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24~27일 평양 4·25문화회관에서 제1차 조선인민군 지휘관·정치일꾼 강습회를 주재했다고 30일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최대 스트레스로 거론되는 한미연합훈련을 우리 정부부처가 연기하자고 주장해 파장이 주목된다. '통신연락선 복원'을 남북 대화 모멘텀으로 보면서 당초 이달 중순으로 예정됐던 한미훈련 일정을 미뤄보자는 것이다.

반면 야권에선 코로나19(COVID-19) 백신 접종이 진척된 여건에서 '컴퓨터 게임' 비판을 받던 훈련을 적극적인 실전 훈련으로 바꿔야 한다는 반론이 나온다. 연합훈련을 앞두고 결정된 '통신선 복원'을 한미 관계에 대한 북한측의 사실상 이간계로 보는 시각도 민간싱크탱크에서 나왔다.

1일 정부부처에 따르면 통일정책 주무부처인 통일부는 현재 한미연합훈련의 연기를 주장하고 있다. 국방부가 "코로나19 상황, 연합방위태세 유지, 전작권 전환 여건 조성,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외교적 노력 지원 등 제반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한미 간에 긴밀하게 협의 중"이라며 '훈련 계획 미확정'이라고 밝힌 가운데 남북관계 주무부처가 보다 강하게 유예를 주장한 것이다. 기존 통일부는 한미훈련에 대해 '지혜롭고 유연한 대응'이라는 기본 입장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통일부 고위당국자는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연합훈련의 연기가 바람직하다"며 한발짝 나아간 발언을 했다. "지난 3월 연합훈련이 개최된 때보다 코로나19 상황이 상당히 좋지 않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당면 이유지만 남북 대화 분위기 조성 역시 주된 목적으로 꼽았다.
"한미훈련도 중단 못 시킨다? 김정은에 제일 큰 스트레스"

(평택=뉴스1) 조태형 기자 = 올해 전반기 한미 연합 지휘소연습(CCPT)이 시작된 8일 오후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 미군 헬기들이 계류돼 있다. 이번 훈련은 컴퓨터 시뮬레이션 방식의 도상훈련(CPX)으로만 진행되며, 한미 양국 군이 참여하는 대규모 야외 실기동훈련(FTX)은 포함되지 않는다. 2021.3.8/뉴스1

전직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한미훈련을 앞두고 북한이) 대응을 위한 일련의 자세를 갖춰야 하면 사회적 긴장이 고조되고 그러면 경제에 어려움이 가중된다"며 "'(김 총비서가) 한미훈련도 중단 못 시킨다' 이러면(이런 여론이 북한에서 형성되면) 김정은(총비서)한테 제일 큰 스트레스"라고 말했다.

북한 당국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집권기부터 핵실험·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자제하는 기조를 유지해 왔는데 비록 축소된 형태라도 한미훈련이 계속되면 김 총비서의 정치적 입지에 악영향을 준다는 설명이다. 북한측은 한미훈련에 대해 '북침 연습'이라고 주장하며 폐지를 주장해 왔다.

한미 양국은 대북관계·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최근 몇 년 새 한미훈련 규모를 점차 축소해 왔지만 북한측은 불만족스럽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한미는 싱가포르 회담이 열린 지 엿새 만에 2018년 8월 기존 계획됐던 3대 연합훈련중 하나인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의 유예를 발표했고 2018년 말까지 두 차례 열릴 예정이던 한미 해병대 연합훈련(KEMP)도 유보하는 등 대부분 훈련을 크게 축소하거나 중지했다.

또 연대급 이상 대규모 FTX(실기동훈련)도 한미 양국군이 독자적으로 실시하고 대대급 이하 훈련만 양국군이 함께하는 형태로 연중 분산 시행 중인 상황이다. 컴퓨터 시뮬레이션 중심 도상훈련(CPX) 방식의 연합훈련마저도 작년 전반기에는 코로나19 유행의 여파로 취소됐고 이후 2차례 훈련도 이전보다 규모가 축소된 채 실시됐다.
함참 차장 출신 신원식 "한미훈련을 대화 모멘텀으로 사용? 영원히 못해"

(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신원식 천안함 장병 및 유족지원 TF 위원장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천안함 장병 및 유족지원 TF 임명장 수여식 및 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7.7/뉴스1

이번 한미훈련은 문재인 정권 말기 한반도 정세의 변곡점이 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위원은 "만약 8월 중의 한미 연합훈련과 관련해 북한이 상대적으로 조용하게 침묵을 지킨다면 북한의 대화 복귀 의지가 더 강하다고 볼 수 있다"며 "한국 정부가 한미 연합훈련의 축소 혹은 유예를 추진한다면 결국 (한미관계에 대한) 북한의 우회적 이간 시도가 먹힌 것"이라고 예상했다.

합참(합동참모본부) 차장 출신인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국회 국방위원회 위원)도 통화에서 '통신선 복원'이 한미관계에 대한 북한의 이간계라는 주장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신 의원은 한미훈련 취소·연기 주장과 관련해 "부적절하다"며 "한미연합훈련은 당연히 합법적으로 한미 합의 아래 하는 것인데 남북 대화의 모멘텀으로 자꾸 사용하게 되면 결국 훈련할 때마다 북한에 의해 (영향받아) 영원히 못하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 의원은 백신 접종 여건을 감안해 3월 실시된 한미훈련보다 강도 높은 수준으로 실기동훈련을 포함시켜 훈련이 진행돼야 한다고 본다.

한편 미국 국방부측은 연합훈련 축소나 조정 여부를 묻는 미국의소리(VOA)의 질의에 "한미연합사령부 정책에 따라 우리는 계획하고 있거나 실시한 훈련에 대해선 논평하지 않는다"며 "병력 보호가 한미연합사령부 최우선 사항이며 모든 한미훈련은 한국 정부와 한국 질병관리청의 코로나 지침을 존중해 진행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