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말 뻔한 입법전쟁 끝, 대본 없는 선거드라마 시작

[the300]

박종진 기자 l 2020.12.14 18:38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0.12.14/뉴스1


6일간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끝으로 연말 여야의 입법전쟁이 일단락된다. 이제 보궐전쟁이다. 내년 4월7일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는 그 다음 해 대선의 전초전이다.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충돌로 정국은 얼어붙겠지만 선거를 향한 여야의 수 싸움은 뜨거워진다.

입법전쟁은 결말을 알고 보는 영화였다. 압도적 숫자 우위를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의 승리는 애초 확정적이었다. 필리버스터조차 종결 정족수(180석 이상)에 밀려 멈춰야 했던 국민의힘은 힘이 없었다.

선거전은 대본을 알 수 없는 드라마다. 의석이 승리를 보장하지 않는다. 최악으로 치닫는 코로나19(COVID-19) 사태와 "미쳤다"는 세간의 절규가 쏟아지는 부동산 대란 등 민생 이슈에서 누가 주도권을 잡느냐에 따라 힘의 균형추는 뒤집힌다.



요동치는 민심…서울-PK, 文 대통령 '부정평가' 62~69%까지 치솟아



민심은 어수선하다. 역대 최다 수준의 코로나19 신규 확진 수가 쏟아지는데 선진국들과 달리 백신 확보 여부는 불투명하다. 전국 곳곳으로 번지는 집값 급등세는 멈출 줄을 모르고 전세난도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여당으로서는 불리한 흐름이다. 여론조사에서 확연히 나타난다. 14일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부정평가는 58.2%까지 치솟고 긍정평가는 36.7%까지 떨어졌다. 취임 이후 각각 최고, 최저 수준이다.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곳에서는 민심 이반 조짐이 더 크다. 부산·울산·경남(PK)에서 문 대통령 부정평가는 68.6%, 서울에서는 62.3%로 조사됐다.

분위기가 반전될 가능성도 낮다. 곧 나올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결정,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등의 청문회 일정도 여권에 부담이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상황이 좋아질 수 있는 게 없다"며 "부동산 문제가 당장 호전될 것 같지는 않고 코로나도 백신이 없는 상태에서 거리두기 3단계로 올리면 경제충격이 매우 커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1, 2차 대유행 때는 신천지나 광화문 집회로 책임을 돌릴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러지도 못한다"며 "(정권 지지의 핵심이었던) K방역을 잘했다는 응답도 지난주 갤럽(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고)에서 56%까지 떨어졌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국민의힘 의원들이 1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국정원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종결 찬반 투표를 앞두고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2020.12.13/뉴스1




정당 지지율은 힘 못쓰는 국민의힘, 여전히 유력후보는 '안갯속'



그러나 야당이 유리하다고는 볼 수도 없다. 국민의 고통은 정권에 대한 비판과 불만으로 직결되지만 그렇다고 야당 지지로 곧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문 대통령의 부정평가와 긍정평가 간에 격차가 점점 벌어져도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에 지지율은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여론조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개 오차범위 내에 머무르거나 여전히 민주당이 앞선다.

야권의 소위 '인물난'과 무관치 않다. 윤석열 총장이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모든 야당 정치인들을 압도하는데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이 크게 오르기는 힘들다.

서울·부산시장 선거에서도 마찬가지다. 정치권에서는 야권 유력주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계속된다. 중진부터 소장파까지 여러 인사들이 출마선언을 했거나 준비 중이지만 관심이 집중되는 사람은 없다.

야권 관계자는 "거론되는 후보들은 무게감이 있으면 이미지가 이미 소진돼 버렸거나, 혹은 참신하면 확장성이 떨어지거나 인지도가 낮은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12.13/뉴스1




與, 배수진 친 우상호에 박영선·김영춘 등 유력 거론…野, 다수 후보군에 '새얼굴 변수'



서울시장 후보로 여당에서는 전날 우상호 의원이 출마선언을 했다. 시기를 저울질 하고 있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박주민 의원 등과 경쟁하는 구도다. 우 의원은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배수진을 쳤다. 현재로서는 박영선 장관이 우위에 있다는 평가가 많다. 

국민의힘에서는 이혜훈·이종구 전 의원, 김선동 전 사무총장, 조은희 서초구청장, 박춘희 전 송파구청장이 출마를 선언했다. 오신환 전 의원도 출마를 고민하고 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도 경선에 나설 수 있다. 나경원 전 원내대표와 오세훈 전 시장 등 여론조사에서 두각을 보이는 이들의 출마 여부도 관건이다. 

초선 중에 출마가 예상되는 인사들은 1970년대생인 윤희숙·김웅 의원이다. 국민의힘 초선그룹 '지금부터'의 여성·남성 의원 간사를 맡고 있는 이들은 여야 대치 정국에서 존재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

특히 윤 의원은 지난 12일 필리버스터 개인 최장기록(12시간47분)을 세웠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의원의 최장 필리버스터에 대해 서울시장 출마 결심을 굳히고 있는 신호로 보는 시각이 많다"고 밝혔다.

부산시장 후보로는 민주당에서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이 유력하다. 김해영 전 최고위원은 불출마를 선언했다. 국민의힘에서는 박형준 동아대 교수가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 가운데 이언주 전 의원도 높은 인지도를 보이고 있다. 가장 먼저 출마를 선언한 박민식 전 의원을 비롯해 유재중·이진복 전 의원 등이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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