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국회서…與 "하기 싫으면 나가" vs 野 "안 부끄럽나"

[the300]

박종진 기자 l 2020.12.09 06:02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7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진행된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금융그룹 감독법, 공정거래법' 등 안건 변경 상정에 대한 표결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손을 들어 반대하는 반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찬성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2.07. photo@newsis.com


첨예한 여야 대립 속에서도 좀처럼 고성과 막말이 나오지 않던 '신사 상임위' 국회 정무위원회조차도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정국에서는 별 수 없었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공수처법과 함께 경제3법(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등 다른 주요 쟁점법안들까지 강행 처리를 지시하자 충돌이 벌어졌다.

상법 개정안·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 등은 기업활동 전반을 규제하는 법이다. 다뤄야 할 내용이 방대하다. 이해관계는 첨예하다. 정상적인 상임위 논의를 거치면 연내 처리는 어렵다는 게 여야 경제통 의원들 사이에 일반적 인식이었다.

하지만 공수처를 앞세운 청와대와 여당의 강공에 휘말리자 경제3법도 급물살을 탔다. 민주당의 강행이 가시화되자 야당은 안건조정위 신청으로 맞섰지만 8일 단 하루 만에 무력화됐다. 의결 정족수(2/3 이상)에서 밀린 탓이다.

8일 밤 정무위 전체회의가 열리자 야당 의원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법안소위에서 제대로 논의도 되지 않은 법들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여당을 향해 분통을 터트렸다.

성일종 국민의힘 간사는 "참으로 부끄럽고 같은 국회의원으로서 심한 자괴감이 든다"며 "민주당은 '민주'자를 쓰는데 정말 민주주의를 하는 게 맞느냐"고 따졌다.

성 간사는 "민주화 운동 하신 분들이 맞느냐. 국민 (보기에) 부끄럽지 않느냐. 본 의원이 볼 때 거짓과 위선에 가득 차서 정파적 이익에 매몰돼 있는 사람들로 보였다"며 "오늘 보여준 민주당의 행태는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3선의 유의동 의원은 민주당이 안건조정위 취지를 훼손한 점, 민주주의 합의 정신을 파괴한 점, 법치주의 안정성을 무너뜨린 점 등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비판했다.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 회의실 앞에서 더불어민주당의 합의없는 법안처리 시도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12.7/뉴스1


초선이지만 자신감 있는 어투를 내세워온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발언할 때쯤 양측의 긴장감은 정점에 이르렀다.

강 의원이 "안 부끄럽습니까"라며 민주당 의원들을 강하게 성토하자 전재수 민주당 의원이 "해도 너무 하잖느냐. 그만하시라"고 맞받았다.

전 의원은 "어디서 민주주의를 함부로 이름 올리고 그러느냐"고도 말했다. 야당 의원들이 연이어 민주당이 민주주의를 파괴했다는 취지로 발언하자 강한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다.

강 의원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항의했고 순식간에 여야 의원들의 고성이 회의장을 가득 채웠다.

이 과정에서 전 의원은 야당을 향해 "하기 싫으면 나가라고. 같은 말을 왜 계속 하냐고"라고 말했고 강 의원은 "동료 의원이 말하고 있는데 뭐하는 거냐. 발언권을 얻었냐"고 받아쳤다.

양측에서 반말 섞인 비난이 빗발치자 윤관석 정무위원장과 동료 의원들이 나서 장내는 겨우 진정됐다.

이날 전체회의에서는 사참위법(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등이 모두 민주당 주도로 의결됐다.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하는 등 재계의 우려를 일부 반영했지만 여전히 경제단체 등은 외국에 없는 기형적 규제가 많다고 반발하고 있다.

해당 법안들은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를 거쳐 9일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합법적 의사진행방해)를 신청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 역시 잠시 시간을 벌 수 있을 뿐 법안 처리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