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더라도…여야, '558조' 예산안·민생법안 '합의 처리'

[the300](종합)

이원광 기자, 정현수 기자, 김상준 기자 l 2020.12.02 23:14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2회 국회 제14차 본회의에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인사를 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여야가 2일 정부안 대비 2조2000억원 순증한 558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의결했다. 여야가 헌법이 규정한 법정 기한 내 예산안을 처리한 것은 6년만이다.

밀려 있던 민생 법안들도 차례로 합의 처리했다. 여야가 날선 대립의 정쟁 국면에서도 코로나19 사태 극복 등을 위해 ‘할 일은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내년 예산안, 정부안 대비 2.2조 순증



여야는 2일 국회 본청에서 본회의를 열고 558조원 규모의 2021년도 예산안을 의결했다. 재석의원 287명 중 249명이 찬성했다. 반대는 26명, 기권은 12명으로 집계됐다. 내년도 기금운용계획안에도 재석 278명 중 245명이 찬성했다.

정부안과 비교해 국회에서 증액된 예산은 7조5000억원이다. 감액된 예산은 5조3000억원이다.

코로나19 관련 예산이 대거 증액됐다. 여야는 전날 합의한대로 코로나19(COVID-19) 맞춤형 피해지원 예산 3조원과 백신 구입 예산 9000억원 등을 늘렸다. 

코로나19 예방접종 사업 예산은 4400만명 분의 물량에 해당한다. 35개 지방의료원의 노후의료장비를 현대화하고 코로나19 감염병 대응 설비 구축을 하기 위한 예산 96억원도 늘렸다.

논란이 됐던 가덕도 신공항과 세종의사당 예산도 반영됐다. 가덕도 신공항 적정성 검토 연구용역비로 20억원을 증액했다. 세종의사당 설계비는 정부안보다 117억원을 증액해 총 147억원으로 확정했다. 의사당 문제는 법 개정이 수반될 수 있어 관련법이 마련되면 세종의사당 예산을 집행한다는 내용의 부대 의견이 달렸다. 

이 밖에 0~2세 영유아의 보육료 인상폭을 정부안보다 1%포인트 상향 조정한 4%로 결정했고, 3~5세 유아교육비는 정부안보다 2만원 인상한 26만원으로 정리했다.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2021년도 예산안이 가결되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한국판 뉴딜사업 중 0.5~0.6조 감액



정부안 대비 감액 사업은 통상 사업 중에서 사업 집행에 여건이 바뀐 사업을 중심으로 조정했다. 감액 심사에서 쟁점이 됐던 지역사랑상품권 사업(15조원)은 감액 없이 정부안을 유지했다.

한국판뉴딜 사업은 정부안(21조3000억원)에서 5000억~6000억원 가량 감액했다는 것이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설명이다. 국민의힘은 한국판뉴딜 예산의 대폭 삭감을 주장해왔다.

정부안 대비 순증이 이뤄지면서 국가채무는 956조원으로 정부안 대비 3조5000억원 늘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7.3%다. 순증 규모보다 국가 채무가 더 많이 늘어난 것은 기금 전용이 불가능한 구조 때문이다.

재난지원금은 목적예비비에 3조원을 담았다. 구체적인 지급시점과 지원대상, 지급금액, 지원방법은 코로나19 전개 양상을 보면서 정부와 협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내년 설 연휴 이전 지급이 목표다.



여야 예산안 '합의' 처리…6년만에 '헌법' 지켰다



이로써 국회는 6년만에 헌법이 규정한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을 지키게 됐다. 마지막으로 법정 기한이 지켜진 것은 2015년 회계연도 예산안을 처리했던 2014년이다.

헌법 제54조 2항에 따르면 국회는 회계연도 개시 30일전까지 예산안을 의결해야 한다. 즉 국회는 회계연도 개시일(매해 1월1일)의 30일 전인 전년도 12월2일까지 예산안을 처리해야 하나 대체로 지켜지지 않았다. 여야가 정기국회 막바지에 쟁점 현안 등을 놓고 격렬히 대립하는 와중에 예산안 처리도 늦어지기 일쑤였다. 법정 시한을 넘기더라도 별다른 제재가 없는 점도 이유다. 

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제382회 국회 정기회에서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왼쪽)가 대화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싸우더라도…민생법안 등 104개 안건 '합의 처리'



민생 법안도 잇달아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여야가 이날 합의 처리한 안건만 104건이다. 여야가 정쟁 국면에 돌입하면 비쟁점 안건까지 통과시키지 못했던 과거와 달라졌다는 평가다.

여야는 이날 종합소득 과세표준 기준 10억원 이상 초고소득자의 소득세율을 현행 42%에서 45%까지 높이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과세표준 5억원 초과분에 42% 세율을 일괄 적용하는 현행 제도에 비해 과세구간을 세분화하고 최고 세율을 더 높였다.

‘한국판 뉴딜펀드’ 투자자의 배당소득 중 2억원 이하에 9%의 원천징수세율을 적용하고 분리과세 혜택을 주는 조세제한특별법(조특법) 개정안도 처리했다. 또 2022년부터 250만원 이상의 가상화폐 소득을 올린 투자자에게서 20%의 단일세율 과세하는 내용도 조특법에 담았다.

관심을 모았던 감염병예방법(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 개정안도 의결했다. 코로나19(COVID-19) 등 감염병 위기 경보가 ‘심각 단계’에 이르면 한시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내용이다.

이 외에도 △성범죄자의 교사 자격 취득을 금지하는 초·중등교육법 및 유아교육법 개정안 △성폭력·성범죄 사건으로 징계를 받으면 일정기간 담임 교사가 되지 못하도록 하는 교육공무원법·사립학교법 개정안 △부모가 아동학대 가해자인 것으로 강하게 의심되는 경우 등에 아동을 부모로부터 즉시 분리하는 아동복지법 개정안 등도 합의 처리했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국회가 헌법과 국회법이 정한 의무를 준수함으로써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일에 한걸음 나아간 것에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헌법을 준수해 예산을 처리하는 전통이 계속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새해 예산안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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