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법 與 단독 의결에 野 "5공 회귀법"…시작된 '입법전쟁'

[the300]

박종진 기자김하늬 기자서진욱 기자이원광 기자유효송 기자 l 2020.11.25 06:35

정기국회 종료를 보름여 앞두고 여야가 입법 전쟁에 돌입했다. ‘속도전’을 강조하는 여당과 이를 저지하려는 야당이 상임위원회 곳곳에서 충돌하고 있어 연말 정국이 급랭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24일 ‘공정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을 소관 상임위에 상정했다. 야당의 거센 반발에도 국정원 개혁법안도 정보위원회 소위에서 단독 처리했다. 이낙연 대표가 처리를 강조했던 15개 입법 과제 들이다.

與 '대공수사권 이관' 국정원법 소위 단독 의결…野 "5공 회귀"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박지원 국정원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1.24. photo@newsis.com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을 제외하는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이 24일 국회 정보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했다. 야당인 국민의힘이 반발하자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의결했다.


정보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병기 의원은 24일 오후 법안소위 도중 기자들과 만나 "(국정원법 개정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대공수사권 이관 △국정원의 직무 범위에서 '국내 정보' 삭제 등이 골자다. 아울러 정보위 재적위원 3분의 2가 대상을 특정해 요구할 경우 관련 정보를 공개하는 내용을 담았다.

쟁점은 대공수사권 이관 여부에 집중됐다.

민주당은 대공수사권을 이관하되 3년을 유예하자는 안을 제시했으나, 국민의힘은 대공수사권 이관 자체를 반대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오전 한 때 "찬성할 수 없다"며 소위장을 박차고 나가기도 했다.

민주당은 여당 단독으로 오후에 소위를 다시 열고 대공수사권을 이관하되 3년간만 유예하는 방안을 담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김 의원은 "국민의힘과 모든 조항에 합의했고 3년 유예안까지도 제시해 어느 정도 접근을 봤으나 (합의에 실패했다)"며 "단독으로 처리하게 돼 유감으로 생각한다. 27일 정보위 전체회의에 상정, 처리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3년 유예안까지 온 이후에는 1주일 이상 평행선을 달렸다"며 "더는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다고 양당에서 인정했다"고 부연했다.

이에 대해 야당 정보위 간사인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5공 회귀법"이라며 "국내 정치에 악용할 우려가 있어 정보와 수사를 분리했던 것인데, 국내 정보를 독점하는 경찰이 수사권을 가지게 되면서 재결합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민주화에 대한 역행이자 정치의 후퇴다. 여우 피하려다 호랑이 만나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 정무위 상정…이견 '팽팽' 처리 '진통'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 등에 대한 종합감사가 진행되고 있다. 2020.10.23/뉴스1



국회가 소위 '공정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중 금융 관련 법안에 논의 물꼬를 틔웠다.

다만 이견이 팽팽한 만큼 합의 처리에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어서 정기 국회 내에 의결될지는 불투명하다.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며 관심을 모았던 보험업법 개정안은 여전히 본격적인 법안심사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24일 전체회의를 열고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을 상정했다.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소관인 상법 개정안에 이어 정부·여당이 강력 추진하는 '경제3법'이 모두 상임위 논의 테이블에 올라간 셈이다. 법사위는 상법 개정안을 놓고 법안심사소위원회(법안소위)를 한차례 열었지만 결론을 내지는 못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은 이날 오후와 25일 진행되는 정무위 법안소위 논의 대상은 아니다.

이미 전체회의에 상정돼 있던 보험업법 개정안(박용진 의원 등 대표발의)도 이번 법안소위에 상정되지 못했다. 논란이 많은 법안이어서 충분히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야당이 주장하면서다.

쟁점 법안에 대해 여당은 여론 수렴과 함께 법안소위도 신속히 진행하자는 입장이지만 야당은 신중해야 한다고 맞선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간사는 이날 공정거래법·보험업법 개정안 등에 "야당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키우고 글로벌 기업다운 지배구조를 만들기 위해서 국민들께 집중적으로 논의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책임 있게 논의할 수 있는 자리가 법안소위"라고 말했다.

김 간사는 "상호 소통하는 모습 속에서 결론을 낼 수 있다"며 "(결론을 못 내고 길어지면) 시장이 가장 우려하는 경제 불확실성만 커진다"고 지적했다.

반면 성일종 국민의힘 간사는 "국가적으로 볼 때 경제와 관련한 중대 법안은 속도가 문제가 아니라 제대로 해야 한다"며 "임대차 3법을 서둘러 했다가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지 않느냐"고 밝혔다.

성 간사는 "당내 문제가 아니라 국민 여론 수렴이 안됐다"며 "여야가 함께 여론을 모아서 제대로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 성동훈 기자 =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경제.인문사회연구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간사(왼쪽)와 성일종 국민의힘 간사가 대화를 하고 있다. 2020.10.19/뉴스1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 등을 놓고 기업 옥죄기라는 재계의 반발이 거세다. 보험업법 개정안은 보험회사의 계열사 보유 주식 평가기준을 '취득원가'가 아닌 '시가'로 바꾸는 내용으로 법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대거 팔아야 해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한편 정무위는 이날 오후 제1법안소위를 열고 금융 관련 법안들을 심사한다. 착오송금구제법으로 불리는 예금자보호법 개정안 등이 통과될지 관심이다. 시스템적 금융기관에 대한 정상화·부실정리계획 도입 등을 담은 금융산업구조개선법 개정안, 위헌 판결을 받았던 신용협동조합의 임원 선거운동 기간에 대한 예외를 정관에서 정할 수 있도록 한 부분을 삭제하는 신협법 개정안도 의결될 수 있다.

위법 공매도에 처벌을 강화하고 무차입 공매도 방지를 위한 시스템 도입 등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도 논의될 예정이다.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 법인 보험업법 개정안도 논의 대상이지만 통과 가능성은 높지 않다.




공수처 벼랑끝 협상…"좌고우면 않겠다" vs "무리하다 망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가 오는 25일 오후 국회 본청에서 4차 회의를 갖는다. 박병석 국회의장의 회의 소집 공식 요청에 따른 것이다. 최종 후보 2명을 선정하지 못하고 회의를 마친 지 7일만이다.

앞서 추천위는 이달 18일 3차 회의에서 공수처장 후보 2명을 선정하는 데 실패했다. 추천위원 7인은 10명의 예비 후보를 대상으로 기명·무기명 방식으로 1·2차 표결을 진행했지만 6인 이상의 동의를 받은 후보를 내지 못했다.

이후 다수 득표 후보 4명을 상대로 3차 투표를 진행했지만 역시 추천위원 6인 이상 찬성표를 받은 자가 없었다. 현행 공수처법에 따르면 추천위원 7명 중 6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공수처장 후보 추천이 가능하다.

마지막 표결에선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과 전현정 변호사 등 2명의 후보가 최다 득표를 받았지만 5표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 측 추천위원 2명이 반대한 결과로 풀이된다.

박 의장 요청에 따라 추천위가 재가동되나 후보 추천이 이뤄질지 불투명하다. 24일 오후 여야 원내대표가 비공개 회동을 통해 벼랑끝 협상에 나선다. 하지만 여전히 접점을 찾지 못하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1.24. photo@newsis.com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재소집된 추천위가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후보를 추천하려면 무엇보다 국민의힘측 추천위원들의 태도 변화가 요구된다"며 "재소집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추천위원회에서도 야당의 발목 잡기가 계속된다면 법 개정에 속도를 낼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3차례 추천회의는 야당에서 추천한 위원들의 방해로 끝내 결과를 내지 못했다"며 "야당 추천위원들은 자신들이 추천한 후보마저 반대하는 촌극까지 만들어냈다"고 비판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런 상황에서 어제(23일) 국민의힘에서는 야당도 동의할 수 있는 후보가 나올 때까지 추천위가 계속 노력해야한다고 했는데 이 비토권(거부권)을 악용해 추천위를 공전시키려는 의도로밖에 보여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야당의 의도적 시간끌기에 공수처 (출범이) 지연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국민의힘이 끝내 국회 책임과 역할을 버린다면 법을 보완해 합리적 의사결정으로 후보추천을 가동할수밖에 없다"고 법 개정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는 " 25일 법사위제1법안심사소위가 열리는 만큼 개정을 위한 법안심사를 동시에 진행하겠다"며 "민주당은 권력기관 개혁이란 국민의 명령을 수행하는 데 추호도 주저함이 없다. 좌고우면 하지 않고 공수처 출범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0.11.24/뉴스1



반면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 재가동 관련) 합의가 도출된 것에 대해 환영의 뜻은 일단 표시하지만 민주당이 시행도 해보지 않은 공수처법을 개정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마당"이라며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가 형식적으로 열려서 (공수처법 개정의) 알리바이를 만드는 데 쓰여선 결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주 원내대표는 "법에 의하면, 적격 동의를 받는 후보가 나올 때까지 계속해서 회의를 열어 추천하도록 돼 있다"면서 "초대 공수처장은 야당도 동의할 수 있는, 그래서 국민들로부터 (공수처가) 출발부터 특정 성향 혹은 어느 편이란 얘기를 듣는 일이 없도록 추천해야 하기 때문에 인내심을 갖고 합의 추천을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수처장은 검찰총장 이상의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되는 권력기구의 장인 만큼 독립성과 중립성에 추호의 의심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회의 후에는 "법사위원들 보고에 따르면, 법안 접수순으로 소위 심의에 들어가는 '선입선출(先入先出)'에 (공수처법 개정안이)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안다"며 "무리하지 않길 바란다. 힘 믿고 무리하다 망한 나라, 망한 정권, 망한 회사가 한두 개가 아니다"고 경고했다.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