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이 이준석 못되는 이유…"파괴적 단절로 신공간 생겨야"

[the300][30대 보수당 대표 탄생]

김태은 l 2021.06.11 11:10
[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오영환, 이소영, 장경태, 장철민 의원과 함께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2030의원 입장문' 발표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4.09. photo@newsis.com

'이준석 돌풍'은 더불어민주당에게는 그야말로 '이준석 쇼크'다. "우리에겐 왜 이준석이 없는가"라는 자조가 민주당 곳곳에서 쏟아져 나오며 뒤늦게 '이준석 찾기' 혹은 '이준석 만들기'에 부산한 분위다.

더불어민주당에 청년 정치인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선거 때 청년 정치인을 발굴해 전략 공천하고 당의 전면에 세우는 작업은 오히려 민주당이 더욱 적극적인 편이었다.

21대 국회에서 2030세대에 해당하는 국회의원은 총 13명으로 국민의힘은 3명에 불과한 데 비해 민주당은 8명이다. 의석수 대비 비중으로 봐도 두배 가까이 많다. 이중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초선 의원임에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활약하며 웬만한 중진 국회의원보다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의 선전에 "김남국 의원도 당 대표에 도전해서 바람을 일으켰으면 좋겠다"고 콕 찝어 띄운 이유다.

정작 한국 정당사의 새역사를 쓴 30대 당대표는 국회의원에서 연거푸 낙선한 '0선 중진'에서 배출됐다는 점은 국회의원 배지를 단 청년 정치인들의 한계를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을 낳는다.

이준석 대표도 비록 출발은 '청년'이란 상징성을 앞장세웠다. 그러나 곧 험지인 서울 노원구에서 국회의원에 도전해 연거푸 패배를 감수하며 청년 이외의 다른 정치적 자산을 쌓아나갔다. 보수정당 소속 정치인이 손쉽게 국회의원 배지를 달 수 있는 길 대신 각종 방송 출연과 당내 뉴미디어 전략, 2030세대 청년 정책 등 자신만의 실적을 만들어 야권 지지자들로부터 세대를 뛰어넘은 새로운 시대의 정치인으로 평가받을 수 있었다.

이에 비해 더불어민주당 내 청년 정치인으로 분류되는 2030세대 초선 국회의원들에 대한 평가는 박한 편이다. 일차적으로 이들이 스스로 쌓아올린 정치적 자산이 적고 기성 정치의 후광에 의존하는 경향이 크다고 비춰지는 게 현실이다. 2030세대의 정치 참여를 독려하는 치어리더나 '청년 정치' 카테고리를 채워넣어 줄 조연에 머물게 될 가능성이 큰데 민주당의 경우 기성 정치와 청년 정치를 서열화해 청년 정치인들을 당 지도부나 주류의 주장을 내세우기 위한 돌격부대로 활용하고 있다. 민주당 청년 정치인들이 청년 정치의 참신성이나 차별성 청년 세대의 대표성과는 거리가 멀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친(親) 여권 팟캐스트 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이동형 작가와 김용민 시사평론가가 최근 민주당 청년 정치인들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지적했는데 한마디로 "지도부에 태클 안 걸고 지지자들에게 딸랑딸랑만 할 줄 아는 애들"이라는 것이다. 4·7 재보궐 선거 직후 이른바 '조국 반성문'으로 당원들의 비난을 받았던 2030 초선들 역시, 국민들이 기대하는 청년 정치인이라면 '비난에도 당당하게 할 말은 하겠다'인데 실상은 지도부 눈치보며 어떻게든 책임을 회피하려고 하며 아우성이었다며 줏대가 없다고 돌직구를 날렸다.

이는 민주당의 비민주적 당내 구조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는 게 이들의 분석이다. 일례로 몇년 전 장종화 청년위원이 페미니즘 소설 '82년생 김지영'에 비유해 '82년생 남자도 힘들다'는 논평을 썼다가 지도부한테 혼나고 논평을 철회시키는 일이 있었다. 이 작가는 "페미니즘을 까는 내용도 아니고 젊은 여성만큼 젊은 남성도 힘드니 관심 좀 가져달라는 지극히 당연한 주장이었는데 누가 민주당에서 소장파를 하려고 하겠느냐"며 "그 어떤 정당보다도 비민주적인 집단인 민주당에서 말이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보수 분열, 총선 대패 등 일련의 흐름으로 파괴적 단절에 의해 새로운 인적 흐름이 나타날 공간이 생긴 데 비해 민주당은 2000년대 초반 이후 '86세대'가 장악한 인적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차이점도 지적된다.

국민의힘은 연이은 선거 패배로 친이(친이명박)와 친박(친박근혜) 양대 정치 세력이 한꺼번에 몰락하면서 새로운 세력이 대거 부상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고 이 과정에서 '청년'에게도 기회가 된 측면이 있다는 해석이 된다. 비단 이준석 뿐 아니라 국민의힘 초선 국회의원과 민주당 초선 의원과의 당내 위상 차이를 봐도 알 수 있다.

민주당 역시 파괴적 단절에 의해 새로운 세력이 대거 정치권이 진출한 시기가 있었는데 바로 노무현 대통령 당선과 민주당 분당, 열린우리당 창당, 17대 총선으로 이어지는 2002~2004년이다. 17대 총선 당시 초선 국회의원이 무려 108명 당선됐고 '탄돌이'로 불리는 '86세대'가 대거 정치권으로 진출하는 계기가 됐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17대 총선 당시 당선자 낙선자들이 아직도 당의 주류니 새로운 세력이 부상할 빈 공간이 없다"며 "조국 전 장관 그룹 정도가 그 구조와 좀 다른 뿌리"라고 지적했다.

윤 실장은 "과거에도 5·16을 통해 사십대인 박정희, 삼십대 김종필 등이 나타나면서 여권-보수 정치는 철거 후 신축이 됐고 야권도 몇년 후 부터 인적 물갈이가 진행됐다"며 "이런 구조의 차이가 있는데 룰을 바꾼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파괴적 단절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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