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사면·이재용 구속에 침묵하는 '국민의힘', 왜?

[the300]

박종진 기자, 박가영 기자 l 2021.01.18 18:18
(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서 열리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아 법정구속됐다. 2021.1.18/뉴스1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법정구속 등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두 사안에 국민의힘이 일절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온 종일 이목을 끈 현안에 여당은 즉각 공식 입장을 밝혔지만 제1야당이 침묵했다. 입장을 밝힐 이유도, 밝혀서 얻을 것도 없다는 판단에서다. 



민주당 "사면, 당 지도부 입장과 일치…정경유착 끊겠다" vs 국민의힘 '노 코멘트'



18일 오전에는 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이 진행됐고 첫 질문부터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언급했던 사면이 주제로 나왔다. 문 대통령은 "사면을 말할 때가 아니다"며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강조했다.

이날 오후에는 법원의 판결에 눈길이 쏠렸다. 이 부회장은 재계의 우려 등에도 불구하고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민주당은 민감한 사안인 만큼 당의 입장을 바로바로 내놨다. 사면에 대해서는 최인호 수석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연초에 당 지도부는 당사자의 진정한 반성과 국민 공감대가 중요하다는 의견을 모은 바 있다"며 "대통령의 말씀은 당 지도부의 입장과도 일치한다"고 말했다.

최 수석대변인은 이 부회장의 판결에도 논평을 내고 "정경유착이라는 부정부패의 연결고리를 끊어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6시 현재 대변인 명의의 논평 등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친박계(친박근혜계) 서병수 의원 등을 제외하면 당 중진들의 입장 표명도 찾기 어려웠다. 문 대통령의 입양 관련 언급, 경제정책, 대북외교 정책 등에 대해서는 비판적 평가를 쏟아냈지만 사면과 이 부회장 판결 등에는 입을 닫았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앞으로도 당 차원의 입장 표명은 따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성동훈 기자 =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1.1.18/뉴스1




사면? "대통령 판단할 문제" 이재용 부회장 구속? "입장 표명 안 하는 것도 정치적 메시지"



제1야당의 이 같은 태도는 입장을 밝히는 게 적절치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우선 사면의 경우 애초 여당 대표가 연초 제기한 이슈로서 야당이 나서 언급할 필요가 없다는 시각이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에도 기자들과 만나 사면 문제에 "그거야 대통령 스스로가 판단해서 얘기할 사안이라 내가 이러고 저러고 얘기할 입장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뚜렷한 입장을 정하기가 어렵다는 점이 바탕에 깔렸다. 적극적으로 사면을 요구하기에는 중도층을 포함해 사면에 부정적인 여론이 상당하다는 게 부담이다. 물론 전직 대통령들을 배출한 정당으로서 사면을 하지 말자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 부회장의 판결에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재계의 걱정과 경제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하면 보수야당으로서 판결을 환영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판결을 비판하면 '재벌 감싸기'라는 여권의 프레임(구도)에 또 한번 갇힌다.

또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사면 문제 등은 자꾸 언급해봐야 내부갈등이나 생겨서 이미 김종인 위원장이 우리가 논평할 게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며 "이 부회장 판결 등 현안에 아무런 입장 표명을 안 하는 것도 그 자체로 정치적 메시지"라고 말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사면은 대통령의 문제라서 리스크도 대통령이 져야하고 야당은 말 안 하는 게 맞는다"며 "이 부회장 판결에 대한 반응도 재벌개혁 필요성을 역설한 김종인 위원장 체제에서는 자연스러운 대응"이라고 평가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왼쪽)과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제공=뉴스1, 뉴시스




사면론 계속될듯…내년 대선후 당선인과 함께? '김영삼-김대중 모델'도 거론



한편 정치권에서는 이날 문 대통령이 사면 논의를 일단락지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어지는 대선정국 등에서 끊임없이 사면론이 거론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결국 문 대통령이 임기 내에 사면 문제를 매듭을 짓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문 대통령 역시 이날 기자회견에서 "언젠가 적절한 시기가 되면 아마도 더 깊은 고민을 해야 할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과거 1997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사면했던 '김영삼-김대중 모델'이 언급되기도 한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대선 직후 김대중 대통령 당선인과 만나 사면을 결정했다.

박성민 대표는 "문 대통령 본인의 임기 내에 해결 안 하고 넘어가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며 "길게 가면 1년 정도 지나서 다음 대통령 당선인과 함께 결정하는 방식인 '김영삼-김대중 모델'이 될 수도 있겠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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