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1라운드 결과는…'與 81학번 vs 野 85년생'

[the300][30대 보수당 대표 탄생]

박종진 l 2021.06.11 11:07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사진=뉴스1


81학번 대 85년생. 집권 여당과 제1야당의 대표가 극명하게 대비된다. 여야를 상징하는 새 얼굴이 삼촌과 조카뻘로 나뉘었다. 사상 초유의 30대 당 대표 등극에 따른 '이준석 효과'다.

국민의힘은 11일 전당대회에서 당원들과 여론조사에 참여한 국민들이 1985년생 이준석 후보를 당 대표로 선출했다고 밝혔다. 원내 주요 정당에서 30대 당 대표가 나온 것은 우리나라 헌정사에서 처음이다.



여야, 전당대회 '극과 극'…압승한 국민의힘이 '더 변화'


내년 대선의 전초전이라 불렸던 4.7 재보궐선거 이후 여야가 지도부를 교체한 결과이기에 더욱 관심을 받는다. 서울·부산시장에서 참패한 더불어민주당은 81학번이자 1963년생인 5선 송영길 대표를 뽑았고 압승을 거둔 국민의힘은 1985년생이자 단 한 번도 국회의원을 해본 적 없는 이준석 대표를 세웠다. 이긴 쪽이 오히려 더 큰 변화를 보여준 셈이다.

전당대회 과정도 극명하게 차이가 났다. 민주당은 송 대표를 비롯해 4선 우원식·홍영표 의원 간 중진들의 3파전으로 치렀다. 친문(친문재인), 비문(비문재인) 등 새롭지 않은 이슈들이 부각된 가운데 별다른 국민들의 관심을 끄는 데 실패했다. 새 지도부를 세운 이후에도 변화와 쇄신보다는 혼란과 답습을 보였다. 종부세, 양도세 등 부동산 대책을 놓고 규제를 완화하자는 쪽과 강경파 사이에 갈등이 분출됐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책 출간에는 또 한 번 민심과 동떨어진 강성 목소리가 불거졌다.

초선들의 존재도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달 3일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간담회에서는 쓴소리보다 사진찍기에 바빴다는 비아냥조차 나왔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른바 '이준석 돌풍'이 여론의 주목을 받으면서 역대 최고 수준의 전당대회 흥행을 거뒀다. 무능하고 위선적인 기득권 정치에 대한 심판이 '이준석 현상'으로 나타났다는 등 각종 분석을 다룬 보도가 연일 쏟아졌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투표율도 45.36%로 2011년 현재와 같은 선거인단 체제를 갖춘 이래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그야말로 흥행에서 대성공을 거뒀다.

(인천=뉴스1) 정진욱 기자 =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7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국민의힘 인천시당에서 열린 당원 간담회에 참석해 당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1.6.7/뉴스1



"부정적 피드백에 스스로 변화 동력, 한국 사회의 희망"


이원재 카이스트 교수는 "급격한 변화가 필요한 집단이 실제로 급격한 변화를 일으키니 국민적 관심이 높아진 것"이라며 "어느 당이든 한국 사회의 연공서열 특성상 빠른 변화를 이뤄내기 어려운데 국민의힘이 이를 해냈다"고 말했다.

진영논리를 떠나서 묵직한 메시지를 줬다고도 평가했다. 이 교수는 "한국 사회의 희망적인 사건이다. 사회적 집단이 부정적 피드백을 받고 스스로 변화시킬 수 있는 동력을 가졌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라며 "변화의 희망이 없는 집단은 현대 사회에서 살아남기 어렵고 변화가 어려운 정치 집단이 군림하는 국가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현실정치에서 81학번 대 85년생의 구도는 민주당 등 반대 세력의 공격 프레임을 무력화하는 효과도 상당하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대선이 9개월 남았는데 여권에서 국민의힘을 더 이상 꼰대정당이라고도 영남정당이라고도 공격 못하게 됐다"며 "세대교체가 지역대결 구도 프레임을 완전히 눌렀다"고 밝혔다.



"대선정국 불확실성 대단히 커" 신중론도


반면 여전히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아직 야당이 주도권을 잡았다고 보기에는 이르다는 얘기다.

신진욱 중앙대 교수는 "더 주목할 정치 현상은 재보선에서 그렇게 압도적인 결과가 나온 다음에도 최근 정치여론 조사 결과는 복합적이라는 사실"이라며 "차기 대선 후보 선호는 조사기관에 따라 편차가 크고 대통령 국정 수행 긍정 평가율은 소폭 증가했다"고 밝혔다.

신진욱 교수는 "개별 사건 단위로 보면 이준석 사건이 큰 주목을 받았으나 정당 단위로 보면 양대 정당 중 어느 쪽도 재보선 이후 흐름을 한쪽으로 잡았다고 보기 어렵다"며 "대선 정국의 불확실성과 가변성이 대단히 크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돼온 이준석 '대표'의 리스크 문제도 과제다. 대표로서 자질과 역량을 보여주지 못하면 실망 여론에 금방 휩싸일 수도 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이런 혁명적 변화는 대개 당선 자체가 최고의 업적이 될 수 있다"며 "이준석 대표의 장점은 거침없는 자유분방함인데 회의를 주재하고 축사하러 다니는 당 대표가 안 맞는 옷일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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