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먼 선별지원…피해통계도, '특고' 소득자료도 없다

[the300](종합)

이원광 기자, 서진욱 기자, 김훈남 기자 l 2021.02.16 16:12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정부가 코로나19(COVID-19) 여파에 따른 대략적인 소상공인 피해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수고용직(특고)이 포함된 용역제공자 사업장 중 개별 소득 파악에 활용되는 과세자료를 당국에 제출하지 않은 곳도 92%에 달했다.

당장 다음달 소상공인과 특고 등 피해 계층을 중심으로 두텁게 선별 지원하겠다는 정부·여당의 방침에 우려가 높아지는 대목이다. 제대로 된 피해 현황과 소득 파악 없이 부실 지원이 이뤄질 것이라는 목소리다.



소상공인 피해현황 묻자 BSI로 답한 기재부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기획재정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기재부는 “소상공인 경기동향지수(BSI)를 통해 코로나19로 인한 소상공인 피해 정도를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추 의원이 소상공인 피해 현황과 향후 조사계획을 묻자 내놓은 답변이다.

BSI는 중소벤처기업부가 매달 발표하는 지표로 전국 소상공인 2400명을 대상으로 경기전반·매출·자금사정·재고·고용에 대한 체감, 전망 응답을 수치화한 결과다. 실제 사업 실적이나 고용 변동에 근거하지 않은 경제심리지표 중 하나다. BSI가 100 미만이면 경기 악화, 100을 넘으면 경기 호전으로 해석한다. 올 1월 전망 BSI는 경기전반 89.8, 매출 89.5로 집계됐다.

소상공인 피해 정도를 BSI로 파악하고 있다는 기재부의 답변은 피해 추산 통계조차 없다는 뜻이다. 기재부는 진행 중인 조사나 향후 실시 여부도 밝히지 않았다. 앞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차 지원금의 적재적소 지원 방침을 밝혔으나, 이를 위한 대략적인 통계 기반조차 없어 ‘공염불’에 그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추 의원은 “적재적소 지원을 할 수 있는 근거조차 없는 상황에서 3월 내 지급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재정낭비를 초래할 뿐 아니라, 실제 피해가 막심한 소상공인들에 대한 집중 지원도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 홍효식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추경호 미래통합당 의원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0.09.01. photo@newsis.com





사업장, 용역제공자 과세자료 제출 비율 7.6%



과세당국이 특고 종사자의 실제 소득 수준과 추이를 파악하는 데에도 애를 먹는 것으로 파악됐다.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특고 등 용역제공자 관련 사업장 1만2763곳 중 과세자료를 제출한 곳은 964곳(7.6%)에 그쳤다.
(관련기사☞ [단독]갈길 먼 선별지원…사업장 92%, '특고' 소득자료 안낸다)

소득세법 173조에 따르면 용역제공자에 사업장을 제공하거나 용역을 알선·중개하는 자는 매해 2월말까지 용역제공자의 과세자료를 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같은 법 시행령에 따라 대리운전 기사, 소포배달원, 간병인, 골프장경기보조원, 가사도우미, 수하물운반원, 중고자동차판매원, 욕실종사원 등이 적용 대상으로 16만2000명 규모로 국세청은 파악하고 있다.

근거 없는 묻지마식 지원이 이뤄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당정은 소득 파악이 어려운 특고 종사자, 플랫폼노동자, 노점상 등 상당수가 지원 사각지대에 놓였다며 4차 재난지원금을 통해 이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7% 수준의 과세자료 제출 비율을 고려하면 고소득 특고 종사자가 4차 재난지원금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피해계층을 집중 지원한다는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10월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관세청·조달청·통계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강신욱 통계청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피해현황·소득파악 없는데…"피해 계층 두텁게 지원, 사각지대 해소"


상황이 이러한데도 정부는 다음달 피해·취약 계층을 중심으로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추진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다음달초까지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을 국회 제출하는 등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당정이 선별 지원 대상을 ‘더 넓고, 더 두텁게’ 한다는 방침을 고려하면 4차 재난지원금 규모가 15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당정은 △소상공인 대상 2·3차 재난지원금 지급 기준이었던 ‘연매출 4억 이하’ 상향 △3차 재난지원금(소상공인 100만~300만원) 대비 지급액 인상 △플랫폼노동자 등 특고, 노점상 등 신규 유입 등을 검토 중이다.

홍남기 부총리는 “정부가 3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있고 일부는 3월이 돼야 끝난다”면서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방역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피해계층에 대한 추가 지원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선별 지원 방침도 재확인했다. 홍 부총리는 “이번에는 피해 계층을 두텁게 (지원하고)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것을 중심으로 한다”며 추경 규모에 대한 질의에는 “현재 검토 중이라 말하기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연매출 4억원 이상 자영업자에 대한 재난지원금 지급 방침도 공식화했다. 홍 부총리는 “(연매출이) 4억원을 넘더라도, 고통받는 계층을 (지원대상에) 추가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매출 10억원 이하 소상공인도 어렵다고 하니 (지원을) 하려고 검토 중”이라고 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