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유공자법, 하필 지금…"정말 민심 모르나" 그만하자는 86들

박종진 l 2021.03.30 14:10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쥐꼬리 공급, 바가지 분양가, 원가 은폐’ 공기업 부동산 적폐3종을 발표하고 있다. 2021.3.8/뉴스1


“운동권 훈장팔이 그만하라”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여권 국회의원 73명이 발의한 민주유공자예우법에 비판적인 목소리가 잇따른다.

법안 취지는 이미 법적 근거가 있는 5·18민주화운동처럼 6월 민주항쟁 등에 대한 민주유공자와 가족에게도 교육·취업·의료지원 등 예우를 해주자는 것이지만 반감이 거세다.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 출생)가 우리 사회 기득권층이 된 상태에서 또 다른 특권을 노린다는 비판이다.



'86학번' 하태경 "정말 민심 모르나…86세대는 기득권층일뿐"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30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인터뷰에서 “특권층이 특혜 하나 더 받겠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하 의원은 서울대 물리학과 86학번으로 전대협 조국통일위원회 등에서 활동하다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운동권 출신이다.

하 의원은 “80년대에 데모 안 해본 사람이 누가 있느냐”며 “그게 무슨 대단한 독립운동이나 되는 것처럼 하는 건 이제 그만할 때가 됐다. 운동권 훈장팔이는 그만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대적 소명 앞에 민주화 운동을 했던 이들이 겸손은커녕 시간이 갈수록 이를 이용하려 한다는 지적이다.

(서울=뉴스1) 국회사진취재단 = 4.7재보궐선거 공식선거운동 둘째 날인 26일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왼쪽)가 서울 서대문구 신촌 현대백화점앞에서 유세를 갖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같은날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오른쪽)가 서울 구로구 구일역 육교 앞에서 유세를 갖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1.3.26/뉴스1


특히 과거 어느 때보다 취업난, 주택난에 시달리고 있는 2030세대 입장에서는 86세대가 기득권층일 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하 의원은 “정말 민심을 모르는지 답답하다. 2030한테 50대 86세대들은 가장 특권층이 됐다”며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은 아직도 자기들이 핍박받는 줄 착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로 온 국민이 신음하고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로 분노가 하늘을 찌르는데도 저들은 자신들 이권 챙기는 데만 급급하다”며 “국민이 두렵지도 않느냐”고 말했다.

민주화가 특정 집단의 소유물이 아니라고도 지적했다. 하 의원은 “청년학생과 넥타이부대, 가정주부와 어르신들까지 온 국민이 함께 성취했다”며 “자신들만 민주화 운동한 것처럼 생색내고 지금 사회 각 분야의 요직을 차지하고 그것도 부족해 자녀들에게 특권을 물려주겠다고 한다. 국민도 더 이상 못 참는다”고 말했다.

하 의원은 아예 특혜 폐지법을 추진한다고도 했다. 독립운동, 민주화운동 등과 관련해 개별 법에 산재해 있는 특혜 부분을 살펴 손질하겠다는 얘기다. 자녀에게 주는 지원이 손자·손녀로 이어지는 것을 막고 현행 법 내에서도 입시와 취업 관련한 특혜는 가능한 없애는 방향이다.

(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지난달 13일 오후 제주도청 삼다홀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온라인 브리핑을 하고 있다.(제주도 제공)2021.2.13/뉴스1



'82학번' 원희룡 "민주화라는 말, 이렇게 오염시켜도 되나"


야권 대권주자인 원희룡 제주지사도 민주유공자예우법에 강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원 지사는 서울대 법학과 82학번으로 동기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 “운동권 경력으로는 나한테 명함도 못 내민다”고 밝혀오기도 했다.

원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말이 민주유공자예우법이지 민주화특권법이다. 민주화정신을 짓밟고 있다”며 “민주화라는 말을 이렇게 오염시켜도 되느냐”고 말했다.

이어 “저를 포함하여 민주화운동가들은 사회적으로 사랑과 존중을 받았다. 경제적으로도 산업화의 모든 과실을 누렸다. 정치적으로는 이미 주류 중의 주류가 민주화운동가들이다”며 “더 이상 뭘 더 바라고 특권법을 만드냐”고 밝혔다.

그러면서 “도대체 민주화가 뭐냐. 자유와 평등의 나라를 위배하고 닥치고 국민세금 걷어 특권잔치 하자는 것이 민주화일 수는 없다”며 “탐욕일 뿐이다. 더 이상 민주화운동을 더럽히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국민의힘도 이날 논평을 내고 비판했다. 역시 운동권 출신인 최형두 원내대변인은 “‘운동권 셀프 보상법’을 발의한 민주당 의원들은 ‘늙은 투사의 노래’를 부르며 눈물 흘리던 시절을 잊었느냐”며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 만들겠다더니 운동권 특권만은 예외였나”라고 말했다.

이어 “늙은 군인, 늙은 투사가 꾸짖는다. ‘아서라! 말아라!’”라며 “민주주의는 대한민국 국민의 것이다. 당신들의 밥그릇이 아니다”고 밝혔다.

최 원내대변인은 서울대 사회학과 81학번으로 민주당 소속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철학과 81학번)과 함께 서울대 총학생회장단 선거에 출마하기도 했다.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중 감정이 북받쳐 울먹이고 있다. 2020.12.1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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