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법사위 양보' 뭇매맞자 '언론중재법' 강행…'개혁 물타기' 비판

[the300][300소정이]한명숙·김경수 판결 못믿는다며 법원에 가짜뉴스 판단 맡길 수 있나

이정현 l 2021.07.28 15:59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차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문화예술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박정 소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소위원회는 이날 더불어민주당이 중점 추진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논의한다. 개정안은 고의·중과실로 인한 허위 보도 책임이 있는 언론에 최대 5배인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정정보도의 크기와 위치를 강제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2021.7.27/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보도로 인해 손해가 발생한 경우 배상하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했다.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고 한다"는 반발에도 밀어붙인 배경엔 '개혁 프레임'을 앞세우기 위한 의도란 지적이 나온다.



언론개혁 밀어붙이는 與…법사위원장 넘겨주고 개혁 물타기?



28일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21대 국회 후반기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을 국민의힘에 넘겨주기로 합의하면서 이에 대한 반발을 가라앉히기 위해 개정안을 강행 처리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야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을 경우 개혁법안 처리에 차질이 생길 수 있으니 최대한 신속히 처리한다는 취지다.

아울러 검찰개혁이 지지부진해진 상황에서 민주당이 개혁의 불씨를 아직 꺼뜨리지 않고 있다는 물타기 용으로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은 지난 4·7 재보궐 선거 참패 이후 개혁과는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줄기차게 추진해 오던 검찰개혁은 당내 특별위원회(특위)조차 출범하지 못하고 있다.

정권 말 권력유지를 위해 속도를 낸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 임기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비판적인 보도를 최대한 막기 위해 언론개혁을 급하게 추진한다는 취지다. 통상 정권 말에는 동력이 떨어져 반발에 부딪히는 정책을 추진하는 경우는 드문데도 여당은 꿋꿋히 개정안 처리를 촉구하고 있다.

이같은 해석에 민주당은 선을 그었다. 개정안 처리 등 언론개혁을 추진하는 이유는 국민이 원해서라는 입장이다.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20일 간담회에서 "4·7 재보궐 선거가 끝나고 여론조사를 해보니 검찰개혁 뿐 아니라 언론개혁 등 사회개혁에 대한 요구가 많았다"고 했다.

정권 말 언론 보도를 통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도 "완전한 억측"이라고 했다.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여러가지 개혁 과제들이 21대 국회 출범 이후 완수되지 못한 것들이 있다"며 "그런 것들을 전반기 내에 빨리 통과시켜야 되겠다는 것이 민주당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ju 니콜라홀에서 열린 '아세아 평화와 여성의 역할 토론회' 30주년 기념 맞이 남북여성교류 30년 : 돌아봄&내다봄 간담회에 참석해 마스크를 고쳐 쓰고 있다. 2021.06.02. yesphoto@newsis.com




법원 판결 납득 못하는데…'내로남불' 재현되나



개정안의 내용을 두고도 민주당이 이중잣대를 들이댄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기편이 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았을 땐 법원이 잘못된 판단을 내렸다며 비판하면서 고의·악의적인 보도에 대한 판단은 또 법원에 맡기겠다는 것은 이중적 태도라는 취지다. 민주당의 이미지로 굳어진 '내로남불'이 재발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개정안 제30조의2는 법원은 언론 등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허위·조작보도에 따라 재산상 손해를 입거나 인격권 침해 또는 그 밖의 정신적 고통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손해액의 5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손해배상액을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어떤 보도가 고의적으로 허위·조작된 보도인지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언론 입막음 논란이 제기될 때마다 법원 뒤에 숨었다.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보도를 자의적으로 판단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법원의 판단을 받는 것이라며 한발 뒤로 뺀 것이다. 가짜뉴스의 정의가 모호해 징벌적 손배제가 도입될 경우 보도통제 등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올 때에도 민주당은 "법원의 판단을 받기 때문에 그럴리 없다"며 피했다.

하지만 최근 민주당이 법원을 대하는 태도를 생각해 봤을 때 과연 "법원의 판단을 받겠다"는 말이 얼마나 진정성을 가지고 있을지 의문이다. 민주당은 최근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대법원에서 유죄를 확정받자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유죄 인정은 엄격하게 해야 하는데 법원이 증거도 없는데 어설픈 판단을 내렸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 야권 의원은 "김 전 지사 판결에 대한 민주당의 반응을 정리해보면 김 전 지사가 그럴(여론을 조작할) 의도가 없었고 그럴 필요도 없었는데 유죄가 나왔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는 것"이라며 "징벌적 손배제의 경우에도 법원이 보도의 고의성을 판단하는 부분에서 민주당의 마음에 들지 않는 결론이 나올 경우 지금처럼 반발할 게 뻔하다"고 지적했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형사재판에서 범죄의 의도를 입증시키는게 가장 힘들다"며 "보도의 경우 그 경위를 밝힐 수 있는데까지 밝힌다 하더라도 고의성을 입증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의나 과실이 입증되지 않는다면 손해배상 판결을 받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김 전 지사에 앞서 한명숙 전 국무총리 불법정치자금 수수사건 유죄 판결에 대해서도 법원을 맹렬히 비판했다. 증언에 더불어 증거로 유죄를 확정받고 복역을 마쳤으나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고 주장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만장일치로 유죄를 선고받았으나 일부 민주당 지도부는 지금도 사건이 조작됐다고 주장한다. 이런 민주당이 징벌적 손배제의 경우 어떻게 법원의 판단을 따르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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