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답하십시오'…靑 정조준 野, 주말 총공세

[the300]

박종진 기자, 김상준 기자 l 2020.11.29 17:06
28일 밤 청와대 앞에서 피켓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국민의힘 초선의원들/사진제공=국민의힘


부동산 대란과 추미애 사태에 문재인 대통령의 침묵이 길어지면서 야당이 주말 동안 총공세를 이어갔다.

정기국회 막바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강행 처리와 개각 발표 등을 앞두고 거대 여당에 맞서 소수 야당이 투쟁력을 끌어올리는 모양새다. 



'대통령은 답하십시오' 靑 정조준 野 초선들, 주말 내내 1인 시위



국민의힘은 초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27일부터 시작한 청와대 분수대 앞 1인시위를 주말인 28~29일에도 계속했다.
이들은 '대통령은 답하십시오'라는 피켓을 들고 현안에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문 대통령을 겨냥했다.

문 대통령은 집값 급등, 전·월세 대란 등 부동산 정책 난맥상에도 불구하고 8월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집값 상승세 진정 양상", 10월 국회 시정연설에서 "전세시장을 기필코 안정시키겠다" 등의 발언을 한 뒤 별다른 입장이나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특히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헌정 사상 초유의 충돌에는 일절 공식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김은혜 당 대변인은 이날 "정권의 비리를 덮기 위해 나라를 독재의 제단에 바치는 문 대통령을 향한 1인 릴레이시위에 청와대는 현재 답변을 준비 중인 듯하다"며 "‘윤석열 해임제청을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받아들이는 대통령’의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대변인은 "행동대장 추 장관이 바치는 해임안을 대통령이 ‘마지못해 수용’하는 모양새, ‘비통한 심정으로, 고뇌에 찬 결단을 내리는’ 대통령의 독백으로 이 연극은 마무리 될 듯하다"며 "분노하는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유승민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오른쪽)이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 앞에서 진행되고 있는 법무부-검찰 갈등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의 책임을 묻는 초선의원 릴레이 피켓 시위현장을 찾아 배현진 의원과 인사하고 있다. 2020.11.29/뉴스1



국민의힘 지도부와 중진 의원들도 현장을 찾아 영하권 날씨에도 시위를 이어가는 초선의원들을 격려했다. 시위 첫날인 27일에는 주호영 원내대표, 권영세 의원(4선) 등이 방문했고 28일에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 정진석 의원(5선),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이 현장을 찾았다. 29일에는 유승민 전 의원이 방문한데 이어 주 원내대표와 정양석 사무총장 등 지도부가 다시 한번 청와대 앞을 향했다. 

김 위원장은 전날 의원들을 격려한 뒤 "최근 일반인들이 TV를 틀어 놓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모습을 보면 너무너무 역겨워하는 것이 일반적 현상"이라고 비난했다. 



당내 주자들도 연일 '묵묵부답 대통령' 맹비난



당내서도 '숨어있는 대통령'이라며 비판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김기현 의원(4선)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청와대를 향한 법의 칼날을 피하기 위해 추미애 장관을 통해 검찰총장에게 이 광란의 집단 린치를 가하고 있는 것 아니냐 하는 의심이 갈수록 풍선처럼 커지고 있다"며 "그런데도 청와대 책임자인 대통령께서는 강 건너 불구경하듯 묵묵부답이시니, 이 나라에 대통령이 왜 필요한지 그 존재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김 의원은 "이 정권은 나라 빚을 산더미처럼 내고 벌금 같은 세금폭탄을 터뜨려 국민들 호주머니를 턴 다음 그냥 임시변통용 생색 낼 줄만 알았지, 주택값, 전월세, 일자리, 남북문제 등 손대는 것마다 망치기 일쑤"라며 "이제 더이상 숨지 마시고 대통령이면 대통령답게 소신껏 국민들 앞에 나와 설명을 하셔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부산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박민식 전 의원도 "문 대통령은 더 이상 침묵해서는 안 된다"며 "살아있는 권력에도 엄정히 수사하라고 했지만 내 편에 대한 수사는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이 본심이었다고 선선히 고백을 하라. 차라리 그게 사나이다운 모습"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광장에서 초선의원 청와대 릴레이 1인 시위 현장을 방문해 의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2020.11.28/뉴스1


대권 주자들도 일제히 공세를 퍼부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전날 페이스북에 "이 정도로 기자회견을 싫어하는 정부는 최근 들어 박근혜 정부뿐"이라며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정부가 아니라 박근혜 정부와 너무나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원 지사는 "기자회견뿐 아니라 문 대통령은 중요한 현안에도 침묵할 뿐 아무 언급도 하지 않는다. 이런 시간이 너무 오래됐다"고 말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전날 자신의 팬클럽 ‘유심초’가 주관한 ‘유승민과의 온택트 미팅'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금 검찰을 가지고 저러는 이유가 울산시장 선거부정사건, 라임·옵티머스 사건,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사건 등을 덮으려 하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며 "대통령 취임 시에 이야기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롭다’는 말은 ‘멋있는 거짓말'이었다"고 비판했다. 



野, 여당 법안 '강행처리'에 대응책 고심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화상 의원총회를 열고 향후 투쟁방향을 논의했다. 올해 정기 국회를 열흘 남겨 놓은 시점에서 여당이 공수처법과 기타 쟁점 법안 등을 강행처리 할 때 대응방안, 연말 개각 등을 놓고 일방 독주하는 정권에 맞서 정국주도권을 쥘 수 있는 전략 등을 집중 점검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청와대의 불통을 비판하면서 "망해가는 정권의 말기적 현상을 우리가 곳곳에서 목도하고 있다"며 "백주대낮에 법무부 장관이 대한민국을 무법천지로 만들고 의회주의도 아랑곳하지 않는 상황을 만들어도 대통령은 여전히 침묵한다"고 말했다. 

또 주 원내대표는 "여러 상임위에서 민주당이 수를 앞세운 일방통과를 위한 논의를 착착 진행중인 것 같다. 야당의 거부권을 삭제하는 공수처법, 국정원 대공수사권을 이관한다는 국정원법 그리고 경찰청법과 경제3법까지 포함해 각 상임위에서 어느날 하루 강제 처리를 위한 준비를 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물러남 없는 행동으로 막아내야 할 그런 한주가 다가온 것 같다"며 "국민과 함께 문재인 정권이 막무가내로 망치고 있는 이 나라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위해 무엇이든 던지고 희생해야 하는 엄중한 한주가 다가왔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화상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11.29/뉴스1



국민의힘 지도부는 여야 대립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지만 전면적 장외투쟁보다는 일단 원내 입법투쟁에 집중하면서 국민 여론의 지지를 받는 게 핵심으로 본다. 

이를 위해 임박한 개각을 앞두고 부동산 정책의 책임자인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향한 공세 수위도 높일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정책에 국민적 분노가 가장 크다는 점을 고려해서다.

김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작동하고 있다는 부동산 대책, 취임 전 수준으로 부동산 되돌린다는 말씀은 언제 실현되는가. '국민은 집 사지 말라면서 집값, 전세값은 계속 올리는 걸 보니 (박근혜 정부) 당시 집 사라는 건 선견지명 같다'는 서울대 풍자글, 국민들의 절규는 듣고 계신가"라며 "직무정지를 시키려면 윤석열 총장 이전에 김현미 장관부터 하라. 김현미 장관 유임 보도로 부동산은 '지금이 저점'이라는 자조와 분노가 넘쳐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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