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 탄소중립 목표엔 '공감대'…업계 "사형선고" 호소

[the300]

권혜민 기자 l 2021.02.25 16:25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즈 주한 유럽연합 대사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탄소중립이행법안 마련을 위한 입법 공청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02.25. photocdj@newsis.com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뒷받침할 기본법 성격의 '탄소중립이행법안' 제정 논의가 첫발을 뗐다. 2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개최한 입법 공청회에서 전문가와 이해관계자들은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위기 대응이 시급한 과제라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동시에 탄소중립사회 이행 과정에서 피해가 예상되는 산업계와 노동계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탄소중립 없인 산업경쟁력 하락 우려…기본법 마련 필요"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린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송옥주 위원장이 물환경보전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에 대해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2021.02.25. photocdj@newsis.com


환노위는 이날 국회에서 '탄소중립이행법안 마련을 위한 입법 공청회'를 열고 △기후위기대응법안(안호영 의원 대표발의) △기후위기대응 기본법안(유의동) △탈탄소사회로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그린뉴딜정책 특별법안(심상정)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탈탄소사회 이행 기본법안(이소영) 등 4개 법안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모두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2050년 국가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0'으로 감축하는 목표를 명문화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이행계획 수립과 국가기후위기위원회 설치 등 구체적 시행 방안을 규정하는 내용이다.

진술인들은 모두 입법 필요성에는 의견을 같이했다. 이유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 지구적 환경문제 해결에 동참하는 의미에서 빨리 모든 경제·사회활동 기반을 저탄소 사회 이행 체제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는 당장 대외적 산업경쟁력 하락에 직면할 수도 있다"며 "조속한 탄소중립 이행 기본법안의 마련은 의미가 크다"고 했다.

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즈 EU(유럽연합) 대사도 "기후 행동은 코로나19(COVID-19) 위기 이전 보다 더욱 시급한 현안이 됐다"며 "EU(유럽연합)와 마찬가지로 한국이 탄소중립 목표를 법제화하고 야심찬 새로운 2030 국가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설정할 것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그는 EU의 중장기 성장전략인 유럽 그린딜(Green Deal) 관련 법안인 '유럽 기후법'을 소개하며 "EU 회원국들의 적응 전략에 대한 법적 근거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온실가스 감축 유도를 위해 '탄소세' 부과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화석에너지 사용에 비례해 세금을 부과하고, 이를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필요한 재원으로 사용하자는 내용이다. 강찬수 중앙일보 환경전문기자는 "배출권거래제 만으론 탄소중립 달성 동력이 부족하다. 탄소세 도입이 필요하다"며 "탄소중립 달성에 필요한 재원을 기금이 아닌 탄소세로 충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화석연료 산업 일자리 줄어드는데…'정의로운 전환' 어떻게?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서울환경연합 회원들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38년 가동된 삼천포 1,2호기 폐쇄 환영! 미세먼지, 온실가스 주범 석탄발전소 2030년 퇴출하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04.29. dadazon@newsis.com


탄소중립 실천 과정에서 피해가 예상되는 산업 노동자나 지역주민을 보호해야 한다는 '정의로운 전환'에 대한 논의도 집중됐다. 노동계에선 탈탄소사회로 이행을 위한 사회적 대화 과정에서 노조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태섭 한국노총 공공노련 정책기획실장은 "재생에너지로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하지만 전통에너지 분야에서 줄어드는 일자리를 감안해야 한다"며 "한국도 독일의 탈석탄위원회처럼 이해관계자가 참여해 갈등을 해결하고 성공적 에너지전환을 이룰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성식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정책기획실장 역시 "정의로운 전환이 중요한 가치"라며 "기후위기위원회 등에 노동계가 참여하는 거버넌스를 구성하는 내용을 법안에 포함시켜 달라"고 했다.

산업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이날 중소기업계 대표로 참석한 정욱조 중소기업중앙회 혁신성장본부장은 "법안 제정 시 산업계 특히, 중소기업계 의견을 폭 넓게 수렴해달라"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산업현장의 현실을 고려해 기업 규모에 따른 단계적인 법 시행과 규제 이행 기업에 대한 금융·세제 등 인센티브 부여를 요구했다. 그는 "부득이하게 탄소를 배출할 수밖에 없는 시멘트·석회석 등 업종은 '탄소배출 제로' 목표에 도달하려면 사업전환을 해야 한다. 일자리 창출 지원책도 마련해달라"고 덧붙였다.

탈탄소 정책으로 퇴출 대상이 된 내연기관차 정비를 주로 담당하는 지병구 한국자동차전문정비사업조합연합회 회장 권한대행도 "법 제정취지에 적극 공감한다"면서도 "저희 업종은 사형선고를 받아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기차 보급 확대로 정비 수요가 줄었고 정비업 종사자 대부분 준비가 매우 미흡하다"며 대책을 호소했다. 

해당 법안의 조속한 처리가 필요하다고 보는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논의 내용을 토대로 3월 임시국회부터 법안 심사를 본격화한다는 입장이다. 이 과정에선 야당의 협조 여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야당 간사인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공청회 도중 "노동계는 노동계 대로, 중소기업은 중소기업 대로 문제점을 제기하고 우려를 많이 하고 있다"며 여당 의원들을 향해 "추후에 이 법을 졸속으로 밀어붙일 생각을 말고 다시 한번 각 계층의 애로, 고충을 듣고 나서 여야가 합의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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