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긴다, 엎었다' 말에 한심"…충격패배 여당, 서둘러 긴급 의총

김태은 기자이원광 기자권혜민 기자 l 2021.04.08 05:15
김태년 "민주당 부족함으로 국민 큰 실망, 성찰·혁신하겠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이 4·7 서울·부산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민주당의 참패가 유력해지자 "민주당의 부족함으로 국민께 큰 실망을 드렸다"며 "국민의 뜻에 따라 성찰하고 혁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김 직무대행은 7일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선거 결과에 나타난 민심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김 직무대행을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밤 10시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하고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어 오는 8일 오전 10시30분 당 소속 의원들이 모두 참여하는 화상 의원총회를 열어 추가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날 발표된 방송 3사 공동 출구조사 결과에 이어 실제 개표에서도 패색이 짙어지자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와 김영춘 부산시장 후보는 모두 선거 패배를 인정했다.

박 후보는 이날 여의도 당사를 찾아 "회초리를 들어주신 시민 여러분께 겸허한 마음으로 제가 그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이면서 가야 되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후보도 부산 부산진구 선거사무소에서 "민심의 큰 파도 앞에서 결과에 겸허하게 승복한다"고 밝혔다.




이낙연 "국민 마음 얻기 부족…청년·중산층 돕겠단 약속 지키겠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4·7 서울·부산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참패를 인정하고 "국민의 선택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이낙연 위원장은 7일 밤 오후 11시35분경 입장문을 내고 "국민의 마음을 얻기에 저희가 크게 부족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위원장은 "민주당은 선거로 나타난 민심을 새기며 반성하고 혁신하겠다"며 "청년과 서민, 중산층을 돕겠다는 약속 반드시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저희를 지지해주신 국민께도, 지지하지 않으신 국민께도 감사드린다"면서 "함께해주신 당원과 지지자 여러분께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이 위원장은 이날 오후 8시15분 발표된 방송3사 출구조사와 선거 상황을 여의도 당사가 아닌 자택에서 지켜봤다. 부인의 코로나19(COVID-19) 확진자 밀접접촉으로 자가격리에 들어간 탓이다.




"무슨 '샤이진보'냐…한심하다"…與의원들, 충격적 참패에 '망연자실'



4·7 서울·부산 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당에 큰 격차로 패배할 것으로 예측되자 더불어민주당 내부가 긴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1년 후 대선을 앞두고 충격적인 참패 결과를 받게될 경우 대선 가도 역시 밝지 않을 수 있다는 비관론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지도부는 긴급 최고위원회와 의원총회 등을 잇따라 소집해 재보선 패배 후 당 수습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인데 '전면적인 쇄신' 요구에 따라 당내 구도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이날 밤 10시 국회에서 긴급 최고위원회를 소집했다. 김태년 당대표 직무대행과 김종민·염태영·노웅래·신동근·양향자·박성민·박홍배 최고위원이 자리한다. 이어 오는 8일 오전 10시30분 화상 의원총회를 열어 당 소속 의원들이 모두 모인다.

선거 참패 후 후속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KEP(KBS·MBC·SBS) 공동 출구조사에 따르면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59% 득표율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37.7%)를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에서도 국민의힘이 압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가 김영춘 민주당 후보를 득표율 64% 대 33%로 크게 앞섰다. 다만 출구조사에 사전투표 결과는 반영돼 있지 않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출구조사가 발표되기 직전까지 긴장된 표정으로 자리를 지켰다. 이후 결과가 나오자 한 순간에 무거운 침묵을 유지했다. 출구조사 결과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듯한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민주당 내부에선 예측된 결과란 목소리도 나왔다.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다녀보니 우리당에 회초리 때려야겠다는 서울시민이 생각보다 너무 많더라"면서 "막바지에 김상조·박주민 전월세 인상 건이 터지면서 사실상 전의를 상실한 측면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서민중산층은 부동산값 올라 집한칸 못사는데 강남살면서 '임대료를 더 받느냐' 이 분노를 선거운동하면서 잠재울 방법이 없더라"고 전했다.

수도권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한 의원은 "15%p 이상 질 거라고 예상했다"며 "무슨 '샤이진보'냐"고 혀를 찼다. 그는 "우리당 의원들이나 캠프의 초재선 의원들이 민심을 읽을 줄 모르고 단톡방에서 '이긴다' '엎었다', 한심하다"며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당의 잘못이 크다고 비판했다.

또다른 수도권 의원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문제나 특정 정책의 실패가 아니라 정권을 총체적으로 심판한 것"이라며 "그걸 잘 읽어야한다"고 강조했다.

5선의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임금은 배, 백성은 물.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옛말을 거듭 절감한다”며 “민심이 두렵다”고 소감을 올리기도 했다. 이 의원은 대전에 지역구를 두고 있다.

20%p 이상의 대패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사전투표 결과까지 기다려봐야 한다는 반응도 있었다. 한 재선 의원은 "사전투표 개표하면 결과가 상당히 달라질 것"이라며 "한자릿수 격차로 좁혀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 초선 의원은 "국민들이 회초리를 들어야겠다고 하시니 달게 받아야 할 것"이라며 "이것저것 문제가 많다 싶었는데 이번에 한번은 혼쭐 나야 저희도 정신 차리고 더 열심히 하니까 (유권자들이) 그렇게 생각하신 거 같다"고 해석했다.

패배를 받아들이고 전열을 정비하기 위해 당 쇄신이 필요하다는 데는 공통된 목소리였다. 다만 그 방식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리는 부분이 있다.

또다른 수도권 의원은 "이럴 때일수록 원칙있게 가야 한다"며 "5월 초 새 당대표를 뽑는 일정에 맞게 새 체제를 통해 '질서있는 쇄신'으로 가는게 맞다"며 "거대여당이 원칙있게 열심히 다시 국민신뢰를 받으면 된다"고 강조했다.

수도권의 다선 의원도 "당헌당규대로 상식적으로 질서있게 수습해야 할 것"이라며 "근본적으로 당 소속 의원들이 겸손하고 오만한 태도를 버려야 한다. 초재선들 참 답답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지도부가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비대위 체제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초선 의원은 "이렇게 결과가 안좋은데 책임이 있는 지도부가 사퇴해야 할 것"이라며 "사퇴할 사람들은 사퇴하고 청와대나 당이 빨리 비대위 체제를 세워 민심수습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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