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해부대 참사' 3개월 전…국회 간 서욱 "최우선 접종할 생각"

[the300]초유의 청해부대 참사…3개월전 회의록보니 '완벽한 방치'

박종진 l 2021.07.21 11:57
(성남=뉴스1) 황기선 기자 = 해외파병 임무 수행 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청해부대 장병들을 태운 버스가 20일 오후 경기 성남 서울공항을 빠져나오고 있다. 이날 버스를 탄 청해부대 장병들이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2021.7.20/뉴스1


"잠수함이나 배나 여기서는 완전히 밀폐 생활을 하기 때문에 감염 가능성이 훨씬 높은데"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밀폐돼 있는 공간에서 현행 작전 임무를 수행하는 30세 이하의 장병들한테 최우선적으로 접종을 시킬 생각" (서욱 국방부 장관)

3개월 전 국회에서 의원과 장관이 주고받은 질의응답이다. 밀폐 공간 장병들의 백신 접종에 대한 서 장관의 '생각'은 그야말로 생각에 그치고 말았다. 청해부대 코로나19(COVID-19) 집단 감염 사태에 당국 책임론이 쏟아지는 가운데 정부의 안이한 대처를 적나라하게 방증하는 당시 대화록이 눈길을 끈다.



3개월전 국회서…서욱 "우선접종 정해놨는데, 화이자 우선권 올지" 걱정


21일 제21대 국회 상임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올해 4월28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군 장병들의 백신 접종 문제가 집중 논의됐다.

특히 이번 청해부대와 같이 제한된 공간에서 생활하는 장병들의 안전 문제가 핵심이었다. 당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서 장관에게 "군인들은 대체로 집단생활을 하기 때문에 서로 밀접 접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잠수함이나 배나 여기서는 완전히 밀폐 생활을 하기 때문에 (코로나19가) 발생하면 감염 가능성이 훨씬 높은데 지금 30세 미만 장병들은 접종 계획이 확정된 게 없지요?"라고 물었다.

서 장관은 "질병청(질병관리청)하고 협조하고 있다. 아직 결정은 못 했다"고 답했다.

이어 하 의원은 "우선 접종 대상에 어떤 기준을 적용한거냐"라고 질의했고 서 장관은 "아스트라제네카를 맞다 보니까 30세로 구분되는 방침에 맞게 그렇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스트라제네카가 아닌 다른 백신이 들어오면 30세 이하 장병들한테 최우선적으로 접종을 시킬 것이란 얘기였다.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서욱 국방부 장관이 28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1.4.28/뉴스1


하 의원이 언제 밀폐 공간 장병들한테 우선 접종할지 재차 묻자 서 장관은 "30세 미만 우선 접종 대상자는 이미 정해놨다"며 "정해놨는데 시기하고 백신의 종류하고 이것을 아직 결정 못했다"고 말했다. 밀폐 공간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필수작전부대 우선 접종 대상자를 4만6000명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면서 군 장병에게 우선권이 올지를 걱정했다. 서 장관은 "화이자가 추가적으로 들어오는 것이 저희한테 우선권이 올지"라고 말을 맺었다.

이날 여당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나왔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무엇보다 병력이 급하다. 지금 잠수함이고 함정이고 다 하겠다고 하지만 전 병력에 대해서 바로 접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다른 부분 제쳐 놓고 군인들이 먼저 맞아야 한다. 그렇게 하시라"고 주문했다.



후속조치 '제로'…누가 책임지나


그러나 후속조치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청해부대원들은 단 한 명도 백신 접종을 하지 못했다. 질병청과 협조하고 있다던 국방부는 이번 사태가 터지자 질병청과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이달 19일 밤 국방부와 질병청이 조율을 마치고 공동 배포한 입장문에서 양 부처는 '일반론에 대한 구두 협의만 있었다'고 밝혔다. 해외파병 부대 전반에 대한 예방접종 관련 문제를 논의했지만 어려움이 많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그나마 입장문에 담긴 '구두 협의'는 올해 2~3월이었다. 4월 국회에서 서 장관이 "최우선 접종"을 말한 이후에 어떤 노력이 실제 이뤄졌는지는 미지수다.

서 장관이 국회에서 우려한 대로 '백신 보급 우선권'이 걸림돌이었다면 안보의 근간인 장병 안전을 대하는 우리 정부의 인식이 문제다. 정부 운영의 최종 책임자이자 국군통수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은 아직 청해부대 사태에 공식 사과하지 않았다. 군 수뇌부를 질타하면서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겠다"고만 했다. 서 장관은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고 사과했다.

(성남=뉴스1) 김영운 기자 = 해외파병 임무 수행 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집단 발병한 청해부대 제34진 장병들을 태운 공군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 KC-330 '시그너스'가 20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서울공항에 착륙해 장병들이 수송기에서 내리고 있다. 2021.7.20/뉴스1



"미국선 소고기도 제일 좋은건 해군으로…우리나라는 이게 뭐냐"


4월 전체회의 당시 군인 출신인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은 '장병 우선권'을 역설한다. 신 의원은 "지금 연합사단에 있는 미국 장병의 93.7%가 접종을 완료했다. 연합사는 81%, 한국군과 카투사까지 덕을 봐서 74%다. 미국은 의료 종사자와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군인을 최우선적으로 맞힌다"며 "이스라엘 전 국민의 53% 접종을 다 했다. 그런데 군인은 얼마냐 하면 85%다. 군인을 우선적으로 맞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 의원은 "남북 대치 상황에서 우리 장병들은 우선 순위가 뒤로 와 있다"며 "국방부 대변인도 질병청만 쳐다보고 있다. 이것은 아니라고 본다. 당당하게 요구를 해서 군인을 최우선 순위로 맞혀야 된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은 이날 발언 시간이 지나 마이크가 꺼졌는데도 호소를 이어간다. 신 의원은 "미국에서 예를 들면 제일 좋은 소고기 1등급이 어디에 납품되는지 아시나? 미 해군에 납품된다. 2?3등급은 공군하고 육군에 납품된다. 즉 미국에서 제일 맛있는 스테이크는 (먹으려면) 항공모함 타면 된다. 그 정도로 대우해 준다"며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게 뭐냐"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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