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후보'는 없다?…이재명의 '문재인 마케팅' 숨은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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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광 기자 l 2021.03.04 21:00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3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경기도청 주관 경기도 국회의원 초청 정책협의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3.03. photo@newsis.com


이재명 경기지사가 4일 문재인 정부의 간판 정책으로 꼽히는 ‘그린 뉴딜’에 앞장섰다. 기본소득, 기본주택 등 차별화된 정책 발굴에 힘쓰는 이 지사가 ‘문재인표 정책’에는 적극 호응한 셈이다.

차기 대선주자 적합도 조사에서 ‘독주’하는 이 지사의 ‘문재인 마케팅’ 일환으로 풀이된다. 이른바 ‘제3주자론’의 기수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상황에서 여권 지지층을 선점한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제3주자론’의 공간을 좁히는 동시에 본격 대선 국면을 앞두고 여권 지지 기반을 공고히 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文대통령 박수 받은 '탄소중립'…이재명도 '경기도형 그린뉴딜'



이 지사는 4일 경기 수원시청에서 염태영 수원시장 겸 당 최고위원을 만나 ‘수소용품 검사지원센터’ 공동 유치를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그러면서 ‘경기도형 그린뉴딜’ 정책의 일환이라고 소개했다.

이 지사는 수원시와 협력해 미래신산업 육성과 고용 창출을 위해 수소용품 검사지원 센터를 유치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지원센터는 1만6500㎡ 규모에 달하는 수소용품 법적 검사 및 수소산업 안전 분야 핵심기관이다. 사업비는 국비와 지방비, 가스공사 지원 등 483억원에 달한다.

그린뉴딜 사업은 ‘한국판 뉴딜’의 한 축으로 문 대통령의 핵심 정책으로 꼽힌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국회에서 ‘2021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던 중 “그린 뉴딜에 8조원을 투자한다”며 “국제사회와 함께 기후 변화에 적극 대응하여 2050년 탄소 중립을 목표로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당 의원 대다수가 일어나 기립 박수를 쳤고 문 대통령은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그동안 이 지사가 자신의 ‘브랜드 정책’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는 점에서 이 지사의 이 같은 행보에 시선이 몰린다. 이 지사는 ‘기본소득’ 정책을 발굴한 데 이어 코로나19(COVID-19) 장기화 국면에서 선별 및 보편 지원 논쟁을 전국 단위 이슈로 끌어올리는 데에도 성공했다.

또 전날에는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경기도 국회의원 초청 정책협의회’를 열고 ‘기본주택’을 위한 입법도 당부했다. 임대 주택 공급에 저소득층과 중산층, 고소득층 등 구분을 두지 않고 보편적 주거권을 보장하는 내용이다. 이날 행사에는 의원 30여명이 함께 했다.

(서울=뉴스1) 국회사진취재단 =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3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경기도 국회의원 초청 정책협의회에서 참석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2021.3.3/뉴스1





윤석열에는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 검찰총장'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 지사는 윤석열 검찰총장에 ‘엄중 경고’했다. 최근 문재인 정부와 각을 세우는 윤 총장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검찰개혁 등을 둘러싼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지사는 전날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열린 경기도 국회의원과 정책협의회 후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이 윤 총장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임명직 공무원으로서 이 말씀에 들어있는 기준에 따라 행동해주면 좋겠다”며 “검찰이 없는 죄를 만들고 있는 죄를 덮는 과거의 검찰이 아니라 국가의 질서유지, 국민의 인권보장을 위해 제대로 기능하는 검찰로 거듭나게 하는 검찰개혁이란 과제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꼬집었다. 윤 총장은 4일 사퇴 의사를 나타냈다.

이 지사의 ‘문재인 마케팅’이 읽히는 대목이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반등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이른바 ‘제3주자론’의 기수가 등장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 지사가 ‘친문 지지층’으로 외연을 넓히고 여권의 대표 주자로 입지를 굳힐 공간이 창출되는 지점이다.



이재명에 '여당 지지층' 몰린다



실제 이 지사는 지지율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사가 실시한 ‘3월 1주차 전국지표조사’ 결과에 따르면 차기 대선주자 적합도 조사에서 이 지사는 1%p(포인트) 하락한 27%로 선두를 차지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12%)와 15%p 격차다.

특히 여당 지지층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같은 기간 민주당 지지층의 이 지사 적합도는 46%로 이 대표(27%)를 19%p 앞섰다. 이념성향별로도 진보층에서 이 지사는 적합도 46%를 기록하며 이 대표(19%)에 앞섰다. (해당 조사는 1~3일 전국 18세 이상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응답률은 28.2%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현직 대통령과 대립 구도를 형성하지 않으면서 ‘잠재적 리스크’도 최소화한다는 뜻도 읽힌다. 과거 여권 내 유력 대권주자들이 현직 대통령과 과도하게 각을 세우다가 힘을 잃었던 사례들이 거론된다.

여권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현재 잠재적 후보들을 응원하거나 지켜보는 상황으로 보인다. 이 지사를 가로 막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할 이유도 없고 그렇게 하지도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수원=뉴스1) 경기사진공동취재단 =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5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경기도 기본주택 컨퍼런스 개막식에 참석해 개회사를 하고 있다. 2021.2.25/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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