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도 못 버틴 野 '저항'…다시보는 '18대0 뼈아픔'

[the300]

박종진 기자 l 2020.12.08 14:29
(서울=뉴스1) 성동훈 기자 = 윤호중 법사위원장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키려 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항의하고 있다. 2020.12.8/뉴스1


"18대0, 다시 한번 뼈아프다" (국민의힘 관계자)

18개 모든 상임위원장 자리를 여당이 독식한 제21대 국회 구도가 새삼 조명받는다.

더불어민주당의 쟁점법안 강행 처리에 맞서 국민의힘이 내세운 안건조정위원회가 고작 24시간도 안돼 무력해진 탓이다.

8일 쟁점법안을 심의하는 각 상임위에서는 국민의힘의 요청에 따라 안건조정위원회가 구성돼 회의가 열렸지만 의결 정족수(2/3 이상, 6명 중 4명)에서 밀려 하루를 버티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안건조정위는 야당이 상임위 단계에서 여당의 법안처리를 지연시키고 협상 시간을 벌 수 있는 대표적 카드다. 국회법에 따르면 안건조정위는 이견이 있는 법안 등에 대해 6명(여야 각 3명)의 위원을 구성해 최대 90일간 논의를 이어가게 된다.

하지만 2/3 이상 의결로 90일 내에 얼마든지 논의를 끝내고 상임위 전체회의로 해당 안건을 넘길 수 있다. 문제는 야당 3명 중 비교섭단체 몫을 상임위원장이 선임한다는 것이다. 민주당 3명, 국민의힘 2명, 친여성향 비교섭단체 의원 1명으로 안건조정위를 구성하면 형식적으로 여야 3대3 규정은 지키면서도 의결에서는 '4대2'로 통과가 가능하다.

당장 이날 오전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안건조정위에서는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이 민주당 의원들과 합세해 '4대2'로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을 의결해버렸다.

다른 상임위 안건조정위에서도 '4대2' 구도는 마찬가지다. 경제3법 중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그리고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 연장 등을 정하는 사참위법(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을 의결할 정무위원회에서는 배진교 정의당 의원이 야당 몫 안건조정위원으로 선임됐다.

ILO(국제노동기구) 협약 관련 노조법 등 41개 안건에 모두 안건조정위 신청이 걸린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역시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안건조정위원으로 참여한다.

이 같은 구성이 가능한 것은 결국 18개 모든 상임위원장을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뉴스1) 성동훈 기자 = 더불어민주당 법사위원들이 8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기립하여 찬성하고 있다. 2020.12.8/뉴스1


18대 0 구도는 법사위원장 자리에서 비롯됐다. 제21대 국회 원 구성 협상에서 통상 야당 몫으로 여겨졌던 법사위원장을 민주당이 가져가겠다고 하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등 지도부는 강하게 반발하며 "차라리 18개 상임위원장 다 가져가라"고 했다. 대다수 소속의원들도 몇 개 구걸하듯 가져오느니 안 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만약 관례대로 법사위원장 자리를 야당이 차지하고 있었으면 지금처럼 여당이 공수처법을 강행 처리할 수는 없었다.

여당이 법사위를 차지하는 대신 내주겠다고 제안했던 7개 상임위원장 자리(예결위, 국토위, 정무위, 농해수위, 문체위, 환노위, 교육위)를 야당이 받았더라면 정무위, 환노위 등에서 좀더 시간을 벌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야당 정무위원장과 환노위원장이 안건조정위 비교섭단체 야당 위원으로 각각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이나 박덕흠 무소속 의원 등을 선임할 경우 최장 90일 동안 해당 법안들은 안건조정위 단계에서 묶이게 된다.

야권 관계자는 "18대0이 됐을 때부터 이미 각오했던 일들이지만 새삼 여당의 입법 독주에 맞닥뜨려보니 무력감이 더하다"며 "국민들께서 현명하게 판단하실 수 있도록 최대한 있는 그대로 국회 상황을 알리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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