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격 사퇴'… 4·7 보선 계산기 두드리는 정치권

[the300]

서진욱 기자, 이창섭 기자 l 2021.03.04 16:17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사진=뉴스1.


4·7 재보궐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퇴라는 돌발 변수가 터졌다. 사실상 윤 총장의 정계 진출 선언으로 해석되면서 재보궐 선거에도 상당한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윤 총장이 선거가 끝날 때까지 직접적인 정치 행보를 자제할 것으로 보이나, 재보궐 선거 국면에서 핵심 이슈로 부상했다는 분석이다.

윤 총장은 4일 오후 서울 대검찰청에서 "저는 오늘 총장을 사직하려 한다"며 "제가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와 국민을 보호하는 데 온 힘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반대를 앞세워 총장직을 던지면서 정계 진출을 시사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윤 총장의 사의를 수용했다.

당초 예상보다 윤 총장의 정계 진출 시점이 앞당겨지면서 재보궐선거의 '대선 전초전' 의미가 더욱 부각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야권의 대선주자로 꼽힌 윤 총장의 정계 진출과 서울·부산시장 선거 결과 모두 내년 3월 대선에 직접적인 변수이기 때문이다. '정권 심판론' 구도로 선거를 치르려는 야권이 문재인 정권의 실정을 부각할 수 있는 기회라는 해석이 나온다. 윤 총장이 사퇴한 결정적인 사유가 검찰개혁을 앞세운 정부 여당의 폭주이기 때문이다.

여당도 이를 의식한 듯 이날 사퇴한 윤 총장을 맹비난했다. 노웅래 최고위원은 “정치적 계산의 결과로 봐야 한다”며 “특히 오늘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이제 막 정해지자마자 돌연 사퇴 발표를 한 것은 ‘피해자 코스프레’인 동시에 이슈를 집중시켜 4월 보궐선거를 자신들 유리한 쪽으로 끌어가려는 ‘야당발(發) 기획 사퇴’를 충분히 의심케 한다”고 밝혔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에 맞서 "기획 축출"이라며 "(윤 총장을) 쫓아내기 위해 (여당이) 중대범죄수사청법을 만들고 집요하게 압박한 기획 축출의 결과 아니냐"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정권으로서는 앓던 이 빠진 것처럼 시원할지 모르겠지만 이 일로 인해 문 정권이 점점 더 수렁으로 들어가고 역사의 심판을 피할 수 없는 폭거의 사례로 남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된 오세훈 후보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서울·부산시장 후보 경선 결과 발표회에서 후보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일각에선 대중의 이목이 윤 총장으로 쏠리면서 야권 단일화 초점이 흐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오세훈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간 단일화 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점에 윤 총장 사퇴라는 돌발 변수가 터졌다. 윤 총장 사퇴와 후보 단일화의 직접적인 관련성이 떨어지나, 단일화 과정에서 윤 총장을 둘러싼 의제가 다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윤 총장이 이번 선거 국면에서 정치 행보에 나설 가능성은 매우 낮다. 당장 정치적 발언을 쏟아낸다면 '중수청 반대는 표면적인 이유고, 정치 욕심으로 총장직을 던졌다'는 비난에 휩싸일 수 있어서다. 때문에 윤 총장이 정치권과 거리두기를 이어가며 세력 규합을 모색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자기 정치 기반을 다지기 위한 사전 작업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처음부터 국민의힘과 같이 한다는 뉘앙스를 주는 게 윤 총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자신의 (정치적) 정체성을 선택하는 건 시간의 여지가 많은 문제다. 재보궐 선거 등 현안에 대한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혼자서 정치할 수밖에 없는 윤 총장 상황에선 야권 재편 과정에서 보수에 의한 옹립을 받는 게 최선"이라며 "그 시기가 언제가 최적인지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윤 총장은 선거 기간 내에 제3지대에 머무르면서 정치, 경제, 사회 등 다양한 메시지를 내놓을 것"이라며 "야당 입장에선 윤 총장의 사퇴가 선거에 임박해서 이뤄지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여당이 공들여 쌓았던 재난지원금이나 가덕도 등 이런 게 (윤 총장 사퇴로) 쓰나미처럼 무너지게 생겼다"며 "그런 부분에서 윤 총장이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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