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희·오신환··박성훈… 졌지만 '野 기대주'로 부상

[the300]

서진욱 기자 l 2021.03.04 17:12
국민의힘 4·7 재보궐선거 경선에 나섰던 조은희 서초구청장, 박성훈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오신환 전 의원(왼쪽부터). /사진=뉴스1.


오세훈 전 서울시장(서울)과 박형준 동아대 교수(부산)의 승리로 돌아간 국민의힘 4·7 보궐선거 후보 경선은 초반부터 기성정치인들의 경쟁구도로 흘러갔다. 결과적으로 경험과 경륜을 갖춘 후보들이 시민들의 선택을 받았으나, 추후 행보가 기대되는 정치인들을 발견한 점도 큰 성과로 꼽힌다. 조은희 서초구청장과 박성훈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오신환 전 의원은 이번 경선을 통해 인지도를 넓히고 정치역량을 키우는 성과를 거뒀다.



'정책 역량' 알린 조은희, '존재감' 키운 오신환


조은희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지난달 16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서울을 바꾸는힘 제1차 맞수토론'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사진=뉴스1.


국민의힘이 4일 발표한 서울시장 후보 경선 결과를 보면 오세훈 후보 41.64%, 나경원 전 의원 36.31%, 조 구청장 16.47%, 오 전 의원 10.39% 득표율을 기록했다.

조 구청장은 현직 지방자치단체장 신분으로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공직선거법상 제약에도 의미 있는 3위를 차지했다. 조 구청장은 언론 인터뷰와 페이스북 메시지만으로 경선을 치렀다. 다양한 현장 일정을 소화하며 주요 공약을 효과적으로 알린 다른 후보들에 비해 절대적으로 불리했다.

조 구청장은 이날 "정말 어려운 여건 속에서 경선을 치러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며 "현직으로 당내 경선하는 데, 선거법이 고쳐야 할 게 너무 많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후보 경선에서 낙선했으나 '조은희표 정책' 성과는 분명하게 각인됐다. 조 구청장이 서초구에서 실현한 공유 어린이집, 횡단보도 그늘막, 청년 블록체인 칼리지 등 정책들은 경쟁 후보들마저 호평했다. 경선 과정에서 정책 능력이 부각되며 중앙정치 진출 기반을 다졌다는 평가다.

오세훈 후보는 선출 소감에서 "조 후보가 정말 자랑스럽다. 서초구에서 일을 잘해서 이렇게 높은 지지를 획득한 우리 당의 또 하나의 든든한 미래 자산"이라며 "저를 더 몰아붙일 수 있었지만 옛정을 생각해서 그렇게 하지 않은 것, 언젠가 갚아야 할 마음의 빚으로 한 켠에 쌓였다"고 평가했다. 오 후보와 조 구청장은 각각 서울시장, 정무부시장으로 호흡을 맞춘 인연이 있다.

오신환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지난달 16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서울을 바꾸는힘 제1차 맞수토론'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사진=뉴스1.


오신환 전 의원 역시 경선을 통해 존재감을 키웠다. 이번 경선이 유력 정치인으로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앞선 예비경선에서 오 전 의원의 본경선 진출은 작은 이변으로 받아들여졌다. 당원 동원력에서 다소 밀리지 않겠냐는 우려를 불식시켰다.

오 전 의원은 본경선 과정에서 뛰어난 토론 역량을 보여줬을 뿐 아니라, 청년 정책 이슈를 주도하며 차별화에 성공했다. 오 전 의원은 "여러분이 보내주신 과분한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앞으로 더욱 진중한 자세로 정진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며 "우리는 하나다. 시작부터 하나였고 지금도 하나이고 앞으로도 하나다"라고 말했다.



'정치신인' 박성훈, '경제전문·소신' 이미지 쌓다


박성훈 국민의힘 부산시장 경선후보가 지난달 18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KNN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부산시장 경선후보 2차 맞수토론'에 앞서 리허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부산에선 박성훈 전 부시장의 선전이 돋보였다. 박 전 부시장은 득표율 28.63%로 박형준 후보(54.4%)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지지를 얻었다. 박민식 전 의원과 단일화를 이룬 이언주 전 의원(21.54%)을 제치며,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를 거뒀다. 첫 선거에 나선 정치신인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고 지지층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세계은행 이코노미스트, 청와대·기획재정부 근무, 부산시 경제부시장 등 경력을 앞세워 '젊은 경제전문가' 이미지를 구축한 결과로 풀이된다.

박 전 부시장은 "불과 50여일 전 저는 일반인들이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다"며 "비롯 짧은 기간이었지만 진정성을 갖고 부산을 가꾸겠다는 꿈과 미래를 진정성 있게 전달할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의 정치는 이제 시작이다"며 "제가 펼쳐갈 부산의 미래를 끝까지 지켜봐 달라"고 덧붙였다.

경선을 완주하며 "낡은 여의도 문법을 버리겠다"는 소신에 맞는 행보를 보여줬다. 박 전 부시장은 경선 막판 이 전 의원, 박 전 의원과 3자 단일화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에 직면했다. 박 후보가 압도적인 지지도 1위를 달리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박 후보는 단일화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정치공학적 단일화는 없다"는 소신을 지킨 것이다. 결과적으로 자신이 내세운 '정치 세대교체'를 행동으로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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