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사면이 오히려 통합 해친다"…고개숙인 이낙연

[the300]이낙연이 지핀 '사면론'에 文대통령 '불가'

최경민 기자, 구민채 인턴기자, 권기표 인턴기자 l 2021.01.18 16:17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2020.11.16. scchoo@newsis.com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에 선을 그었다. 국민의 뜻과 맞지 않고, 오히려 국론을 분열시킬 수 있다는 명분을 앞세웠다. 국민통합을 위해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앞세웠던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리더십도 타격을 받게 됐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진행된 신년 기자회견에서 가장 먼저 '사면' 관련 질문을 받았다. 이 대표가 신년 인터뷰에서 거론한 사면론은 문 대통령이 지난 7일 신년 인사회에서 "올해는 통합의 해"라고 밝힌 이후 더욱 정치권에서 증폭돼 왔다. 문 대통령은 지난 11일 신년사에서 회복·도약과 함께 '포용'을 올해의 가치로 앞세우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이날 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말한 '포용'은 코로나19(COVID-19) 시대의 양극화·격차·불평등을 해소하는 그런 포용적인 회복이 중요하다라는 뜻에서 말한 것"이라고 했다. 경제 분야에서의 포용을 강조한 것이었지, 사면을 뜻하는 게 아니었다고 바로 잡은 것이다.

문 대통령은 "오늘 사면 문제가 가장 중요한 질문이 될 것이라고들 했기에, 고민을 많이 했다. 그냥 솔직히 제 생각을 말하기로 했다"라고 말한 후 '사면 불가론'을 설파했다. 거침없었지만, 때로는 중간중간에 뜸을 들이며 신중하게 말을 이어갔다.

문 대통령은 "두 분(이명박·박근혜) 모두 연세가 많고, 건강이 좋지 않다라는 말도 있어서 아주 걱정이 많이 된다"라면서도 "그래도 지금은 사면을 말할 때가 아니다"고 언급했다.

이어 "재판절차가 이제 막 끝났다. 엄청난 국정농단, 그리고 권력형 비리가 사실로 확인됐다"라며 "국가적 피해가 막심했다. 우리 국민들이 입은 고통이나 상처도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그래서 법원도 그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서 대단히 엄하고, 무거운 형벌을 선고했다"라며 "사면이 비록 대통령의 권한이긴 하지만, 선고가 끝나자 마자 돌아서서 사면을 말할 권리는 없다"고 설명했다.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이 '통합'의 길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과거의 잘못을 부정하고, 또 재판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차원에서 사면을 요구하는, 이런 움직임에 대해 국민들의 상식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저 역시 받아들이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또 "대전제는 국민들에게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들이 사면에 공감하지 않는다면, 사면은 통합의 방안이 될 수 없다"라며 "사면을 둘러싸고 또 다시 극심한 국론의 분열이 있다면, 그것은 통합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국민통합을 해치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힘을 줬다.

이명박(징역 17년)·박근혜(징역 20년) 전 대통령에 대한 최종 선고가 얼마 전에 났던 점, 두 전직 대통령의 사과나 반성이 부족했던 점, 사면을 통해 오히려 국론이 분열될 수 있는 점, 대다수 국민 여론이 사면에 부정적인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린 셈이다.

문 대통령은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만기출소했던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대한 특별사면과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동시에 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한 바 없다"고 밝혔다. 사면과 관련해 "언젠가 적절한 시기가 되면 아마도 더 깊은 고민을 해야 할 것"이라면서도 당장의 사면은 불가하다고 못박았다.

사면론 띄우기에 나섰던 이낙연 대표는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게 됐다. 여당 대표가 대통령의 의중과 정반대되는 사면론을 연초부터 불을 지핀 모양새가 연출됐기 때문이다. 사면론의 후폭풍으로, 여당 핵심 지지층의 반발을 사며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의 폭락을 겪었던 이 대표다.

여기에 문 대통령의 '사면 불가' 입장이 공식화되자, 여당 핵심 지지층은 이 대표에 대한 정치적 책임론까지 들고 나오는 중이다. 본인의 '통합 대선후보' 행보를 위해 '오버액션'을 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 대표는 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직후 "(사면과 관련한) 대통령의 뜻을 존중한다"고 짧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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