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中企 기술탈취 손배법' 처리 임박…재계 반발 불가피

[the300]

이정혁 기자 l 2021.02.25 16:07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이 이감규 LG전자 부사장(왼쪽)에게 '구광모 LG회장에게 보내는 서한'을 전달했다. /사진=송갑석 의원실

대기업이 협력사 등 중소기업의 특허를 탈취할 경우 최대 3배를 배상하게끔 강제하는 법안의 처리가 임박했다. 여당이 주도하는 이른바 '중기기술탈취손배법'은 야당도 공감을 표하고 있어 내달 국회 통과가 유력시된다.

그동안 이 법안을 둘러싸고 징벌적손해배상액을 10배로 크게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오히려 대·중소기업 간 협력을 저해한다는 우려가 팽팽했던 만큼 시행 초기 산업계 현장의 일부 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2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에 따르면, 산자위는 내달 초 소위를 열고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정부안)을 처음 논의한다.

법안은 대기업이 거래 중소기업에서 기술자료를 제공받을 경우 '표준비밀유지계약'을 맺도록 의무화하고 대기업이 기술자료를 부당하게 사용해 중소기업에 피해를 주면 그 금액의 최대 3배를 배상하도록 명시했다. 특히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기술탈취로 손해를 보게 되면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할 때 입증 책임 부담을 크게 완화했다.

이 법안은 당정청 핵심 국정과제이지만 야당도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산자위 안팎에서는 다음 달 국회 통과는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

산자위 소속 이장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5~2019년) 중소기업의 기술탈취 규모는 4346억원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KDI(한국개발연구원)는 손해배상 금액 배수를 최대 10배 이상으로 높이고 신고 기피도와 입증 난도에 따라 배상 배수의 차등 적용을 강조한 바 있다.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에 '대기업 입증 책임 강화' 등에 반대 의견을 전달한 재계는 지나친 정부 개입으로 국내 기업의 경쟁력 저하를 우려한다. 이번 법안 외에도 △하도급법 △중소기업기술보호지원법 △부정경쟁방지법 등에도 기술 유용 규제가 다수 들어가 있기 때문에 사실상 '중복 규제'라는 입장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매출 상위 30대 기업 중 협력사 기술 지원에 나선 기업은 21개사(91.3%), 기술보호 활동을 강조한 기업은 19개사(82.6%)로 나타났다고 최근 발표했다. 실제 삼성전자는 협성회(삼성전자 협력회사 협의회)에 2015년부터 현재까지 글로벌 특허 2만7000건을 협력사에 무상 개방했다.

재계 안팎에서는 중기기술탈취손배법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대·중소기업 간 자발적 상생협력 분위기에 일부 영향이 미칠 것으로 우려한다. 여당의 이익공유제 법제화 추진과 맞물려 또 다른 규제를 양산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법안의 취지에는 일부 공감하지만 다른 법안과 함께 2중, 3중 규제로 작용할 것"이라면서 "산업계 현장에서 당분간 혼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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