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김여정 '한미훈련 중단' 노골적 요구…"희망, 절망 택하라"

[the300] 대남 메시지 담화문

김지훈 l 2021.08.01 22:09
=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10일 강원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B조 조별리그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과 스위스의 1차전 경기를 응원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2018.2.10/뉴스1

대남 업무를 총괄하는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8월 중순 예정된 한미연합군사훈련을 겨냥해 "북남관계(남북관계)의 앞길을 더욱 흐리게 하는 재미없는 전주곡"이라고 말했다.

북한 당국이 지난달 27일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 이후 본격적으로 한미훈련 취소를 요구하는 청구서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제시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부부장은 1일 오후 담화를 통해 "희망이냐 절망이냐? 선택은 우리가 하지 않는다"며 이같이 밝혔다. 북한 당국이 통신선 복원 이후 한미훈련을 명시적으로 거론하며 반대 의견을 담은 대남 메시지를 발신한 건 이번이 처음있는 일이다.

김 부부장은 한미 훈련을 겨냥해 "우리 정부와 군대는 남조선측이 8월에 또다시 적대적인 전쟁연습을 벌려놓는가 아니면 큰 용단을 내리겠는가에 대하여 예의주시해볼것"이라는 말도 했다. 또 이날 담화에서 "우리는 합동군사연습의 규모나 형식에 대해 논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 부부장은 지난 3월 담화에서도 "우리는 지금까지 동족을 겨냥한 합동군사연습 자체를 반대했지 연습의 규모나 형식에 대해 논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에 김 부부장은 '말장난에 이골이 난 남조선 당국자들', '태생적인 바보' 등 원색적 표현을 구사하며 우리측을 비난했던 3월 담화보다는 완화됐지만 또 다시 한미훈련에 대한 반감을 표출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여정은 남북통신연락선 복원 이후 남북관계 진전의 속도, 범위 등은 결국 한미군사훈련 중단에 달려 있음을 명확하게 제시했다"며 "이 문제 해결 없이는 우리 정부측에서 제시하고 있는 통신연락선 복원 이후의 각종 후속조치들에 대해 협력하기 어렵다는 점도 시사 한다"고 전망했다.

이어 "김여정의 담화는 사실상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고 압박하는 메시지 성격"이라며 "또한번 남북관계 전환의 시기에 중대한 기로에 서게 됐다"고 했다.

다음은 김 부부장의 담화문 전문.

이미 며칠전부터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지만 7월 27일 북과 남은 1년 넘게 단절되여있던 모든 통신련락선들을 원래대로 회복하는 조치를 취하였다.
그러나 이를 두고 지금 남조선안팎에서는 나름대로 그 의미를 확대하여 해석하고있으며 지어 북남수뇌회담문제까지 여론화하고있던데 나는 때이른 경솔한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통신련락선들의 복원에 대해 단절되였던것을 물리적으로 다시 련결시켜놓은것뿐이라는 그 이상의 의미를 달지 말아야 한다는것이 나의 생각이다.
서뿌른 억측과 근거없는 해석은 도리여 실망만을 가져올수 있다.
북남수뇌들이 직접 두손을 맞잡고 공동선언과 같은 사변적인 합의를 만들어 발표한 후에도 북남관계가 바라지 않던 곡절과 파동을 겪고 위기에로 치달았던 지난 3년간의 과정을 돌이켜본다면 내가 오늘 말하는 견해가 십분 리해될것이다.
며칠간 나는 남조선군과 미군과의 합동군사연습이 예정대로 강행될수 있다는 기분 나쁜 소리들을 계속 듣고있다.
우리는 합동군사연습의 규모나 형식에 대해 론한적이 없다.
지금과 같은 중요한 반전의 시기에 진행되는 군사연습…
나는 분명 신뢰회복의 걸음을 다시 떼기 바라는 북남수뇌들의 의지를 심히 훼손시키고 북남관계의 앞길을 더욱 흐리게 하는 재미없는 전주곡이 될것이라고 본다.
우리 정부와 군대는 남조선측이 8월에 또다시 적대적인 전쟁연습을 벌려놓는가 아니면 큰 용단을 내리겠는가에 대하여 예의주시해볼것이다.
희망이냐 절망이냐? 선택은 우리가 하지 않는다.

주체110(2021)년 8월 1일
평 양(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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