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3월엔 "태생적 바보" 8월엔 "용단을 내리겠는가"

김여정, 대남담화서 첫 '욕설' 제거…北 '위험한 유혹'설

김지훈 l 2021.08.03 05:05
=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를 방문한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 접견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2018.2.10/뉴스1


"태생적인 바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늘 좌고우면하면서 살다나니 판별능력마저 완전히 상실한 떼떼(말더듬이)가 되여버린것은 아닌지 어쨌든 다시 보게 된다. "(3월16일)

"우리 정부와 군대는 남조선측이 8월에 또다시 적대적인 전쟁연습을 벌려놓는가 아니면 큰 용단을 내리겠는가에 대하여 예의주시해볼것이다. (8월1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대남 담화문에서 처음으로 '태생적 바보' '떼떼' '쓰레기' 등 욕설·비하 표현을 뺐다. 남북 통신 연락선 복원 이후 남북 관계 개선을 고대하는 문재인 정부에 호응하려는 듯 표현 수위는 낮추면서도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라며 '용단'을 촉구했다. 북한 당국이 남북 대화를 미끼 삼아 한미관계를 사실상 이간질하려 한다는 시각에서 오히려 과거보다 메시지가 위험해졌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여정 담화 '욕설 0' 반전극



2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지난해 3월3일부터 이달 1일(전날)까지 김 부부장이 본인 명의로 발표한 담화문 13건(대남 메시지 10건·대미 메시지 3건)을 모두 조사한 결과, 대남 메시지를 기준으로 욕설·비하같은 원색적인 비난 표현이 없는 담화는 1일자 담화가 처음인 것으로 드러났다.

김 부부장은 전날자 담화문에서 통신선 복원을 두고 "남조선안팎에서는 나름대로 그 의미를 확대하여 해석하고 있으며 심지어 북남수뇌회담문제까지 여론화하고 있던데 나는 때이른 경솔한 판단이라고 생각한다"고 했지만 과거와 달리 욕설·비하 표현은 들어가지 않았다. 표현은 기존보다 '정중'해졌지만 "희망이냐 절망이냐? 선택은 우리가 하지 않는다"며 문 대통령을 압박했다.

이는 김 부부장이 지난해 3월3일 본인 명의 첫 담화문을 발표하며 북한군의 화력전투 훈련에 대한 청와대의 유감 표명을 겨냥해 "청와대의저능한 사고 방식에 경악"이란 표현을 쓴 것과 비교하면 표현 수위를 대폭 절제한 것이다.

오빠인 김정은 총비서의 통신선 복원 결정을 염두에 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한미연합훈련을 북한이 모르고 있지 않았음에도 통신선 복원을 하겠다 한 것이니 여기서 김여정이 거친 표현을 하면 김정은의 결정에 대한 문제제기가 된다"고 말했다. 정대진 아주대 교수도 "김정은의 결단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보내는 시도"라고 말했다.



北 외교관 출신 태영호는 어떻게 볼까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24~27일 평양 4·25문화회관에서 제1차 조선인민군 지휘관·정치일꾼 강습회를 주재했다고 30일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양무진 북한 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전체적인 톤은 통신선 복원 이후 내외의 남북 관계에 대한 기대감 등 여론을 의식한 것"이라며 "통신선 복원이 김정은의 결단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우리측의 용단을 주문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박종철 경상국립대 교수는 "한미 훈련이 동북아 군사력 대비 태세 측면만이 아니라 전시작전권 반환, 용산기지 반환 등 다양한 주권 문제와 결부돼 있다는 점에서 바이든 정부를 설득해, 남북-북미 협상을 통한 한반도 군축 평화와 비핵화의 마중물로 활용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박원곤 교수는 " 북한이 비핵화 대화에 복귀 의사를 전혀 밝히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연합 훈련의 일방적 중단은 북한에 대한 카드를 버리는 행위"라며 우려했다.

북한 고위 외교관 출신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도 입장문을 통해 "지난 한 주일 동안 정부와 여당이 보인 남북 대화에 대한 지나친 집착이 김정은 남매를 더욱 오만하게 만든 셈"이라며 "김여정이 한미연합훈련 중지를 공식 요구해 나섬으로써 바이든 정부 들어 처음으로 한미관계가 시험대에 올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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