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0'→'11대7'…1년2개월만 국회 정상화, 승자는 누구?

[the300]

박종진, 이정현 l 2021.07.23 21:00
(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박병석 국회의장과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비롯한 양당 원내대표단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실에서 추경안과 상임위원장 배분 등에 합의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021.7.23/뉴스1


국회 원구성 협상이 사실상 14개월 만에 타결됐다. 모든 상임위원장 자리를 거대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독차지하던 '18대 0' 상황이 마침내 해소됐다. 의석수 비율대로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7개의 상임위원장 자리를 가져가기로 하면서 '11대 7'로 바뀌었다.

논란의 핵심이었던 법제사법위원장(법사위원장)은 2022년 6월부터 시작하는 제21대 국회 후반기에 국민의힘이 맡는 것으로 정리됐다. 대신 법사위의 기능을 회부된 법안의 '체계와 자구 심사'로 한정하는 내용을 국회법에 추가하기로 했다. 법사위가 '상원' 노릇을 하며 각 상임위에서 의결돼 올라온 법안의 발목을 잡는 폐해를 없애겠다는 취지다.

23일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같은 내용의 원구성 합의를 이뤘다.



정무위, 국토위, 예결위 등 7개 상임위원장은 '국민의힘'으로


이날 합의에 따라 민주당은 전반기 국회의 운영위원회, 법사위, 기획재정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외교통일위원회, 국방위원회, 행정안전위원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 정보위원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을 맡는다.

국민의힘은 정무위원회, 교육위원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아울러 여야는 21대 국회 후반기 상임위원장 배분은 교섭단체 의석 수에 따라 하되 법사위원장은 국민의힘이 맡기로 합의했다. 여야는 법사위원장 문제를 두고 오랜 시간 논의를 이어왔다.

여야는 이날 국회법에 120일로 규정돼 있는 체계·자구심사 기간을 60일로 단축하기로 합의했다. 또 '법사위는 국회법에 따라 회부된 법률안에 대해 체계와 자구의 심사 범위를 벗어나 심사해선 안된다'는 내용을 국회법에 추가하기로 했다. 모든 법안이 본회의 의결 전에 거쳐야 하는 관문인 법사위가 정쟁 등을 이유로 법안 처리에 제동을 걸 수 없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법사위 만큼은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지난 수십년간 야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아 여당을 견제했던 국회의 관례를 근거로 들었다. 특히 '180석'으로 상징되는 제21대 국회의 거대여당 구도에서 법사위원장은 야당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졌다.

이 때문에 지난해 6월 제21대 원구성 협상에서 여당이 법사위원장 자리를 가져가겠다고 고수하자 국민의힘은 모든 상임위원장 자리를 포기하는 초강수를 뒀다. 절대 다수 의석을 확보한 민주당이 양보하지 않으면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이 가질 수는 없다. '18대 0'이 된 배경이다.

(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박병석 국회의장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실에서 추경안과 상임위원장 배분 등에 합의 후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에게 기념사진 찍기를 권하고 있다. 2021.7.23/뉴스1



국민의힘, 내년 정권교체한다면 '여당 법사위원장'으로…180석 견제?


이번 합의에 따라 국민의힘은 명분과 실리를 어느 정도 챙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의 법사위원장 차지를 '장물 취득'에 비유할 정도로 강경한 입장이었지만 일단 제21대 국회 후반기에서나마 법사위원장 자리를 가져올 수 있다. 절대 법사위원장 자리를 양보할 수 없다는 민주당의 기존 입장에서 양보를 이끌어냈다. 지난해 협상 때 '후반기 국민의힘 법사위원장' 타협안을 국민의힘이 제시했지만 민주당이 거절하기도 했다.

제21대 국회 후반기 2년간 법사위원장 확보라는 명분과 함께 실리 챙기기도 가능하다. 내년 3월 대선에서 국민의힘이 정권교체에 성공한다면 국민의힘은 '여당'으로서 법사위원장을 맡게 되는 셈이다. 정권을 가지더라도 국회에서 '180석 거대 민주당'과 상대해야 하는 국민의힘으로서는 법사위원장 자리가 상당한 의미다.

국회 관계자는 "법사위의 기능을 '체계, 자구 심사로 한정'한다고 해도 논란이 있는 법안을 얼마든지 '체계, 자구의 문제'로 규정하며 제동을 걸 수 있기 때문에 법사위의 견제 기능 자체가 사라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여당으로서도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다. '18대 0'에 따른 민주당 독주 프레임은 제21대 국회 개원 이후 내내 여당에 부담이었다. 대선을 앞두고 국회를 정상화하면서 집권여당으로서 협치의 자세를 보였다는 점에서 긍정적 여론을 기대할 수 있다.

민주당이 내년 대선에서 정권 재창출에 성공한다면 '원래 야당 몫'이었던 법사위원장을 관례대로 국민의힘이 가져가는 것이어서 새로울 것도 없다. 다만 민주당으로서는 '국회 내 상원'이란 비판을 받아온 법사위의 역할 조정 등을 추진해온터라 향후 구체적인 법사위의 위상 재정립 문제가 과제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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