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파일' 윤석열의 반격…무대응에서 공격으로 태세 전환

[the300](종합)

안채원 l 2021.06.22 16:26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9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예장공원 개장식에서 마스크를 고쳐쓰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2일 'X파일'을 둘러싼 논란 확산에 "출처불명 괴문서로 정치공작하지 말고 진실이라면 내용·근거·출처를 공개하기 바란다"며 "그래서 진실을 가리고 허위사실 유포와 불법사찰에 대해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첫 공식 입장을 밝혔다.

윤 전 총장은 당초 네거티브 공세에 일절 대응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으나, 정치권을 중심으로 이른바 '윤석열 X파일'을 둘러싼 파장이 확산되자 직접 대응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전 총장은 캠프 내에 '네거티브(선거에서 상대방 약점을 공격하거나 의혹을 제기하는 것) 대응팀' 신설 방침을 세우고 변호사 출신 부대변인을 선임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윤 전 총장 대선 캠프의 이상록 대변인은 이날 오후 "윤석열의 입장에 대해 아래와 같이 알려드린다"며 짧은 입장문을 출입기자단에 공지했다.

윤 전 총장은 입장문에서 "저는 국민 앞에 나서는데 거리낄 것이 없고 그랬다면 지난 8년간 공격에 버티지 못했을 것" 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출처불명 괴문서로 정치공작 하지 말고 진실이라면 내용·근거·출처를 공개하기 바란다"며 "그래서 진실을 가리고 허위사실 유포와 불법사찰에 대해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기관과 집권당에서 개입해 작성한 것처럼도 말하던데, 그렇다면 명백한 불법사찰"이라고 강조했다.

무대응 방침에서 갑작스런 대응 변화의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이 대변인은 "괴문서 파동에 대응한 것은 내부 판단에 따른 것이니 말씀드린 내용대로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답했다.

'전언 정치'에 대한 국민적 피로감에 쌓이는 상황에 대변인 사퇴라는 악재까지 겹쳐 지지율에 영향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권에선 윤 전 총장이 'X파일'을 둘러싼 파장이 확산되는 것을 방치할 경우 등판도 하기전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해석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오전 한 언론사가 보도한 장모 최모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해서도 반발했다.

윤 전 총장은 "저는 법과 원칙에 따라 누구나 동등한 수사와 재판을 받아야 한다는 소신을 가지고 있고 가족이라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검찰 재직 시에도 가족 사건에 일절 관여한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다만 최근 출처불명의 괴문서에 연이어 검찰 발로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 보도된 것은 정치공작의 연장선상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윤 전 총장은 네거티브 공세에 적극 대응할 예정이다. 윤 전 총장은 조만간 캠프 내에 손경식 변호사를 주축으로 하는 네거티브 대응팀을 꾸린다. 윤 전 총장의 한 측근은 이날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손 변호사의 역할이 현재 진행 중인 윤 전 총장 가족 등 사건을 변호하는 데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 측 특별변호인 손경식 변호사가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윤 총장의 2개월 정직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 사건 재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0.12.22/뉴스1


손 변호사도 이날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네거티브 대응팀에서 일정 역할을 해야 할 것 같다"며 "(정치권에서) 자꾸 가족들 사건으로 공세를 지속하는 상황인 만큼 해당 부분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저니까 그렇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우선 정책 수립 담당자 등 캠프 구성의 근간이 되는 필수 인력 인선을 마무리한 뒤 네거티브 대응팀 구성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손 변호사는 "네거티브 대응은 사실상 이미 진행되고 있는 부분들이 있으니, 더 급한 조직 구성부터 한 이후에 공식화하고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소송으로 윤 전 총장에 대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징계 집행을 정지시킨 이완규 변호사도 캠프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손 변호사는 윤 전 총장 장모와 아내 관련 네거티브에 대응을 하고 이 변호사는 윤 전 총장 자체에 대한 네거티브 대응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손 변호사는 "거창하게 무엇을 짜고 있지는 않고 이제 점차 공식 구성을 시작해나가고 있다"며 "혼자서는 다 못 하니 인력 보강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이 신임 부대변인에 변호사 출신을 선임한 것 또한 효율적인 네거티브 대응을 위한 방안이라는 해석이다. 이 대변인은 이날 출입기자단에 문자메시지를 보내 "오늘부터 최지현 변호사(사법연수원 32기)가 임시 부대변인을 맡아 저와 함께 활동한다"고 밝혔다.

당초 윤 전 총장은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과 이 대변인을 캠프 공보단에 선임했으나 이 전 논설위원이 지난 20일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이 대변인 홀로 공보 역할을 해왔다. 윤 전 총장에 대한 관심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취재 대응 업무를 수행할 만한 추가 인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부대변인을 선임한 것으로 보인다.

최 부대변인은 서울대학교 사법학과를 졸업한 뒤 제42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최 부대변인은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2003년부터 2011년까지 일했으며 현재는 변호사 활동을 쉬고 있다. 일각에선 최 부대변인이 임시 부대변인 활동을 하다가 추후 네거티브 대응팀이 공식 구성되면 네거티브 대응 담당으로 보직을 바꿔 활동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9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예장공원 내에 있는 이회영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해 전시물을 관람한 뒤 취재진에 둘러싸여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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