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살, 정치 역사를 바꿨다… 역대 당 대표들의 나이는

[the300] [30대 보수당 대표 탄생]

이창섭 l 2021.06.11 11:09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국민의힘 당 대표에 출마한 이준석 후보가 9일 저녁 서울 여의도 KBS스튜디오에서 전당대회 전 마지막 TV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2021.6.9/뉴스1

30대 당 대표. 거대 양당으로 한정하면 헌정사 최초다. 수많은 정치인이 '40대 당 대표'에 도전했다. 거의 실패했다. 만 36살에 신임 당 대표가 된 이준석은 이 역사를 극복했다. 이준석 성공 신화는 수많은 도전과 실패의 역사로 쓰였다.


김영삼, 45세 당 대표


= (서울=뉴스1) 안전행정부 국가기록원은 졸업시즌을 맞아 2월

1969년 당시 김영삼은 42세였다. '40대 기수론'을 내걸고 제7대 대통령 선거 신민당 후보 지명전에 출마한다. 이철승·김대중이 40대 기수론에 동참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승리했다. 끝내 40대 대통령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40대 바람은 다른 곳에서 불었다. 1974년 유진산 전 신민당 총재가 사망했다. 임시 전당대회가 열렸고 김영삼은 총재가 됐다. 45세였다. '40대 기수론'이 가져온 세대교체 바람이 젊은 당 대표를 탄생시켰다.

김영삼 당시 총재는 1974년부터 1976년까지 2년간 당을 이끌었다. 이철승에게 잠시 밀려났지만 1979년 5월 총재직에 복귀한다. 그러나 그때 김영삼 나이는 40대를 벗어난 51이었다.


2000년대 다시 시작된 '젊은 반란'


40대 기수론으로 상징되는 세대교체 바람은 한국 정치사에서 잠시 모습을 감췄다. 2000년대가 들어서야 다시 떠오른다. 반독재 민주화 투쟁 주역인 86세대 등장과 함께.

2006년 열린우리당 당 의장 경선이 열렸다. 김부겸(58년생, 당시 48세)·김영춘(62년생, 당시 44세)·임종석(66년생, 당시 40세) 후보가 당권에 도전했다. 정동영·김근태라는 대선 주자급 중진에 맞섰다.

정동영 상임고문이 52세 나이로 당 의장에 뽑혔다. '신 40대 기수론'을 내걸었던 김부겸·김영춘·임종석 후보는 경험과 경륜의 벽을 넘지 못했다. 정동영에 이어 의장이 된 김근태도 당시 58세였다.

보수 정당에선 세대 교체 바람이 살짝 늦게 불었다. 2006년 한나라당에서 김영선 전 의원이 46세 나이로 25일간 당을 이끌었을 뿐이었다.

전장은 2011년 7.4 전당대회였다. 1년 전인 2010년 지방선거에서 40대 젊은 '86후보'들이 대거 승리했다.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은 패배했다. 개혁과 쇄신 요구가 일었다.

홍준표, 유승민, 권영세, 나경원, 남경필, 원희룡 등 지금은 어엿한 중진으로 분류되는 주자들이 당권에 도전했다. 40대 후보는 나경원(63년생, 당시 48세), 남경필(65년생 당시 46세), 원희룡(64년생, 당시 47세) 셋이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중진·다선 후보로서 이준석과 대립했던 나경원은 2011년 전당대회에는 입장이 반대였다. 여성·40대 젊은 당 대표 필요성을 강조했다.
나경원은 당시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 "젊은 세대에게 호소하는 정책을 개발하고 당의 이미지를 젊게 바꿔야 한다"며 "40대 여성 당 대표가 내년 총선·대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결과는 홍준표의 승리였다. 57세의 나이로 대표 최고위원이 됐다. 그러나 성과는 있었다. 40대 젊은 주자들이 모두 최고위원에 뽑혔다. 당 대표는 50대지만 40대가 대거 지도부에 입성한 것이다.


"세계 정치사에서도 찾아보기 힘들어"


(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국민의힘 당대표에 출마한 이준석 후보가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천안함 생존장병 및 유가족 시위 현장에서 유가족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1.6.9/뉴스1

2011년 한나라당 7.4 전당대회에서 실패한 40대 당 대표 꿈을 10년 뒤 이준석은 36살에 이뤘다. 그사이 젊은 주자들이 패기와 열정으로 당권에 도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새누리당 초대 지도부 황우여(47년생, 당시 64세), 2대 지도부 김무성(51년생, 당시 62세) 등이 당을 이끌었다.

민주당 계열 정당에서도 김한길(52년생, 당시 61세), 문재인(53년생, 당시 62세) 등 주로 60대가 대표를 맡았다. 올해 있었던 5.2 전당대회에서는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7세 나이로 40대 당 대표에 도전했으나 고배를 마셨다.

정의당 등 비교섭 단체나 원외 군소 정당에서는 30대·여성 당 대표도 심심치 않게 나왔지만 거대 양당에선 볼 수 없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영국에서는 38살 당 대표가 나온 적이 있지만 30대 당 대표는 세계 정치사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며 "(이준석의 당선은) 전 세계적으로도 드문 현상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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