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압도적 우위'에도… 野 "박빙승부", 여전한 경계론

서진욱, 이창섭 l 2021.03.28 19:01
4.7재보궐선거 공식선거운동 첫 주말인 27일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왼쪽)가 서울 중랑구 동원시장 인근에서 대학생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같은날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오른쪽)가 서울 마포구 마포농수산물시장에서 선거 유세에 앞서 상인들과 주먹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1.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여론조사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크게 앞서고 있다. 본격적인 선거 운동에 돌입한 이후 두 후보의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하지만 야권에선 여전히 '오세훈 대세론'을 경계한다. 여권의 지지층 결집 현상을 우려하며 투표율 향방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오세훈, 여론조사에서 박영선 '압도'… 전 연령·지역에서 우위


머니투데이와 미래한국연구소가 PNR리서치에 의뢰해 28일 발표한 서울시장 보궐선거 다자대결 조사에 따르면 오 후보와 박 후보의 지지도는 각각 57.2%, 30.9%로 집계됐다.

두 후보의 격차는 오차범위를 훌쩍 뛰어넘는 26.3%p에 달한다. 오 후보는 서울 모든 지역과 연령에서 박 후보를 크게 앞섰다. 문재인정권의 핵심 지지층인 40대와 정의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오 후보를 택한 이들이 더 많았다. 중도와 무당층 역시 오 후보 지지 여론이 박 후보를 압도했다.

오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야권 단일화 성사 이후 두 후보 간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오 후보가 안 대표의 지지층을 상당부분 흡수하는 단일화 효과가 발현됐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은 오 후보의 내곡동 땅 의혹을 집중적으로 추궁하는 '네거티브 공세'를 펼치고 있으나 박 후보 반등의 계기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부동산 정책 실패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땅 투기 의혹 등 여파에서 헤어나오지 못해서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운데)가 주말인 지난 27일 서울 마포농수산물시장에서 안철수 공동선대위원장과 함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뉴스1.



"여전히 박빙 승부"… 낙관론 경계하는 야권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고속터미널 광장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뉴스1.


야권은 오 후보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판세에서도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오 후보 캠프 관계자는 "오 후보가 박 후보에게 압도적으로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가 우려스럽고 불안하다"며 "실제 선거에서 이렇게 큰 격차가 나오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일방적인 우위 탓에 우리 지지자들이 투표를 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2010년 서울시장 선거의 트라우마 역시 야권이 불안감을 느끼는 이유다. 당시 여론조사에서 오 후보는 한명숙 민주당 후보를 선거 직전까지 20%p 안팎 격차로 앞섰다. 실제 개표는 두 후보의 초박빙 양상으로 전개됐고, 오 후보가 2만6000여표를 더 얻으며 간발의 차로 당선됐다. 노회찬 진보신당 후보와 지상욱 자유선진당 후보가 각각 3.6%, 2.4% 득표율을 기록한 점을 고려하면, 한 후보와 노 후보의 단일화 무산에 따른 오 후보의 '신승'이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2010년과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회의 서울 지역구와 구청장, 시·구의회 등에서 절대다수인 민주당의 조직력이 상당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박 후보의 열세 국면이 지속될 경우 여권 지지층이 결집하는 현상도 나타날 것으로 본다.

전문가들은 오 후보의 우위가 이어질 것이라며 실제 선거에서 박빙 승부가 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한다. 박상헌 공간과미디어연구소 소장은 "보궐선거 특성상 투표율이 낮더라도 오 후보의 우세는 불변이라고 봐야 한다"며 "20%p 이상 차이는 따라잡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10년과 지금은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분노한 중도층이 투표장에 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민주당이 기대하는 만큼 박빙으로 갈 가능성은 없다"고 덧붙였다.

김동영 전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이사는 "2007년 대선 당시 정동영 후보가 이명박 후보에게 완전히 졌는데, 당시 여론조사 격차보다 실제 득표에서 더 벌어졌다"며 "정동영 지지층이 투표장에 안 나갔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그런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27일 서울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1명을 대상으로 유선전화 RDD 20%, 휴대전화 가상번호 80% 무작위 추출 방식을 통한 유무선 자동전화응답 조사로 진행했다. 응답율은 8.5%이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5%포인트다. 가중값 산출 및 적용방법은 2020년 12월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를 기준으로 지역별, 성별, 연령별 가중값을 부여(림가중)했다.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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