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소정이]김웅 "도로 한국당 아니다" 장담한 이유는

[the300][300소정이: 소소한 정치 이야기]

박소연 l 2021.04.24 15:35
국민의힘 김웅 의원 /사진=뉴스1


"초선이 당대표 선거에 나온다고 할 수 있는 게 도로 한국당인가."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초선으로서 당권 도전을 공식화한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22일 마포포럼 강연에서 '재보선 이후 국민의힘이 도로한국당이란 시각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도로 한국당은 아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마포포럼은 김무성 전 의원 등이 주도하고 있으며 전·현직 의원 60여명이 참여하는 국민의힘 안팎의 최대 모임이다.

김 의원이 주장의 근거로 내세운 것은 더불어민주당이다. 김 의원은 "그렇게 따지면 민주당은 초선들이 당 쇄신을 얘기했다가 하루아침에 없어졌는데 그게 올바른 정당의 모습인가"라고 따져물었다.

앞서 4·7 재보선 참패 후 '조국 사태'에 반성한다는 입장을 냈던 민주당 초선 의원 5명(오영환·이소영·장경태·장철민·전용기)이 강성 친문 지지층의 문자폭탄 등 공격을 받다가 끝내 진압된 일을 언급한 것이다. 소위 '초선 5적'으로 비난받은 의원들 일부는 "미안하다"고 반성하는가 하면 다시 친문 지지층에 러브콜을 보내는 등 쇄신의 목소리가 희석되는 분위기다.

4.7 재보궐선거를 마지막으로 퇴임하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참석을 마지막으로 국회를 나서고 있다. /사진=뉴스1


김 의원이 민주당 사례를 꺼내든 건 국민의힘을 향한 '자중지란(自中之亂)' 프레임을 돌파하기 위해서다. 국민의힘은 재보선 압승 후 승리에 취한 나머지 보수세력 주도권을 둘러싼 다툼에 골몰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퇴임 후 리더십 공백 상태에서 당권과 야권 통합 등을 놓고 혼란이 불거지는 모양새로 보인다.

금기시 됐던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요구가 서울·부산시장 당선인으로부터 나오는가 하면 친박계 5선 서병수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국회 본회의장 대정부질의에서 부정하고 나서면서 국민의힘이 다시 과거로 회귀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왔다.

그러나 김 의원은 "현재 우리 당에 대해 '자중지란'과 '도로한국당'이라는 두 프레임이 존재하는데 둘은 정반대의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둘은 공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옛날 우리 한국당처럼 갔다면 일사분란한 움직이는 모습을 보였을 것인데 자중지란이라면 '백가쟁명(百家爭鳴)'을 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는 국민의힘이 특정 계파에 의해 좌우되지 않고 다양한 주장과 의견이 자유롭게 오가고 있기 때문에 결코 '도로한국당'으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이다. 차기 지도부 수립 전 과도기 상황에서 나오는 각종 파열음을 '갈등'보단 '자유로운 논쟁'으로 봐달라는 의미기도 하다.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오영환, 장철민, 장경태, 이소영, 전용기 의원 등 2030의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김 의원의 이같은 주장이 설득력을 얻을지는 두고봐야 한다. 다만 최근 국민의힘 내부에서 다양한 주장들이 자유롭게 표출되는 것은 자연스럽고 건강한 움직임이라는 시각도 상당하다.

실제 전날 마포포럼에서 새누리당 대표를 지낸 김무성 전 의원은 김 의원과 공개적으로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김 전 의원은 "김웅의 무모한 도전이 꼭 성공하기를. 그게 잘 되겠나"라고 하자 김 의원은 "잘 될 것 같으면 안 나왔겠죠"라고 맞받았다. 김 전 의원은 "초선이고 젊으면 마치 변화의 선봉에 있는 것처럼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며 "김종인 체제에 젊은 비대위원이 많이 있었는데 그분들 주장을 한 번도 들어본 적 없고 김종인 목소리만 들렸다"고 지적했다.

초선의 당대표 도전이 국민의힘 변화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다른 목소리들도 나온다. 당권 도전을 고려하고 있는 5선의 조경태 의원은 지난 14일 "선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개혁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중요하다"며 "나는 초선 의원보다 더 젊다. 내 나이가 53세"라고 말했다.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민주당 초선들에게 '여러분들이 야당 역할 하면 안 된다'고 했고,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초선 때는 자기를 죽여야 한다'고 했다"며 "적어도 현재 국민의힘은 그런 분위기가 아니며 대체로 초선의 당대표 도전 자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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