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진 "이 정권 또 하면 나라 망해"…대선경선, 리얼리티쇼처럼

[the300]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인터뷰 ①첫 공식 출마 조해진 의원

박종진, 서진욱, 안채원 l 2021.04.28 08:20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사진=의원실 제공


뜻밖이었다.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거전이 한창 본격화될 때 당 대표 출마선언이 나왔다. 당내 처음이다. 제21대 총선에서 4년 만에 국회로 복귀한 조해진 의원(3선, 경남 밀양시·의령군·함안군·창녕군)을 찾았다.

대선을 10개월여 앞둔 민심을 물었다. 조 의원은 "'이 정권 한 번 더 연장되면 나라가 망한다, 그런데 아직 국민의힘은 모자란다, 그러니 바꾸면 무조건 밀어 주겠다' 보궐선거에서 읽은 민심이다"고 말했다.

단호했다. 당 안팎에서는 제22대 총선 공천권이 걸린 차차기 지도부에 중진들의 눈길이 가 있다는 말까지 나오지만 조 의원은 당장 내년 정권교체에 정치인생을 걸었다고 강조했다. 출마기자회견에서부터 "완전연소"를 내걸고 재도 남기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의원회관 사무실 책상 바로 앞에는 히브리어 족자가 걸렸다. 신의 뜻을 새긴 성경 민수기 구절이다. 조 의원은 기독교인이다. 유력 당 대표 후보로 언급되는 주호영 현 대표대행은 대표적 불자다. 조 의원은 "불교, 기독교, 카톨릭 등 모든 종교, 호남이든 영남이든 보수든 중도든 진보든 대한민국을 살려야 한다는 열정 하나로 용광로로 들어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청년-빈민-호남, 청빈호 향해…최소한 서민들이 어떻게 사는지 알아야"


방향은 '청·빈·호'로 잡았다. 조 의원은 "청년, 빈민, 호남, 청빈호를 향해 항해하는 국민의힘을 만들겠다"며 "새 얼굴 새 메시지가 당 전면에 나와야 한다"고 했다.

조 의원은 "그동안 우리 당 외연 밖에 있던 지역 호남, 계층으로는 서민이나 빈민들을 위한 정책 대안을 많이 만들어내야 하고 20~30대의 일자리와 경력단절, 주택 문제에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준으로는 공감을 제시했다. 조 의원은 "금수저 출신이라도 대한민국에서 서민들이 어떻게 사는지 가난한 사람들은 어떤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지 어떤 좌절과 실패를 겪는지 최소한 아는 사람, 공감능력이 있는 사람으로 당을 채워야 한다"고 밝혔다. 그 역시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당 대표 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2021.4.23/뉴스1



노선, 당헌, 경선룰, '오픈 정당'으로


목표는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당을 만드는 일이다. 조 의원은 "현안이나 정책에서 기존 우리 당 입장에 중도와 개혁진보의 생각을 같이 융합할 것"이라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 당밖에 있는 인사들을 지지하지만 우리 당을 지지하지 않는 분들까지 같이 할 수 있는 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장벽은 허문다. 조 의원은 "영입인사들의 생각을 당 노선에 반영하고 당헌당규를 손봐야 하면 손 보고 그래서 좀 더 넓은 2번(제1야당 기호)의 당을 만들기 위해 오픈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선주자 경선룰도 마찬가지다. 조 의원은 "예컨대 윤 전 총장이 뛰어든다면 여론 지지율 말고는 다 불리한 상황에서 경쟁해야 한다"며 "공정하다고 느낄 수 있도록 기간, 제도, 기회, 이벤트를 마련하고 그리고 득표 기준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들이 대선후보 밑천까지 다 보도록" 입체 평가 프로그램 검토


경선방식은 리얼리티쇼와 같은 파격적인 방안을 구상 중이다. 연설, 토론처럼 판에 박힌 낡은 방식으로는 국민의 다양하고 수준 높은 요구를 만족시킬 수 없다는 생각이다.

조 의원은 "공약이나 비전은 물론 각 후보들의 세계관, 삶의 궤적, 인간관계, 인생 에피소드, 특기, 취미, 유머감각 등 총체적인 면을 입체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야 한다"며 "노래나 운동으로 국민의 마음에 닿고 싶다면 그렇게 해도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출연자들이 합숙하면서 시청자와 교감하는 쌍방향 형태의 프로그램 등을 떠올렸다. 조 의원은 "사실 당선되고 나면 정책에도 각종 의사결정과정에도 결국 그 사람의 성격과 고정관념, 인간관계가 다 작용한다"며 "그래서 국민들이 미리 그것을 다 봐야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윤 전 총장만 해도 국민들은 검사 윤석열만 알지 나머지는 모른다. 인간 윤석열은 모르는 것"이라며 "정치권이 지금까지 대선주자의 포장되고 연출된 것만 국민들이 보고 판단할 수밖에 없도록 규정해버렸는데 이제는 밑천까지 다 들여다보고 싶다는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 성동훈 기자 =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이 2월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백봉신사상 시상식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2020년 신사의원 베스트 10 상패를 받고 있다. 2021.2.2/뉴스1



"유소년 보수 스쿨부터…30대 당 대표도 가능"


눈앞의 대선이 아닌 한국 보수정치의 미래 과제로는 '보수 스쿨'을 꼽았다. 조 의원은 "우선 우리 당원들 자녀를 중심으로 유소년 보수 스쿨을 만들 생각"이라며 "이후 청소년 대상 보수 스쿨과 대학생, 청년을 위한 스쿨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자유주의, 시장경제, 애국심, 의회주의, 삼권분립, 법치주의, 공동체의식 이런 보수적 가치를 어릴 때부터 가르치고 훈련시켜서 키워내야 한다"며 "이런 과정 밟은 사람들이라면 20살에도 지방의회 공천 줄 수 있고 20대에도 지자체장 도전 기회 주고 30대 당 대표로 세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내년 대선 승리 후 남은 임기 동안 보수 정당의 뿌리를 다지는 이 같은 개혁에 집중하고 싶다는 소망이다.

조 의원은 1963년 경남 밀양에서 태어났다. 밀양고, 서울대 법대를 나와 박찬종 전 의원을 보좌하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박 전 의원의 정계 은퇴 이후에는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 비서실에서 일했고 이후 '친이계'로 분류됐다. 2008년 제18대 총선에서 국회에 입성했고 재선에 성공했지만 제20대 총선에서는 친이계의 몰락 여파로 공천에서 탈락하며 결국 낙선했다.

국회에서는 한나라당 대변인과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를 역임했고 상임위 활동 등에서 간사도 도맡았다.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하는 국회의원, 할 말은 하는 정치인이라는 평가다. 젠틀한 '미스터 쓴소리'로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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