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발질' '헛발질' '헛발질'…자멸한 與 '결정적 장면' 3가지

권혜민 l 2021.04.07 21:59
[서울=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6일 서울 마포구 상상마당 인근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1.04.06. photo@newsis.com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3수 도전장을 던졌던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세번째 고배'를 마실 전망이다. 7일 발표된 KEP(KBS·MBC·SBS) 공동 출구조사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59% 득표율로 박 후보(37.7%)를 크게 앞선다는 결과가 나왔다.

박 후보는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선거 초반 여론조사 선두로 레이스를 시작했지만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가 '정권심판론'에 불을 지피며 판세가 뒤바뀌었다. 여기에 여권의 '헛발질'이 막판 역전을 노리던 박 후보의 발목을 잡으며 일찌감치 승패가 굳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 후보의 '예견된 패배'를 낳은 결정적 장면들을 꼽아봤다.


1. 민심 불지른 LH 사태…'내로남불' 논란까지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차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당정은 회의에서 공직자 재산 등록 확대 등 불법행위 차단 대책과 함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조직 개편 등 혁신 방안 등을 논의한다. 2021.3.28/뉴스1

다가오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쏟아지던 여권의 '러브콜'에도 출마 여부를 고심하던 박 후보는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직을 내려놓고 1월26일 출사표를 던졌다. 이후 여론조사 다자 대결에서 1위를 점하는 것은 물론 야권 후보와의 양자 구도에서도 경합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대세론'을 타고 경선 라이벌이었던 우상호 의원을 압도적 격차로 꺾었다. 박 후보 역시 언론 인터뷰에서 "여론조사 기관들이 '박영선 효과'란 단어를 쓰면서 상승세를 타고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판세를 급격하게 기울게 한 가장 결정적인 사건은 LH 사태였다. 지난달 2일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을 제기한 것을 계기로 불붙은 부동산 민심이 여권에 대형 악재로 작용했다. 가뜩이나 집값 상승으로 민감하던 민심은 공직자는 물론 민주당 현역 의원과 가족들의 투기 의혹과 맞닿으며 폭발력이 커졌다.

민주당이 재발방지책 마련에 나선 데 이어 박 후보도 특검 도입을 제안하며 국면 전환을 노렸다. 하지만 선거 막판 '부동산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논란이 번지며 민심 수습에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달 29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임대차 3법' 통과를 앞두고 전세가를 14% 가량 올린 것으로 드러나 논란 끝에 물러났다. 이어 '거지갑' 등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이미지를 내세워왔던 박주민 민주당 의원도 법 통과 한달 전 임대료를 이전 계약보다 9% 인상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은 더욱 커졌다.


2. 계속된 박원순 소환…'2차 가해' 책임론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여권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경선에서 승리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오른쪽)가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단일화 결과 발표를 마친 후 기자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왼쪽은 김진애 열린민주당 후보. 2021.3.17/뉴스1

이번 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된 원인을 제공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은 박 후보의 '아킬레스건'이었다. 당초 민주당은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의 중대한 잘못으로 재보궐선거를 하게 된 경우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는 당헌 규정에 따라 이번 선거에 후보를 낼 수 없었다. 하지만 민주당은 지난해 당원 투표를 통해 공천을 결정했고, 야권은 "국민과의 약속을 어겼다"며 맹비난해 왔다.

박 후보는 이같은 비판 목소리를 의식한듯 몸을 낮췄다. 박 후보는 선거기간 박 전 시장 사건에 대해 "피해 여성께 진심 어린 사과를 드린다"며 "조속히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모든 일을 다 하겠다"고 수차례 사과했다.

하지만 지난달 17일 피해자가 기자회견에 나서면서 '박원순 리스크'가 다시 전면에 떠올랐다. 당시 피해자는 '피해호소인' 호칭 사용을 주도한 남인순·진선미·고민정 의원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다. 긴 침묵을 지키던 박 후보는 "제가 모든 것을 짊어지고 가겠다"며 나섰지만 논란이 계속되자 이른바 '피해호소인 3인방'은 모두 선거캠프에서 자진 하차했다.

'2차 가해' 논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지난달 23일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박원순은 정말 그렇게 몹쓸 사람이었나"라며 박 전 시장을 추켜세우는 글을 공개하면서 논란이 발생했다. 임 전 실장은 다음날인 24일에도 박 전 시장의 주요 정책들에 대해 "이런 문제들에 대한 성찰과 평가도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잇따른 '박원순 소환'에 비판 목소리가 커지자 박 후보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자제를 요청했다.


3. '생태탕'이 뭐길래…네거티브 공세 속 엇박자도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야당후보검증 태스크포스 위원(왼쪽)이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내곡동 주택지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셀프 보상' 의혹이 일고 있는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민주당 야당후보검증 TF는 오 후보가 서울시장으로 재임하던 시절 처가의 땅이 국민임대주택지구 부지로 지정되면서 30억 원 넘는 토지 보상금을 받았다며 오 후보의 사퇴를 촉구했다. 2021.3.21/뉴스1

박 후보와 민주당은 선거 막판 '정권 심판' 바람을 뒤집기 위해 오 후보의 내곡동 땅 셀프보상 의혹과 관련 '거짓말 심판' 구도를 강조하는 데 집중했다. 이 과정에서 난데 없이 '생태탕집'이 막바지 이슈로 떠오르기도 했다. 박 후보는 2005년 오 후보가 내곡동 땅 측량 현장 입회 후 생태탕집을 방문했다는 증언을 토대로 총공세를 퍼부었다. 내곡동 땅에 대해 "몰랐다"는 오 후보의 해명이 거짓말이라는 증거가 된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이같은 '네거티브 전략'은 큰 효과를 두지 못했다는 분석이 많다. 박 후보는 내곡동 땅 의혹 문제제기에 대해 "네거티브라는 말에 동의하기 힘들다"며 일축했지만, 선거 막판 두 후보 대신 '내곡동', '생태탕'이 부각되면서 유권자들의 피로감을 높이는 결과를 낳았다는 진단이 나왔다. 당 내에서도 "내곡동 땅 문제의 심각성이 유권자들에게 잘 전달되지 않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오히려 이 과정에서 당 내부 엇박자가 계속되면서 박 후보가 난처한 입장에 처하기도 했다. 지난 2일 선대위 전략기획본부장인 진성준 의원은 오 후보 사퇴를 요구하며 "상황에 따라 중대결심을 배제할 수 없다"고 예고했다. '중대결심'의 의미를 두고 야권에선 '박 후보 사퇴'를 언급하는 등 논란이 확산했다. 이에 박 후보는 사퇴설을 일축하며 "(진 의원 발언은) 사전에 교감이 있던 게 아니다"라며 직접 수습에 나서야 했다.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