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방때마다 성당 찾은 文, 교황방북 기대 "그날 곧 오길"

[the300][유럽3개국 순방 리뷰]④오스트리아·스페인 순방때 성당 간 文대통령, 미국 순방때도 성당 찾아

정진우 l 2021.06.18 15:45
[비엔나(오스트리아)=뉴시스]박영태 기자 = 오스트리아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15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비엔나 하일리겐크로이츠 수도원을 알렉산더 판 데어 벨렌 대통령 내외와 방문, 수도원장의 환영사를 듣고 있다. 2021.06.15. since1999@newsis.com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19(COVID-19) 이후 재개한 해외 순방때마다 각국 성당을 찾아 추기경들을 만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문 대통령의 종교관에 따른 일정으로 보이지만 일각에선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과 관련된 외교일정이란 분석이 나온다.

정치권에선 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비롯한 대면 정상외교 국면에서 각국 추기경들을 만나 한반도 평화와 교황의 발언 등을 재차 언급하면서 교황 방북에 대한 기대감이 감지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국빈방문 한 오스트리아의 중세 수도원을 찾아 3년 전 무산됐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 추진 사실을 얘기했다. 교황 방북 재추진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인 이날 알렉산더 판 데어 벨렌 대통령과 함께 중세 시대에 건립된 하일리겐크로이츠 수도원을 방문했다. 문 대통령은 막스밀리안 하임 수도원 원장과 만남에서 "2018년 바티칸을 방문했을 때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나의 방북 제안을 수락하면서 한반도 평화의 가교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며 "아직 교황님의 방북이 성사되지는 못했으나 그 날이 곧 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바르셀로나(스페인)=뉴시스]박영태 기자 = 스페인을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17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성가족성당을 방문, 후안 호세 오메야 추기경과 환담하고 있다. 2021.06.17. since1999@newsis.com


지난 2018년 10월 유럽 5개국 순방 당시 바티칸을 찾아 교황과 만나 주고받은 방북 추진 사실을 환기한 것이다. 당시 만남에서 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확인한 방북 초청 의사를 교황에게 전달했고, 교황은 이탈리아어로 '나는 갈 준비가 되어 있다'는 의미로 "소노 디스포니빌레(sono disponibile)"라고 밝히며 사실상 초청을 수락했다.

이후 바티칸 관례에 따라 교황은 김 위원장의 공식 초청을 기다렸지만, 약 5개월 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됨에 따라 한반도 정세가 급격히 경색되면서 결국 방북은 성사되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7일 스페인에서도 국빈 방문 마지막 일정으로 바르셀로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성가족성당)을 방문해 후안 호세 오메야 추기경과 한반도 평화 등과 관련해 환담을 나눴다.

후안 호세 추기경은 문 대통령에게 "대통령님을 만나고 나서 기도의 제목이 하나 더 늘었다"면서 "한반도의 평화, 대통령 가족과 한국 가톨릭 신자를 위한 기도가 그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뉴시스]추상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시내 한 호텔에서 윌튼 그레고리 추기경 겸 워싱턴 대주교를 면담하고 있다. 2021.05.22. scchoo@newsis.com

앞서 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다음 날인 지난달 22일 워싱턴D.C 시내 한 호텔에서 윌튼 그레고리 추기경 겸 워싱턴 대주교를 만나서도 교황의 방북 메시지를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면담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여건이 되면 북한을 방문해 평화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면서 "하루빨리 그런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코로나19 극복과 함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 진전을 위해 긴밀히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교황 방북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상황도 우호적인 편이다. 지난 11일 천주교 대전교구장 유흥식 라자로 대주교가 한국 성직자로는 처음으로 교황청 고위직인 성직자성 장관에 임명됐다.

그동안 남북관계와 관련해 교황청과 가교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유 대주교는 임명 직후 기자회견에서도 "교황님의 방북을 주선하는 역할이 맡겨진다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북한의 교황 방북에 대한 호응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북한은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경을 완전히 봉쇄하고 인적 교류를 전면 차단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 위원장이 전날 당 중앙위원회 8기 3차 전원회의 3일차 회의에서 "대화와 대결 모두 준비돼 있어야 한다"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첫 대외 메시지를 내놨지만, 북한이 남측 혹은 미국과 대화를 비롯해 교황의 방북에 적극 나설지는 불투명하다.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