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과 극' 여야…대승? 역전승? 여론조사도 안나오는 6일 승부

이정혁, 박소연 l 2021.04.02 06:03
"여론조사 믿지마"…작년 총선과 처지 뒤바뀐 野와 與


"당연히 뒤집을 것이다. 초반에 나타난 여론이 결과와 일치한다고 믿지 않는다."

지난해 4·15 총선을 일주일 앞두고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서울 종로에 출마한 황교안 대표의 지지율이 저조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자신감을 내비치며 이렇게 말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예측대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국난대책위원장의 압승으로 끝났고 황 대표는 결국 사퇴했다.

1일부터 4·7 재보선 여론조사 결과 공표가 금지되는 가운데 작년 총선 때와 여야가 완전히 뒤바뀐 형국이다. 서울시장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박영선 민주당 후보를 오차 범위 밖으로 앞서자 여당은 "민심은 다르기 때문에 해볼만 하다"며 애써 여론조사 결과를 외면하는 모습이다.

이날 리얼미터가 뉴시스 의뢰로 지난달 30∼31일 서울 거주 18세 이상 8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중 누구에게 투표하겠느냐'는 질문에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라는 응답이 57.5%, 박영선 민주당 후보라는 대답이 36.0%로 나타났다.

공직선거법 108조 1항에는 선거 6일 전부터 선거 투표가 끝나는 당일 오후 8시까지 정당 지지도나 당선 가능성을 예상하게 하는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하거나 보도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이른바 '깜깜이(블랙아웃) 선거' 기간 동안 민주당은 역전 가능성을 호소하며 샤이 진보를 투표장에 이끌기 위한 총력전을 펼칠 계획이다.

전날 박영선 후보는 동작구 집중유세 후 기자들과 만나 "현장 분위기와 여론조사는 사실 좀 다르다"며 "끝까지 투표 결과를 보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실제 역대 선거에서 막판 6일 동안 출렁한 표심이 판세를 뒤흔든 경우가 적지 않다. 20대 총선 일주일을 앞두고 한국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여당인 새누리당(39%)이 민주당(21%)을 '더블 스코어'로 압도했지만 1당(민주당 123석, 새누리당 122석)을 빼앗겼다.

한명숙 후보와 오세훈 후보가 맞붙은 2010년 서울시장 선거도 빼놓을 수 없다. 당시 여론조사 상으로는 오 후보가 선거기간 내내 10%p 넘는 격차로 앞섰으나 막상 실제 개표 결과는 불과 0.6%p 차이의 신승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상황이 완전히 딴판이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로 민심은 그야말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박주민 민주당 의원이 '임대차 3법' 통과 직전 전·월세 가격을 인상했다는 악재까지 덮쳤다.

성난 부동산 민심에 여당 지도부는 납작 엎드리고 선거 반등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의 공식 사과에 이어 1일 김태년 민주당 직무대행도 "내로남불 자세도 혁파하겠다"며 "2·4 공급대책 관련 입법을 조속히 처리하며 서민 주거를 안정시키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요즘 선거 유세 현장을 가보면 분위기가 그렇게 나쁘지 않다"며 "서울과 부산 모두 2~3% 정도 차이 승부를 볼 것 같다"고 말했다.




2007년 데자뷔?…野, 두 자릿수 대승 거둘까

부제 : [the300]2007년 대선 때처럼 정권심판론 우세…네거티브 힘 못써


"상황은 이미 2007년 이명박과 정동영 대결처럼 흐르고 있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사전선거를 하루 앞둔 1일, 정치권 안팎에선 이같은 분석이 나온다. 부동산 정책 실패 등 실정에 대한 정권 심판론이 선거의 모든 이슈를 집어삼켰다는 점에서 그렇다.


2007년 이명박 vs 정동영 데자뷔?



2007년 12월19일 실시된 제17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를 역대 대선 최대 표차로 제치고 당선됐다. 대선의 판세를 좌우한 것은 후보의 공약이나 자질보다는 과거에 대한 평가였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BBK 주가조작 사건도 노무현 정부 5년의 실정을 심판해야 한다는 민심 앞에서 힘을 쓰지 못했다. 당시 여당은 정책으로 돌파구를 찾기보다 네거티브 선거전략을 전면에 내세웠다가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이번 보궐선거 역시 정권 심판론이 모든 민심의 흐름을 압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 캠프는 지난달 9일부터 3주 넘게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의 내곡동 처가 땅 의혹 제기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두 후보의 격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내곡동 의혹에도…지지율 격차 더 벌어져



이번주 두 차례 이어진 TV토론에서의 네거티브 총공세도 판세의 변화를 불러오진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사건의 본질은 1970년 오 후보 장인이 사망하면서 가족에게 상속한 땅 4298㎡(약 1300평)이 2009년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되면서 36억5000만원의 보상금을 받았다는(오 후보 부인 몫은 8분의 1인 4억5600만원) 것이다. 그러나 오 후보가 내곡동 땅 보상에 관여했다는 결정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면서 의혹은 '거짓말' 논란으로 비화되고 있다.

여론조사전문업체 엠브레인퍼블릭이 뉴스1 의뢰로 지난달 30일부터 이틀간 서울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후보 중 누구에게 투표하겠느냐'는 질문에 오 후보라고 응답한 사람은 46.7%로 박 후보(31.3%)를 15.4%포인트 차로 제쳤다. 오차범위(±3.1%포인트)를 크게 뛰어넘는 격차다.

천준호 민주당 의원이 오 후보의 내곡동 의혹을 10년 만에 다시 제기하기 직전인 3월7~8일 조사에선 오 후보의 지지율이 43.1%, 박 후보 지지율이 39.3%로 격차가 3.8%포인트였는데, 더욱 확대된 것이다.


LH 사태 이은 '부동산 내로남불'



민주당의 네거티브 공세가 먹히지 않는 것은 정부여당의 도덕적 결점이 더 크게 부각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은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의 투기 의혹으로 번졌다.

최근엔 정부여당 핵심 인사들의 '부동산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도 잇따라 터졌다. 임대차 3법 시행 직전 본인 소유 서울 청담동 아파트 전세 보증금을 대폭 올려 경질된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에 이어 박주민 민주당 의원도 임대차 3법 통과를 앞두고 서울 신당동 아파트 임대료를 상당폭 인상한 것으로 확인됐다.

오세훈 캠프 관계자는 "민주당이 더 문제가 있는데 네거티브가 먹히겠나. 국민이 보기엔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꼴"이라며 "네거티브 전략이 먹히려면 자신들이 도덕적 우위에 있거나 다른 쟁점이 없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野, 서울시장 선거 두 자릿수 차이 낼까



다만 민주당이 네거티브 전략을 거둘 가능성은 낮다. 정치권에선 선거가 1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읍소 전략' 외 민주당이 껴낼 수 있는반전 카드가 마땅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내곡동에 이어 "본질은 임차인의 폭력적 저항"이라고 말한 용산참사 발언으로 네거티브 공세를 이어갈 분위기인데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에선 이번 서울시장 선거가 보궐선거로는 드물게 두 자릿수 격차가 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오 후보측에선 섣부른 예측을 경계하고 있지만 야권 일각에서는 최대 10%포인트 차이를 기대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통상 40%대 투표율을 기록하는 보선에서 10%포인트 이상 승리는 대승으로 평가된다. 서울 자치구를 장악한 민주당 조직력을 감안할 때 더욱 그렇다.

한 야권 관계자는 "서울 유권자 850만명 중 300만~400만명이 투표한다고 가정할 때 박원순 서울시장이 10년간 꾸린 여당 생태계가 30만명 수준으로 10% 정도 차지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두자리수 승리를 거둔다면 내년 대선까지 승기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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