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담화로 또 벌집된 정치권…"왜 北 눈치보나" vs "훈련 연기해야"

[the300]

김지훈 l 2021.08.02 14:37

별다른 욕설도 들어가지 않은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562글자 분량 담화(본문 기준·공백 제외)에 정치권이 발칵 뒤집어졌다.

김 부부장이 8월 중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의 중단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촉구하면서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국민의힘)이 "도대체 언제까지 북한의 눈치나 보며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협할 것인가"라며 반대 의견을 밝히는 등 야권은 반발에 나섰다. 반면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코로나 상황이 악화하고 있는데 무리하게 연합훈련을 강행할 필요가 없다"며 훈련 불가론을 펼쳤다.

훈련 예정시기인 8월 중순까지 남은 일정이 빠듯하고 훈련이 한미 합의 사안임을 감안하면 갑작스런 훈련 중단의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대남 관계와 관련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그간 행보를 둘러싼 야권의 불만이 쌓이면서 이번 담화문을 계기로 비판이 쏟아졌다.

최 전 원장은 김 부부장의 담화문 발표 이튿날인 2일 "마치 대한민국 군통수권자에게 지시를 내리는 듯하다"며 "군 통신선 연결과 대화 재개를 미끼로 한미연합훈련을 중단시키겠다는 저의가 깔려있다"고 작심 비판을 쏟아냈다.

북한 고위 외교관 출신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도 입장문을 내고 "김정은 남매의 협박에 굴복해 한미 연합훈련을 중지한다면 당면한 남북관계에서 주도권을 잃는 것은 물론 영원히 북핵을 이고 사는 인질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뉴스1) 국회사진취재단 =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음식 문화거리를 찾아 상인대표들과 거리를 돌며 코로나19 속 이태원의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있다. 2021.8.1/뉴스1

국회 '외교통'으로 불리며 대선 경선예비후보로 등록한 박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27일 이뤄진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을 두고 "북한은 필요에 따라 통신선을 열었다가 끊었다가 하기를 지금까지 여섯 차례나 반복했다"며 "다시 연결된 것은 다행이지만 이것이 실질적인 남북 신뢰 구축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인지는 지켜봐야 하겠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도 이날 페이스북에서 "남북 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사과 한마디 없던 김여정이 군 통신선 깔아주고 '신 북풍 청구서'를 내민다"면서 "첫 번째 청구서는 한미 연합훈련에서 그칠지 모르지만, 앞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신 북풍 청구서'가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염려한 적대적인 훈련이 아니라 평화 유지를 위한 방어적 성격의 훈련"이라며 "한미연합훈련은 예정대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송 대표는 "대규모 기동훈련은 이미 하지 않고 있고, 코로나19 상황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맞게 준비되고 있다"며 "이번 훈련은 기동훈련이 없는 연합 지휘소 훈련이고 컴퓨터 시뮬레이션 훈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훈련은) 전시작전권 회수를 위해 완전한 운용능력(FOC) 검증에 있어 필수적 훈련이기도 하다"며 "이와 관련해 남북관계 발전에 장애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설훈 민주당 의원은 그러나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미연합훈련을 연기해야 한다"며 "미국은 하루 확진자가 10만명을 넘어서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고, 한국도 하루 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 4단계 방역조치를 시행하고 있다"고 방역상 문제를 거론했다.

김 부부장은 전날자 담화문에서 통신선 복원을 두고 "남조선안팎에서는 나름대로 그 의미를 확대하여 해석하고 있으며 심지어 북남수뇌회담문제까지 여론화하고 있던데 나는 때이른 경솔한 판단이라고 생각한다"며 한미훈련을 겨냥해 "희망이냐 절망이냐? 선택은 우리가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 부부장 명의 대남 담화문에서 처음으로 욕설·비하 표현은 빠졌지만 위험 수위는 오히려 높아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북측이 남북 대화를 미끼로 삼아 한국과 미국 간 사이를 이간질한다는 시각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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