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野선장' 이준석호, 정권교체 항로 앞 암초는?

서진욱, 박소연, 안채원 l 2021.06.12 06:03
이준석의 당면과제 3가지… '갈등봉합·윤석열·야권통합'

부제 : [the300][30대 보수당 대표 탄생]

국민의힘 당 대표에 출마한 이준석 후보가 지난 9일 저녁 서울 여의도 KBS스튜디오에서 전당대회 전 마지막 TV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게 주어진 최대 과제는 '정권교체'다. 내년 3월 9일 치러지는 차기 대선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야권 지지층의 절박함이 사상 초유의 '30대·0선' 당대표를 탄생시켰다. 이 대표는 경선 과정에서 강조한 '실력주의'를 대선 승리로 증명해내야 한다. 이를 위해 당내 갈등 규합,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입당, 야권 통합 등 과제부터 완수해야 한다.

이 대표는 경선 과정에서 나경원, 주호영 등 중진 후보들과 설전을 벌이며 날을 세웠다. 특히 나 후보가 네거티브 전략에 골몰한다며 "보수 유튜버 같다", "억까(억지로 까려는 것)" 등 표현을 동원하며 구태 정치라고 규정했다. 후보 간 공방을 넘어 당의 중진들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해석마저 나왔다.

안정적인 리더십 확보를 위해선 중진들과 원만한 관계부터 설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본격적인 쇄신 행보에 앞서 중진들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것이다. 파격적인 행보를 강조하며 중진들과 날을 세울 경우 당내 분열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중진, 기존 의원들과 통합을 위해 어느 정도 조율할 것이냐는 문제가 있다"라며 "변화, 쇄신은 다하겠지만 속도조절은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인이 생각하는 쇄신을 현실화하기 위한 협의가 필요하다. 그걸 어느 정도까지 설득해내느냐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윤 전 총장의 입당을 성사시킬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이 대표는 경선 과정에서 '공정 경선'을 강조하면서 윤 전 총장의 입당 여부과 무관하게 대선후보 경선을 시작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를 두고 윤 전 총장이 입당을 주저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달 초만 해도 윤 전 총장이 연이어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을 만나며 입당이 임박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입당 여부에 모호한 태도로 돌아갔다. 윤 전 총장 입당만 기다릴 수 없다는 이 대표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자 기싸움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정치권 관계자는 "현재 대선주자 지지율 1위인 윤 전 총장을 당밖에 두는 건 야권의 변수를 키우는 꼴"이라며 "당장 입당을 이뤄내지 못하더라도 윤 전 총장과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노력에 나서야 한다"라고 말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9일 서울 중구 남산예장공원 내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선생 기념관 개관식에서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

야권 통합 역시 선결 과제다. 제1야당을 중심으로 다양한 세력을 규합할 수 있는 정치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게 이 대표의 최대 약점으로 꼽혔기 때문이다. 전당대회 직전까지 논의됐던 국민의당과 합당 여부가 가장 먼저 거론될 전망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이 대표가 과거 껄끄러운 관계에 있었던 만큼 합당 논의가 지지부진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이 대표는 이런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해 안 대표에게 만남을 제의한 상태다. 이 대표는 지난 9일 KBS TV토론회에서 "모종의 경로를 통해 안 대표께서도 호응할 거라는 의사를 전달받았다"라고 밝혔다. 주호영 후보에게 국민의당과 합당 문제를 일임할 수도 있다는 의사를 내비친 바 있다. 주 후보는 4·7 재보선 이후 당대표 권한대행으로 재임하면서 국민의당과 합당을 주도적으로 추진했다.

차재원 평론가(부산가톨릭대 겸임교수)는 "공정한 대선 경선의 룰과 통합의 원칙, 탕평 인사가 중요하다"라며 "통합의 원칙은 윤 전 총장과 국민의당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다"라고 말했다.




"변화 긍정적, 걱정도"…'이준석 대표' 중진들 심경 들어보니

부제 : [the300][30대 보수당 대표 탄생]일부 우려 있지만 정권교체에 긍정적 평이 대세…"조력 아끼지 않을 것"

이준석 국민의힘 신임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당선 확정 후 정진석 의원과 포옹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준석 신임 당 대표를 바라보는 국민의힘 중진들의 심경은 복합적이다. 30대의 0선 당 대표의 경험부족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있지만, 변화를 동력 삼아 내년 정권 교체에 힘을 모아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다. 이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봤다.


"변화 긍정적인데 걱정도…당 빠른 수습 급선무"


"당이 새로운 변화를 맞이한 것은 긍정적인데, 걱정이 앞선다."

11일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이준석 대표가 당선된 가운데, 김태흠 의원(3선·충남 보령·서천)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이준석 대표가 다소 가벼운 측면이 있기 때문에 대선 정국을 어떻게 관리해 나갈 수 있을까 우려되는 게 사실"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신임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당기를 흔들고 있다. '30대·0선'의 이 대표는 역대급 전당대회 흥행을 주도한 끝에 헌정사상 최초의 30대 보수정당 대표에 올랐다. /사진=뉴스1

김 의원은 "이 대표가 가벼움으로 국민들에게 금방 실망을 주지 않을까 우려도 있다"며 "유승민 전 대표와의 관계와 관련해서도, 계파가 없다고 하지만 차후 인사 등에서 혹여 내분이 일어나지 않을지 걱정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변화는 중심(당 대표)이 바뀌어야 일어나는 것이다. 바뀌어야 할 때 그렇지 않으면 더 큰 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분명한 건 우리 당뿐 아니라 민주당, 정치권, 온 사회가 바뀔 것이란 사실"이라고 했다. 그는 "공무원 사회 기수에 대한 연공서열도 타파되지 않을까"라며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고 평가했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나타난 불협화음을 빠르게 수습해야 한단 의견도 나왔다. 박대출 의원(3선·경남 진주시갑)은 "선거전에서 부각됐던 네거티브 요소들을 잊고 긍정적인 에너지만 모으는 게 중요하다"며 "지금은 당내 어떤 것도 뺄셈이 아닌 덧셈과 곱셈으로 만들어 내년 대선에서 정권을 창출해야 한다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석 체제, 염려 안해도 돼…조력 아끼지 않을 것"


이준석 국민의힘 신임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당선 확정 후 주호영 후보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스1

"당 대표가 젊어진다고 당이 혼란해지진 않을 것이다."

이명수 의원(4선·충남 아산갑)은 "이준석 대표는 의원 경험이 없지만 정치를 오래 전에 시작했고 젊음과 혁신의 마인드를 갖고 당내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서 당을 운영하겠다고 했다"며 이같이 평가했다.

이 의원은 "변화와 혁신을 바라는 국민들과 당원의 표심이 이준석 후보에게 모인 것으로, 당내 문제는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본다"며 "젊은 당 대표의 마인드를 당 곳곳에 접목시키고 당의 중진들과 현역 의원들의 경험과 경륜을 모으면 되고, 이 대표는 그런 부분을 잘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민주당보다 더 젊은 당 대표가 되면 그 자체가 혁신이고 승리에 가까워지는 것"이라고 했다.

중진들은 내년 정권 승리를 위해 역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당내 최다선인 정진석 의원(5선·충남 공주시부여군청양군)은 "이준석 당 대표 당선은 변화를 뛰어넘는 변혁이라 생각한다"며 "새로운 변화의 결과, 국민의 여망에 부응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니 이준석 대표를 잘 도와 내년 정권교체를 완성할 수 있도록 모든 조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서병수 의원(5선·부산진구갑)도 "당이 잘 추스려져서 앞으로 10개월 후 있을 대선에서 반드시 정권 잡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진들이 먼저 나서기 어려울 수 있으니 대표가 적극적으로 중진들에게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대출 의원은 "국민의힘 소속 의원 102명이 초선이든 중진이든 정권교체를 위해 각자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며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 "이준석, 반짝인기에 그치지 않으려면…"


이준석 국민의힘 신임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당선 확정 후 나경원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전문가들도 이준석 당 대표 체제에 높은 기대감과 우려를 동시에 나타냈다. 이른바 '이준석 리스크'가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정당 운영이란 게 만만찮다. 방송 나가서 인기 있는 발언하고 SNS에 확산하는 것 이상으로 국가 경영에 맞먹는 정치력이 필요하다"며 "이준석 체제가 자리잡지 못하고 의문이 확산한다면 반짝 인기에 그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일단 국민의힘으로선 내년 대선 승리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 반목과 불협화음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창환 정치평론가(장안대 교수)는 "반 페미니즘 정서에 기대려 한다든가 백신 논란에서 중국을 매도하고 넘어가려는 것은 전형적인 '우파 포퓰리즘'"이라며 "이준석의 인기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과 20대 남성의 바람으로 포장됐지만 그 안엔 우파 포퓰리즘이 존재하고 정제되지 않은 선동적인 표현도 많다. 당 대표가 된 이후엔 메시지가 정제되지 않으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국민의힘 자체적인 쇄신 노력도 뒤따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헌정 사상 첫 30대 보수당 대표로의 변화는 그 자체로 혁신의 상징이지만, 당이 진정으로 거듭나지 않는다면 국민들의 실망감이 배로 나타날 수 있다.

차재원 평론가(부산가톨릭대 겸임교수)는 "'당심 70%'라는 벽을 깨고 이준석이 당선된 건 그만큼 변화를 바라는 열망이 크다는 것인데 이것을 실현하려면 당 대표 간판을 바꿔서 될 것이 아니고 정치문화 전반을 바꿔야 한다"며 "보수가 기존의 기득권을 버리고 철저히 낮아지는 모습을 보여야 당 대표에 의해 속내까지 변했구나 생각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포장지와 국민들과 당원들이 바꿔줬다면, 내용물을 바꾸는 건 당의 구성원"이라고 강조했다.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