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되기도 전 개정 논란 휩싸인 '누더기' 중대재해법

[the300]

서진욱 기자 l 2021.01.12 16:21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경제단체 간담회에서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등 6개 경제단체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경제단체장은 주 원내대표를 만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의 보완 입법을 요청했다. /사진=뉴스1.


'누더기법'으로 통과된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기도 전에 개정 논란에 휩싸였다. 국민의힘은 경제계 부담 완화를 위한 보완 입법을 천명했고,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법 제정을 둘러싼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여야 모두 합리적인 대안 도출에 실패한 점을 자인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국민의힘 "합의 처리 아냐… 경제계 타격 보완 입법해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2일 당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중대재해처벌법을) 졸속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다양한 현장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며 "그런 부분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전날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대한전문건설협회장 등 경제단체들과 만난 자리에선 "중대재해법은 합의된 법안이 아니다. 저희는 대부분 반대했다"고 주장했다. 입법 취지에 동의하고 졸속 입법을 막기 위해 법제사법위원회의 법안 심사에 참여했으나, 최종안에 국민의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과실과 책임을 부각하려는 의도지만, 상임위 논의 과정을 부정하는 발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본회의 표결에서 대거 반대 표를 던지거나 기권한 바 있다. 법사위원 6명 중에서 유상범, 전주혜 의원만 찬성했다.

경제단체들은 전날 중대재해법의 과잉 처벌 및 의무 부여 등에 대한 우려를 국민의힘에 전했다. 국민의힘은 여러 우려와 문제점을 반영한 보완 입법에 나설 방침이다. 최형두 원내대변인은 "경영계와 노동계 양쪽 모두의 항의를 받았지만 경영계도 노동계도 납득시키지 못한 법의 폐해는 결국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임은 명약관화 아닌가"라며 "통과된 법이라도 부작용이나 문제가 있으면 진솔하게 사과하고 보완해야 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김종철 정의당 대표가 지난 10일 오전 경기도 남양주 모란공원묘지 고 김용균 묘소에서 참배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민주당에서도 '이견' 지속… 시행 전 개정 이뤄지나


중대재해법을 주요 입법 과제로 처리한 민주당 내에서도 이견이 표출되고 있다. 원안에 비해 대폭 후퇴했다는 정의당과 노동계 주장에 동조하는 의원들의 유감 표명이다. 앞서 핵심 쟁점들에 대한 의견을 조율하지 못해 당론을 정하지 못한 것처럼 법안 처리 이후에도 혼란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마저 지난 8일 "여야가 의견을 고루 들어 조정하고 만장일치로 합의한 내용이다 보니 노동계와 경제계 양측의 반발을 받고 있다"며 "부족하지만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새로운 출발로 삼고 앞으로 계속 보완, 개선해 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향후 법 개정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대재해법을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면서 여야가 시행되기도 전에 개정 논의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연말부터 법사위에서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법안 처리까지 이뤄냈으나, 경제계와 노동계는 물론 국회에서도 지지받지 못하고 있어서다.

중대재해법은 공포 1년 뒤부터 시행된다. 상시 근로자 50명 미만 사업장의 경우 추가 유예기간 2년을 뒀다. 중대재해법은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를 규정하고 사업주, 경영책임자, 법인 등의 법적 책임을 명시했다. 법안 심사 과정에서 소상공인은 제외됐으나, 처벌 조항들의 기본 골격이 유지됐다. '4중 제재'(사업주·법인 처벌, 행정 제재, 징벌적 손해배상)라는 재계의 우려와 반발은 반영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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