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7월27일' 속뜻 미스터리…그날 왜 軍 소집했나

[the300] 태영호 "통전부에 대화 지시 했겠나"…이인영 "다시 남북의 시간"

김지훈 l 2021.08.01 17:06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는 지난 24~27일 열린 제1차 조선인민군 지휘관·정치일꾼 강습회에서 군의 전투력 강화 등을 주문했다. 김 총비서는 한국전쟁(6·25전쟁) 정전협정 체결 68주년 '전승절' 당일이던 27일 강습회 참가자들과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7월27일 행적'에 진의가 무엇인지 논란이 일고 있다. 이날은 6·25전쟁 정전 협정일(북한은 전승절로 주장)이다. 특히 올해 7월27일에는 남북 통신연락선이 복원된 동시에 김 총비서가 처음으로 전군 지휘관 강습회를 주재하며 '적대세력'을 작심 비판했다.

야당인 국민의힘에서는 '통신선 복원·지휘관 소집'을 두고 김 총비서가 남북 대화를 미끼로 걸고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촉구하는 대남 압박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란 주장이 나왔다. 북한 외교관 출신 국회의원인 태영호 의원의 분석이다. 통신선 복원 이후 북한 당국이 특별히 한미훈련 얘기를 꺼내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이런 메시지를 보낸 것이나 마찬가지란 것이다. 합동참모본부(합참) 차장 출신인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도 '통신선 복원'의 이면에는 북한이 한국과 미국 사이를 이간질하는 노림수가 있다고 봤다.

통신선 복원을 남북관계 개선의 모멘텀으로 보고 '한미연합훈련 연기'를 주장한 통일부의 정세 판단과 인식 차이가 분명하다.



태영호 "김정은, 통전부에 대화 하라고 말했겠나"…신원식 "'모멘텀' 찾다 훈련 영원히 못해"




(서울=뉴스1) 성동훈 기자 =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을 하고 있다. 2020.12.13/뉴스1


태영호 의원은 1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김정은이 군사훈련에 방점을 찍고 연설을 한 바로 그날(7월27일) 통전부(노동당 통일전선부)에 '그럼 너희는 나가서 대화를 해'라고 하는 게 말이 된다고 보느냐"며 '남북 대화 모멘텀설'을 반박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통신선 복원 이후 북한 당국에서 한미훈련에 대한 공식적인 의견을 정부에 제시한 것은 없다. 하지만 태 의원은 통신선 복원 당일 김 총비서의 행적이 대남 메시지나 마찬가지라는 시각이다. 통신선을 복원한 당일 적대세력을 지목하며 군의 대비태세를 주문한 것이 바로 한미훈련 중단 요구라는 뜻이다.

북한 매체에 따르면 김 총비서는 이날 군 지휘관·정치일꾼 강습회를 주재하며 현장에서 비록 '핵무력'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적대세력'과 관련 "군비를 증강하고 있는 현 상황은 긴장격화의 악순환을 근원적으로 끝장내려는 우리 군대의 결심과 투지를 더욱 격발시키고 있다"고 발언했다.

태 의원은 "만약 8월에 그대로 훈련을 하면 북한은 (대남 관계와 관련) 금방 묵묵부답으로 갈 것"이라면서도 이달 중순 예정된 한미훈련을 보다 대규모로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미훈련은) 한국군과 미군이 연합작전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보는 것이지 북한을 공격하겠다는 것도 아닌데 이것까지 남북관계 종속변수로 만들면 안 된다. (북한이) '뭐 하지 말라'고 안하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북한은 1월에 핵잠수함 만든다 했는데 (이와 관련) '자기네가 뭘 안한다'고 약속한 건 없다"고 했다.

(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신원식 천안함 장병 및 유족지원 TF 위원장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천안함 장병 및 유족지원 TF 임명장 수여식 및 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7.7/뉴스1


합참 차장을 지낸 신원식 의원도 본지 통화에서 한미훈련 취소·연기 주장과 관련해 "부적절하다"며 "한미연합훈련은 당연히 합법적으로 한미 합의 아래 하는 것인데 남북 대화의 모멘텀으로 자꾸 사용하게 되면 결국 훈련할 때마다 북한에 의해 (영향받아) 영원히 못하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 의원은 백신 접종 여건을 감안해 3월 실시된 한미훈련보다 강도 높은 수준으로 실기동훈련을 포함시켜 훈련이 진행돼야 한다고 본다. 또 통신선 복원이 한미관계를 겨냥해 북한 당국이 펼치는 일종의 '이간계'일 수 있다는 일부 민간 싱크탱크의 주장과 관련해 "동의한다"고도 했다.

앞서 통일부 고위당국자는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연합훈련의 연기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연합훈련이 개최된 때보다 코로나19 상황이 상당히 좋지 않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당면 이유지만 남북 대화 분위기 조성 역시 주된 목적으로 꼽았다. '훈련 계획 미확정'이라고 밝힌 국방부와 비교해 통일부가 선제적으로 훈련 유예를 외친 것이다.


이인영 "다시 남북의 시간 왔다"




(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출입 기자단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1.7.30/뉴스1


이는 통일부가 한미 국방 주무부처들에 훈련 연기를 강하게 촉구할 의지를 실제로 가졌거나 대북 정세관리 차원에서 '알리바이'를 남기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훈련이 실제로 열리더라도 '북한의 입장을 한국 정부가 감안하려 했다'는 근거 정도는 발언으로 남겨 두려는 것이다.

실제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남북 관계의 경색에도 남북 협력 사업에 대한 의지를 반복적으로 천명하는 등 대북 관계가 추가 악화되는 것을 막으려는 듯한 구상을 거듭 발표해 왔다. 실현성 여부와 별개였다. 통신선 복원이 이뤄지기 3개월 전인 지난 4월에는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5년 처음으로 대북 쌀 지원을 시작하면서 '순수한 동포애 정신'을 살린 인도적 협력을 주문했다"며 대북 인도적 지원을 거론하기도 했다.

이 장관은 지난달 30일에는 "잠정 보류됐던 민간단체의 대북 인도협력 물자 반출 승인을 오늘부터 재개할 생각"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인내심과 끈기를 갖고 때로는 유연하고 민첩하게 남북 관계 발전과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해 통일부가 해야 할 일들을 차근차근 해 나가겠다"고 했다. 또 이 장관은 통신선이 복원된 당일 "다시 남북의 시간이 시작됐습니다"는 메시지를 통일부 직원들에게 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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