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81학번 vs 野 85년생'…이준석 현상은 OOO이다

박종진 l 2021.06.12 08:20
대선 1라운드 결과는…'與 81학번 vs 野 85년생'

부제 : [the300][30대 보수당 대표 탄생]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사진=뉴스1

81학번 대 85년생. 집권 여당과 제1야당의 대표가 극명하게 대비된다. 여야를 상징하는 새 얼굴이 삼촌과 조카뻘로 나뉘었다. 사상 초유의 30대 당 대표 등극에 따른 '이준석 효과'다.

국민의힘은 11일 전당대회에서 당원들과 여론조사에 참여한 국민들이 1985년생 이준석 후보를 당 대표로 선출했다고 밝혔다. 원내 주요 정당에서 30대 당 대표가 나온 것은 우리나라 헌정사에서 처음이다.



여야, 전당대회 '극과 극'…압승한 국민의힘이 '더 변화'


내년 대선의 전초전이라 불렸던 4.7 재보궐선거 이후 여야가 지도부를 교체한 결과이기에 더욱 관심을 받는다. 서울·부산시장에서 참패한 더불어민주당은 81학번이자 1963년생인 5선 송영길 대표를 뽑았고 압승을 거둔 국민의힘은 1985년생이자 단 한 번도 국회의원을 해본 적 없는 이준석 대표를 세웠다. 이긴 쪽이 오히려 더 큰 변화를 보여준 셈이다.

전당대회 과정도 극명하게 차이가 났다. 민주당은 송 대표를 비롯해 4선 우원식·홍영표 의원 간 중진들의 3파전으로 치렀다. 친문(친문재인), 비문(비문재인) 등 새롭지 않은 이슈들이 부각된 가운데 별다른 국민들의 관심을 끄는 데 실패했다. 새 지도부를 세운 이후에도 변화와 쇄신보다는 혼란과 답습을 보였다. 종부세, 양도세 등 부동산 대책을 놓고 규제를 완화하자는 쪽과 강경파 사이에 갈등이 분출됐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책 출간에는 또 한 번 민심과 동떨어진 강성 목소리가 불거졌다.

초선들의 존재도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달 3일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간담회에서는 쓴소리보다 사진찍기에 바빴다는 비아냥조차 나왔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른바 '이준석 돌풍'이 여론의 주목을 받으면서 역대 최고 수준의 전당대회 흥행을 거뒀다. 무능하고 위선적인 기득권 정치에 대한 심판이 '이준석 현상'으로 나타났다는 등 각종 분석을 다룬 보도가 연일 쏟아졌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투표율도 45.36%로 2011년 현재와 같은 선거인단 체제를 갖춘 이래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그야말로 흥행에서 대성공을 거뒀다.

(인천=뉴스1) 정진욱 기자 =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7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국민의힘 인천시당에서 열린 당원 간담회에 참석해 당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1.6.7/뉴스1



"부정적 피드백에 스스로 변화 동력, 한국 사회의 희망"


이원재 카이스트 교수는 "급격한 변화가 필요한 집단이 실제로 급격한 변화를 일으키니 국민적 관심이 높아진 것"이라며 "어느 당이든 한국 사회의 연공서열 특성상 빠른 변화를 이뤄내기 어려운데 국민의힘이 이를 해냈다"고 말했다.

진영논리를 떠나서 묵직한 메시지를 줬다고도 평가했다. 이 교수는 "한국 사회의 희망적인 사건이다. 사회적 집단이 부정적 피드백을 받고 스스로 변화시킬 수 있는 동력을 가졌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라며 "변화의 희망이 없는 집단은 현대 사회에서 살아남기 어렵고 변화가 어려운 정치 집단이 군림하는 국가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현실정치에서 81학번 대 85년생의 구도는 민주당 등 반대 세력의 공격 프레임을 무력화하는 효과도 상당하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대선이 9개월 남았는데 여권에서 국민의힘을 더 이상 꼰대정당이라고도 영남정당이라고도 공격 못하게 됐다"며 "세대교체가 지역대결 구도 프레임을 완전히 눌렀다"고 밝혔다.



"대선정국 불확실성 대단히 커" 신중론도


반면 여전히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아직 야당이 주도권을 잡았다고 보기에는 이르다는 얘기다.

신진욱 중앙대 교수는 "더 주목할 정치 현상은 재보선에서 그렇게 압도적인 결과가 나온 다음에도 최근 정치여론 조사 결과는 복합적이라는 사실"이라며 "차기 대선 후보 선호는 조사기관에 따라 편차가 크고 대통령 국정 수행 긍정 평가율은 소폭 증가했다"고 밝혔다.

신진욱 교수는 "개별 사건 단위로 보면 이준석 사건이 큰 주목을 받았으나 정당 단위로 보면 양대 정당 중 어느 쪽도 재보선 이후 흐름을 한쪽으로 잡았다고 보기 어렵다"며 "대선 정국의 불확실성과 가변성이 대단히 크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돼온 이준석 '대표'의 리스크 문제도 과제다. 대표로서 자질과 역량을 보여주지 못하면 실망 여론에 금방 휩싸일 수도 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이런 혁명적 변화는 대개 당선 자체가 최고의 업적이 될 수 있다"며 "이준석 대표의 장점은 거침없는 자유분방함인데 회의를 주재하고 축사하러 다니는 당 대표가 안 맞는 옷일 수 있다"고 밝혔다.




촛불부터 감각의 부활까지…'이준석 현상'은 결국 OOO다

부제 : [the300][30대 보수당 대표 탄생]

(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국민의힘 당대표에 출마한 이준석 후보가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열린 천안함 생존장병 및 유가족 시위 현장에서 유가족과 대화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1.6.9/뉴스1

이준석 후보의 당선으로 원내 주요 정당에서 30대(1985년생) 당 대표 탄생이라는 한국 정치사 초유의 사건이 벌어졌다. 그동안 당선이 유력시되면서 유례없는 상황을 표현하기 위한 '이준석 돌풍' '이준석 현상' 등의 수식도 붙었다.

기존 정치세력에 대한 심판과 불만이 이준석이란 청년을 통해 분출됐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 개인을 향한 지지라기보다 기득권 정치 전반을 겨냥한 근본적 변화 요구라는 해석이다.

다만 아직은 빈약한 청년 정치인들의 존재와 이준석 돌풍을 뒷받침할 만한 새로운 콘텐츠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에서 향후 변화 가능성은 좀 더 신중히 살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정권교체 열망 + 세대교체 바람 = 586 여당 '이중기득권' 심판"


이준석 대표 체제 출범이 우리나라 정치사에서 혁명적 사건이라는 점에는 전문가들 사이에 거의 이견이 없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혁명적 사건"이라고 규정하며 이를 '이중기득권에 대한 심판'이라고 설명한다. 박 대표는 "우선 정권교체의 열망이 굉장히 강하다는 게 확인됐다. 고령층 영남 당원들도 이준석을 선택한 것으로 무조건 정권을 되찾아야 한다는 열망이 투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집권당이라는 기득권에 대한 심판이므로 여당에서는 애초 불 수 없는 바람이라는 얘기다.

이어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대변해 586세대를 밀어내려는 움직임도 작용했다"며 "위(고령층)에서는 정권 교체 열망, 밑(MZ세대)에서는 세대 교체의 바람이 불었다. 결국 이중기득권인 586 중심의 여당에서는 이런 바람이 불 수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등 일련의 몰락과정을 거치면서 실종됐던 보수의 전략적 감각이 되살아났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 대표와 동갑내기인 1985년생 손수조 전 새누리당 미래세대위원장의 사례가 소환된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2012년 총선 때 문재인 대통령이 부산 사상에 출마했는데 이때 당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은 27살 손수조 후보를 대항마로 내세웠다"며 "이런 탁월한 정치 감각이 있었다가 보수 몰락과정에서 다 죽었는데 보궐선거에서 압승하면서 잃어버렸던 감각을 되찾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어떻게 하면 민주당보다 우위로 보이겠느냐를 판단한 것"이라며 "대선을 앞둔 당 대표는 그 자체로 이미지인데 문 대통령과 이 대표가 만나는 장면을 상상해보라"고 했다. 꼰대정당에서 단숨에 젊은 정당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국민의힘 내에서 일종의 집단지성이 발휘된 셈이다.

(인천=뉴스1) 정진욱 기자 =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7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국민의힘 인천시당에서 열린 당원 간담회에 참석해 당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1.6.7/뉴스1



"여야 가리지 않는 근본적 변화 요구"…본격적 세대교체? '신중론'도


'이준석 현상'의 에너지가 현 정권을 탄생시켰던 촛불의 원동력과 다르지 않다는 해석도 있다. 이원재 카이스트 교수는 "이준석 현상은 촛불의 연장"이라며 "촛불의 실체를 두고 대부분 '촛불=문재인·진보 지지=박근혜·보수 비판'으로 해석하지만 전 국민의 90% 이상이 특정 정치인과 정치 집단을 지지한다는 가정 자체가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 저성장과 불황을 꽤 오랜 기간 동안 감내하는 시민·세대의 집단적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며 "보다 근본적인 변화 요구는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고 밝혔다.

신진욱 중앙대 교수는 "현 여권에 실망한 유권자의 다수가 그동안 자유한국당, 미래통합당, 국민의힘을 지지하지 않았는데 지난 재보선에서 국민의힘 후보를 들어서 민주당을 흔들었고, 이번에는 이준석을 들어서 수년 전 탄핵 후에도 이렇다 할 혁신의 기미를 보이지 않은 보수정치 기득권층을 흔들고 있다"며 "이준석 현상은 기본적으로 재보선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진단했다.

기념비적 사건에도 불구하고 실질적 변화를 예단하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따른다. 신진욱 교수는 "이준석 현상은 차세대 정치인 그룹이 아직 좁아서 세대교체의 신호탄으로 보기 어렵다"며 "이준석 대표가 양극화, 경제불안, 부동산, 외교, 북한 등 핵심 의제보다는 젠더, 세대 등의 갈등을 증폭시키는 우회전략으로 정치자산을 축적해왔다는 점에서 정치개혁의 신호탄으로 보는 것도 성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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