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최전선' 필수노동자의 호소, 국회는 답할까

권혜민 l 2021.03.16 15:44

21대 국회가 '필수노동자 보호법' 제정 논의를 시작한다. 보건의료, 돌봄서비스, 택배·배달, 환경미화 종사자 등 코로나19(COVID-19) 시대 '비대면' 일상을 가능하게 하는 필수 인력들을 보호·지원하기 위한 법이다.

16일 국회에 따르면 환경노동위원회는 오는 17일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필수노동자 보호법 관련 5개 법안을 상정·논의한다.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대표발의한 법안으로, △필수노동자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민형배) △필수노동자 보호법안(김영배) △필수노동자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송옥주) △필수노동자 보호 및 지원법안(이해식) △재난대응을 위한 필수업무 종사자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임종성) 등이다.

필수노동자는 재난 상황에서 국민 생명·안전과 사회 기능 유지를 위해 꼭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를 일컫는 용어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어지는 와중에도 대면 업무를 수행하는 필수노동자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커졌다.

감염위험 노출, 저임금, 고용 불안 등 이들의 취약한 업무 여건을 개선하고 국가가 나서서 보호·지원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뒤따랐다. 미국·영국·캐나다 등 일부 국가에선 필수노동자를 '에센셜 워커(Essential Worker)'로 칭하며 지원·우대정책을 펼치고 있다. 국내에서도 서울 성동구가 지난해 '필수노동자 보호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전국 최초로 제정·공포했다.

국회에선 지난해 11월부터 관련 법안이 잇따라 발의되기 시작했다. 현재 계류 중인 5개 제정안 모두 필수노동자(필수업무 종사자)의 정의와 이들을 보호·지원하기 위한 국가와 지자체의 책무를 규정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필수노동자 보호를 위한 입법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3.12. photo@newsis.com

법 제정에 대한 민주당의 의지는 강하다.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해 정기국회서부터 필수노동자 보호법의 처리 필요성을 언급해 왔다. 당내 필수노동자 태스크포스(TF)도 해당 법안을 핵심 입법과제로 꼽았다. TF 공동단장을 맡고 있는 김영배 의원은 "준비에 만전을 기해 3월 내에는 꼭 통과될 수 있게끔 힘쓰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부 역시 지난해 12월 필수노동자 보호·지원대책을 발표하면서 "코로나19와 같은 재난이 발생할 경우 필수노동자 보호대책이 신속하게 수립·시행될 수 있도록 '필수업무 종사자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법안 심사 과정에선 필수노동자의 정의와 범위 지정 방식 등 법안 세부 내용에 대한 환노위원들 간 의견 일치 여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앞서 지난 12일 환노위가 개최한 입법공청회에서 진술인들은 필수노동자 지원 필요성에 대해선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입법 방향에 대해선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필수노동자 보호를 위한 입법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3.12. photo@newsis.com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필수노동자'라는 용어를 정의하기 어려운 만큼 '재난기 필수업무종사자'와 같은 상황을 한정하고 종사자의 범위를 개방하는 입법 방향이 효과적일 것"이라며 "현 시점에서 필수노동자 범위·지원의 구체적 내용을 정하기보단 정부·지자체의 역할과 위원회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방향으로 입법이 이뤄지는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권오성 성신여대 법과대학 교수도 "범위·지원 내용을 법률로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재난 상황의 다양성에 적시 대응하기에 적합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와 지자체에 상당한 재량권을 부여하는 방식의 입법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노동계 요구대로 필수업무 지정과 지원 내용을 정하는 '필수노동자 지원위원회'에 노동 대표 등 이해당사자의 참여가 필요한지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상희 한국산업기술대 지식융합학부 교수는 "자칫 필수업무 지정이나 필수업무종사자에 대한 지원 내용이 객관적인 원칙이나 기준이 아니라 교섭 내지 흥정의 방식으로 전개될 우려도 있다"며 "종사자 그룹들의 주장이 위원회에서 충분한 검토가 가능할 수 있도록 하는 절차적 시스템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고용조건 개선, 고용 안정성 강화 등 사업자의 책무를 규정한 일부 법안에 대한 우려 목소리도 나왔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실장은 "법 제정 취지가 재난 발생시 필수노동자에 대한 보호인 만큼 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제정법에 규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필수노동자 지원을 위한 별도의 제정법을 만들 게 아니라 기존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을 보완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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