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표 기본금융, '전국민 1000만원' 무심사 대출 승부수

[the300]경기연구원 '금융의 불평등과 기본금융' 보고서 단독 입수

이원광 l 2021.05.31 05:37
[단독]이재명 '기본대출'…전국민 '이자 2.8%'로 1000만원씩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대표하는 서민 금융정책 '기본금융'의 윤곽이 잡혔다. 신용보증기관이 전액 보증하는 '무심사 대출'로 민간 금융기관이 주도할 경우 1000만원 한도와 2.8% 수준의 '공정금리'가 핵심이다.

지난해말 기준 금융기관에서 실제 대출 받은 1964만명 전원을 대상으로 했을 때 운용 비용은 1조6700억원 수준으로 추계됐다. 민간이 아닌 우체국 등 공적 금융기관이 나설 경우 1%대 금리가 가능하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한도는 1인당 1000만원…공정금리 2.8%


31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입수한 경기연구원의 '금융의 불평등과 기본금융' 보고서 중 '기본대출의 설계 및 운용 비용 추계'에 따르면 은행 등 민간금융기관을 이용하는 기본대출은 1인당 대출 한도 1000만원으로 '공정금리' 연 2.8%가 산정됐다.

경기연구원은 전국단위 이슈를 발굴하고 정책을 입안하는 정책 전문기관으로 대권 도전을 앞둔 이재명 지사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고 있다. 경기연구원은 다음달 2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리는 '경기도 기본금융 토론회'에서 해당 보고서 내용을 공개한다.

공적 보증기관이 차입자의 기본대출을 100% 보증하는 구조가 핵심이다. 소득이나 자산, 신용 등 대출 조건에 상관없이 누구나 빌릴 수 있다는 취지다. 형편이 어려울수록 고금리 대출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서민들을 위해서다. 2019년 기준 소득 1분위(하위 20%)의 전체 대출 중 은행 대출 비율이 44.9%인데 반해 5분위(상위 20%)의 은행 대출 비율은 83.3%로 조사됐다.

구체적으로는 한국은행이 금융기관에 저리(0.25%)로 대출하고 금융기관은 저리 자금 조달에 따른 금융비용 절감분을 공적 보증기관에 출연하는 구조다. 정부도 유사 시 대신 갚아주는 목적의 대위변제 추정액을 공적 보증기관에 담는다. 공적 보증기관이 기본대출을 보증하고 대위변제 규모가 출연금을 넘으면 정부가 추가 출연한다.

공정금리 2.8%는 차입과 상환 시점 사이 노동시간으로 측정한 구매력이 동일하게 유지되도록 하는 금리다. 대부자와 차입자 간 소득분배 왜곡 발생을 최소화한다는 목적이다. 경기연구원에 따르면 공정금리는 노동생산성 증가율과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합으로 계산하는데 2012~2019년 각각 1.5%와 1.3%로 조사됐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이 20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성장과 공정을 위한 국회 포럼 창립총회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대출 중인 1964만명, 기본대출 다 받아도…운용 비용 '1.67조' 추산


기본대출 손익 구조와 운용 비용도 담겼다. 경기연구원은 신용평가 대상자 4803만명이 모두 기본대출을 이용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최대 4조1000억원 수준의 운용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계했다. 대출 총액 480조3000억원 중 대위변제율 0.85%를 적용한 결과다. 경기연구원 측은 금융전문가들의 자문 등을 구해 대위변제율을 산출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용이 예상되는 1964만명(전체 신용평가 대상자 중 40.9%)으로 좁힐 경우 운용비용은 1조6700억원 수준에 그친다는 설명이다. 1964만명은 지난해말 기준 금융기관에서 실제 대출 받은 인원이다.

보고서는 "기본대출 금리가 금융기관보다 낮기 때문에 대출이 늘어날 가능성이 큰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예금 금리가 낮다고 필요 없는 자금을 일부러 대출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공적 금융기관, 기본대출 직접 운용시 1%대 금리 가능"


또 정부가 우체국 등 공적 금융기관을 이용해 기본대출을 직접 운용하면 '2.0% 이하' 금리로 기본 대출을 운영 가능하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기본대출 금리 2.8%에는 은행의 예대 마진 1.85%가 반영됐는데 공적 금융기관을 활용하면 해당 항목에서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기본대출의 용도를 긴급, 생계 비용으로 한정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담겼다. 보고서는 "대출금을 주식 및 가상자산 투자, 사행성 지출 등 비생산적 부문에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현재 서민금융 일각에서 사용하는 '자금 용도 계획서'는 이런 우려를 일부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긴급 비용 이외에는 기본 금융계좌와 지역화폐를 결합한 '기본금융계좌형 지역화폐'를 발행해 생계비로 용도를 한정할 필요도 있다"고 밝혔다.

이재명 경기지사 내외가 이달 2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 '피카소 탄생 140주년 특별전' 관람을 위해 줄을 서고 있는 가운데 관람객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대출도 '공정' 해야…이재명, 기본소득·기본주택·기본금융까지

부제 : [the300]이재명 지사, '기본시리즈'로 정책드라이브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달 28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1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에 참석해 참석자들과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코로나19(COVID-19), 경제침체, 구조적 저성장이라는 3중고 시대에 국민의 삶과 '경제적 기본권'을 지켜야 하는 것은 국가의 임무 입니다."- 26일 이재명 경기지사 SNS(페이스북)

이번에는 '기본금융'이다.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기본금융에 주목하는 것은 서민들이 저금리 장기대출 혜택의 사각지대에 내몰린다는 현장 목소리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고자산가·고소득자 등에게 집중된 금융 서비스를 전국민의 권리로 확대하는 시도라는 점에서 특유의 과감성이 실렸다. 기본소득, 기본주택에 이어 기본금융을 정책 전선의 전면에 내걸고 '경제적 기본권'으로 승부를 거는 모양새다.

(☞본지 5월30일 보도 [단독]이재명 '기본대출'…전국민 '이자 2.8%'로 1000만원씩 참고)



많이 버는 사람이 돈도 쉽게, 많이 빌리는 구조→금융 불평등이란 문제의식


기본금융은 금융 이용 기회에 불평등이 심화된다는 문제 의식에서 출발한다. 31일 경기연구원의 '금융의 불평등과 기본금융'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소득 5분위(상위 20%)의 가구당 금융부채 점유율은 전체 45.2%로 조사됐다. 전년 대비 0.4%포인트(p) 증가한 수치다.

반면 소득 1분위(하위 20%) 점유율은 4.2%로 같은 기간 0.2p 오르는 데 그쳤다. 점유율만 놓고 보면 5분위 대비 11분의 1 수준이다.

금융을 이용하는 조건도 마찬가지다. 이자율이 대표적이다. 소득과 자산이 많을수록 비교적 금리가 낮은 은행 대출 비중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돈이 많을수록 돈을 쉽게 많이 빌릴 수 있는 '당연한' 구조에 보완책을 마련하려는 시도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이달 20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성장과 공정을 위한 국회 포럼 창립총회에서 축사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소득 상위 20%, 전체 대출 중 은행 대출 '83.3%'…하위 20%는 '44.9%'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소득 5분위는 전체 대출의 83.3%가 비교적 저금리인 은행 대출인 것으로 조사됐다. 2017년(78.7%) 대비 4.6%p 오른 수치다. 제 2금융권 대출은 10%, 기타 금융기관 대출은 6.8% 수준으로 집계됐다.

반면 소득 1분위의 경우 은행 대출 비율이 44.9%에 그쳤다. 5분위 대비 절반 수준으로 같은 기간 15.6%p 급감했다. 이자율 격차 역시 심화된 셈이다. 소득 1분위의 제 2 금융권 대출 비율은 16.6%, 기타 금융기관 대출은 38.4%로 구성됐다.

순자산 대비 이자율 격차 역시 커졌다. 2019년 전체 대출 중 은행 대출 비율은 순자산 5분위는 81.4%, 1분위는 54.2%로 27.2%p 차이를 보였다. 2017년 18.3%p(5분위 76.7%, 1분위 58.4%) 대비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금융 분야에서도 양극화가 심화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우량고객에게는 저금리의 과당 경쟁이 이뤄지나 중·저신용자는 고금리 상품에만 노출된다.

서민금융정책 역시 한계를 드러낸다. 일부 상품의 금리가 17.9%에 달하는 등 정책 금융임에도 금리가 과도하게 높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저소득층과 서민이 감당하기 어려운 금리를 책정해 스스로 정책 금융 대상에서 배제하도록 제도가 설계됐다는 지적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달 28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제1전시장에서 열린 ‘2021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 개막식에서 개회사를 하기 앞서 인사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기본 시리즈' 앞세운 이재명…'경제적 기본권' 대선 아젠다로


이재명 지사의 기본금융은 1인당 한도 1000만원 내에서 국민 누구나 소득이나 자산, 신용 등급에 구애 받지 않고 유사한 수준의 금융 기회를 얻는 게 핵심이다.

이 지사는 '경제적 기본권'을 주요 아젠다로 강조한다. 소득과 주거, 금융 등 자산 격차를 심화하는 주요 분야에 경제적 기본권 개념을 도입한다는 취지다.

이 지사가 기본소득과 기본주택에 이어 다음달 2일 서울 여의도에서 기본금융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하는 배경이다. '이재명계' 핵심으로 꼽히는 김병욱 민주당 의원은 이 지사의 기본대출 구상을 뒷받침하는 서민금융생활지원법 개정안 등 관련 법안 발의를 앞두고 있다.

이 지사는 이달 26일 "저금리 양질의 제도권 금융에서 배제된 금융배제 계층은 금융배제에 머물지 않고 사회적 배제계층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경험한다"고 말했다. 이어 "저소득층을 살인적 고금리로부터 보호하지 않으면 결국 복지대상자가 되어 국가 재정에 큰 부담을 준다"며 "기본금융은 국가 재정을 버리는 게 아니라 아끼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명 경기지사 내외가 이달 2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 '피카소 탄생 140주년 특별전' 관람을 위해 줄을 서고 있는 가운데 관람객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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