의장 중재로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가 재가동된 것에 “다행스럽다”면서도 “이번 추천위에서는 과연 합의할 수 있을지 불안도 여전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이 기존 논의를 다시 원점에서 검토하자는 등 공수처 힘빼기, 시간 끌기 전략은 중단하기 바란다”며 “이번만큼은 반드시 공수처장 최종 후보를 선출해 공수처 출범을 완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원내대표는 “공수처의 성공 여부는 독립성에 있다”며 “추천위부터 양 당의 정략적 이해관계에 영향을 받는 듯한 모양새를 내보이며 출범을 늦출수록 공수처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무너질 뿐”이라고 말했다.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류호정, 이은주,강은미 장혜영, 배진교 의원. / 사진제공=뉴시스





장혜영 원내수석 "공수처법 개정, 명분도 실리도 없다"


장혜영 정의당 원내수석부대표도 가세했다. 장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국민의힘에는 애초부터 공수처 설치에 대한 성실한 태도를 기대할 수는 없었다”며 “공수처법에 근거한 야당의 비토권을 행사하며 시간 끌기에 나설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장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런 이유로 민주당이 공수처법 개정을 통해 공수처 설치를 강행하겠다는 것은 명분도 실리도 없는 일”이라며 “지난해 공수처법을 처리할 때 가장 큰 명분은 야당의 강력한 비토권이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수처를 설치도 하기 전에 야당 비토권을 무력화하는 법 개정을 강행한다면 입법부인 국회가 웃음거리가 될 일”이라며 “야당의 비토권을 힘으로 무력화시키고 출범하는 공수처가 어떤 권위와 신뢰를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장 원내수석부대표는 “지금 민주당이 들어야 할 카드는 섣부른 법 개정이 아니라 후보 추천위에 오른 후보들이 정말로 법이 정한 자격 요건에 부합하는지 철저히 검증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라며 “공수처법은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에서 제정된 법이고 공수처는 민주당만의 것이 아니라 국민의 것이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년 전' 공수처법 앞장섰던 정의당


앞서 정의당은 지난해말 이른바 ‘4+1’(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에 참여해 국회 본회의에서 공수처법 의결에 힘을 더했다. 당시 본회의에 올랐던 공수처법 수정안 대표 발의자가 윤소하 전 정의당 원내대표였다.

여영국 전 정의당 의원은 지난해 12월28일 공수처법 관련 필리버스터 발언자로 나와 “공수처 법안의 저작권도 저는 감히 정의당이 갖는다고 말씀 드린다”며 “한국당은 마치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공수처 설치를 정의당과 민주당이 뒷거래를 한 것처럼 비난하는데 엄청난 명예훼손”이라고 말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와 윤소하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직자들이 지난해 12월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앞에서 '패스트트랙 개혁 법안 통과를 위한 비상행동 농성'을 34일만에 정리하며 기뻐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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