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재보선 준비 본격 돌입… 文 "당헌 개정 존중" 의도는?

[the300]

서진욱 기자, 정현수 기자 l 2021.01.18 17:05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온·오프 혼합 방식으로 열린 '2021 신년 기자회견'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여야가 본격적인 4·7 재보궐선거 준비에 돌입한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부산시장 후보를 내기 위한 더불어민주당의 당헌 개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보궐선거 승리를 위한 불가피성을 인정하면서, 서울시장 선거 출마가 유력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부담을 덜어줬다는 분석이다. 국민의힘은 후보 접수를 시작하며 당내 경선에 돌입했다.



文대통령 "당헌 개정 '존중'"… '출마 유력' 박영선, 부담 덜었다


문 대통령은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의 당헌 개정에 "헌법이 국민의 뜻에 따라 개정될 수 있듯이 당헌도 제가 대표 시절 만든 것이라고 해도 신성시될 수 없다"며 "당헌은 종이 문서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당원들의 전체 의사가 당헌이라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당원들이 당헌을 개정하고 후보를 내겠다고 결정한 것이기 때문에 민주당의 선택, 민주당 당원들의 선택에 대해 존중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1월 당 소속 공직자 잘못으로 재보궐선거를 하게 될 경우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당헌을 바꿨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폭력 사건이라는 민주당의 귀책사유가 명핵하나, 대선 전초전으로 꼽히는 재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기 위해서다. 해당 당헌은 문 대통령이 2015년 당 대표 시절 만들었다. 그동안 야권은 당헌 개정에 대한 문 대통령의 책임 있는 답변을 촉구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8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배민아카데미에서 열린 '상생협력을 통한 프로토콜 경제 실현' 자상한기업 업무 협약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날 문 대통령이 민주당의 결정에 대해 명확하게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박영선 장관의 의사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서울시장 출마를 위한 박 장관의 사의 표명은 개각과 맞물리기 때문에 문 대통령의 의중이 중요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민주당이 후보를 내는 것에 대해 존중하겠단 의사를 밝히면서, 박 장관이 감수해야 할 부담감을 덜었다는 분석이다.

박 장관은 이달 중 출마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만 밝힌 상태지만, 정치권에선 박 장관의 출마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인다. 이날 박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출마 여부는) 아마 곧 결정이 될 것"이라며 "제 맘대로 할 수 없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박 장관이 출마를 단행하게 되면 우상호 의원과 여당 후보를 놓고 양자 대결을 펼칠 전망이다.



후보 접수 시작한 국민의힘, '안철수 선긋기' 이어간다


나경원 국민의힘 전 의원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자 등록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국민의힘은 이날부터 재보궐선거 후보 접수를 시작했다. 서울시장 후보 경선의 경우 나경원 전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2강 구도'가 점쳐지는 가운데, 국민의힘 지도부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선긋기 전략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국민의힘 후보 접수 기한은 오는 21일까지다. 공직선거법상 피선거권이 있는 책임당원이어야 접수할 수 있다. 현재 당원이 아니더라도 절차를 거쳐 입당이 결정되면 자격이 주어진다.

이날까지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인사는 오 전 시장, 나경원·이혜훈·이종구·오신환 전 의원, 김선동 전 사무총장, 조은희 서초구청장, 박춘희 전 송파구청장, 김근식 경남대 교수, 김정기 전 상하이총영사 등 10명에 달한다.

공관위는 서류 심사, 대면 면접을 거쳐 28일 예비경선 진출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후 예비경선 후보들 중 4명의 본경선 진출자를 정한다. 경선 룰은 예비경선 당원 20%·시민 80%, 본경선 시민 100%로 정해졌다. 시민 여론조사 비중을 높이고, 본경선 여론조사에선 지지 정당을 묻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중적 인지도를 확보한 나 전 의원과 오 전 시장의 본경선 진출이 유력한 가운데, 여성 가산점과 정치신인 트랙이 나머지 진출자를 가릴 변수로 꼽힌다. 이번 경선에서 여성 가산점은 예비경선 20%, 본경선 10%로 정해졌다. 여성 후보인 이혜훈 전 의원, 조은희 서초구청장, 박춘희 전 송파구청장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

본경선 후보 4명 중 1명을 정치신인으로 배치하는 정치신인 트랙은 실제로 작동할지 여부가 미지수다. 정치신인에 해당하는 후보가 2명 이상일 때 작동하는데, 현재까지 출마를 선언한 정치신인은 김정기 전 영사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안 대표를 고려하지 않은 채 당 후보 경선에 집중하겠단 의사를 재차 밝혔다. 김 위원장은 "야권 단일화는 시기적으로 얘기할 때가 아니다"라며 "우리 당 후보가 확정되면 이후에 다른 시장 후보와 단일화를 얘기하는 것이지, 지금 계속 단일화를 얘기할 시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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