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3법 與의 '셀프 양보안'…"완화해봐야 법 자체가 문제"

[the300]

박종진 기자, 서진욱 기자 l 2020.12.08 18:31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윤호중 위원장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키려하자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항의하고 있다. 2020.12.8/뉴스1


"비록 단독 처리지만 합의 처리한 수준 이상으로 반대 여론을 반영하겠다" (더불어민주당 핵심관계자)

"아무리 완화해봐야 법안 자체가 문제다" (경제단체 관계자)

경제3법(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이 결국 더불어민주당주도로 8일 강행 처리 수순을 밟고 있다.

여당은 소관 상임위 법안소위에서 논의를 한창 시작하는 단계에서 급작스럽게 단독 표결을 추진했다. 개혁법안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지도부의 판단에 따라서다.

날치기라며 강하게 항의하는 야당이 아니더라도 경제 관련 법안을 성급히 처리했을 때 부작용은 민주당 의원들도 모르지 않는다.

한 여권 정책통은 "합의처리가 전제되지 않으면 기존 방침에서 상당히 후퇴하는 안이 될 수밖에 없다"며 "이해관계자가 얽힌 경제 법안은 부담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민주당, 3%룰 완화-전속고발권 폐지 수정 등 '양보안' 내놔



경제3법은 민주당에서는 '공정경제3법'으로 부르지만 야권과 재계에서는 '기업규제3법'으로 부를 정도로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왔다.

민주당은 반대 여론을 의식해 이날 이른바 '셀프 양보안'에 해당하는 수정안을 내놔 법사위(상법 개정안)에서는 통과시켰고 정무위(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에서는 오후 6시20분 현재 안건조정위 절차를 밟고 있다.

상법 개정안에서 소위 '3%룰'(감사위원 선출시 최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 적용을 완화하고 공정거래법 개정안에서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를 사실상 없애는 방향 등이 골자다.

민주당은 감사위원 분리 선출에 적용하는 '3%룰'을 감사위원의 사내·사외이사 여부에 따라 달리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사내·사외이사 여부를 구분하지 않고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합산 지분을 3%로 제한하는 정부안보다 다소 완화됐다.

개정안은 내부인에 해당하는 사내이사의 감사위원 선출때는 최대주주·특수관계인 지분을 합쳐서 3% 의결권만 인정하되, 일반 주주에 대해서도 3%룰을 적용한다. 사외이사의 경우 현행 상법처럼 일반 주주뿐 아니라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도 따로 3%씩 인정한다.

삼성 등과 같이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여러 명인 기업이 혜택을 볼 수 있다.

(서울=뉴스1) 성동훈 기자 = 정무위원회 국민의힘 성일종 간사 등 의원들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2020.12.7/뉴스1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다중대표소송제에서도 소송이 남발될 수 있다는 재계 우려를 반영해 자격 요건을 대폭 높였다. 상장사는 지분 0.5% 이상과 6개월 이상 보유 주주여야 한다. 비상장사는 지분 1%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 정부안의 지분 요건은 상장사 0.01%, 비상장사 1%였다.

다중대표소송의 대상이 되는 자회사 요건은 모회사의 50% 초과 지분 확보다. 제소 이후 자회사 지분이 50% 이하로 감소해도 제소 효력은 유지된다. 다만 모회사가 지분 전량을 처분했을 경우에는 제외한다.

공정거래법에서는 논란이 됐던 공정위의 전속고발권(경쟁법 관련 사항 등은 공정위의 고발로만 검찰이 기소할 수 있는 제도) 폐지를 없애는 방향으로 잡았다. 검찰의 별건 수사 등으로 기업활동이 제약받을 것이란 재계의 걱정을 반영했다.

지분율 요건을 현행 20%에서 30%로 높이는 지주사 체제 조건 강화, 사익 편취(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을 최대주주 지분율 30%(상장사 기준)에서 20%로 낮춰 확대하는 안, 공익법인의 의결권을 단계적으로 낮춰 15%까지 제한하는 안 등은 기존 정부 안을 골자로 한다. 



재계는 여전히 '불만'…"의결권 제한 등 법 자체가 문제"



금융그룹감독법은 금융자산 5조원 이상 복합금융그룹 중 금융지주, 국책은행 등을 뺀 금융그룹을 감독 대상으로 지정하는 내용이다.

금융그룹감독법이 제정되면 금융지주가 아닌 일반 대기업들도 계열사가 2개 이상의 금융업을 영위하고 있으면서 소속 금융회사의 자산 총액이 5조원을 넘으면 금융그룹으로 지정돼 별도 감독을 받는다. 삼성, 현대차, 한화 등 6개 그룹이 대상이다.

한편 재계는 이 같은 민주당의 수정에도 불구하고 궁극적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3%룰의 경우 합산이 아닌 개별방식으로 완화해도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1~2명으로 단순한 대다수 기업들은 혜택을 받을 수 없고 무엇보다 최대주주 의결권을 제한한다는 발상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공정거래법에서도 지주사 요건 강화나 사익 편취 규제 강화 등이 불필요한 비용 증가를 유발해 정상적 기업활동조차 위축되게 한다고 비판한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이번에 도입하는 제도 상당수가 해외에서는 비슷한 사례를 찾을 수 없는 규제"라며 "차등의결권 등 경영권 보호장치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기업에 불리한 법만 자꾸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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